2025년 06월 20일 (금)
들리나요?사각사각 밤새 마음 적는 소리썼다가 지우고 쌓다가 허물고한바탕 몰아치는 걱정동틀녘에야 희미하게 들려오는 소식태풍은 지나가고산꼭대기에 걸린 구름이잠시 쉬어 갑니다이젠 보이나요?
2024-10-09 12:00:44
이른 아침광화문 거리를 걷다보면덕수궁 담벼락을 감싸는 햇살도 곱게 가꾼 화단의 꽃들도 빠알갛게 익은 사과처럼 이뻐온 식구들 도란도란 둘러앉아나눠 먹을 생각에기대와 설레임으로쩍- 반으로 쪼갰더니 시퍼렇게 멍든새파랗게 질린 차가운 자본주의 냉기가 바쁜 출근길사람들 발걸음마다서늘하게 고이는 아침
2024-10-09 11:59:17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천 개의 보따리를 메고만 개의 돌계단을 오르고 내리고딸랑딸랑 방울소리 허억허억 거친 숨을 내쉴 때마다휘-익 휘-익 재촉하는길잡이 목동의 다그침도 익숙한데어제도 오늘도 내일도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을 히말라야의 업보등허리에 달라붙은 무거운 짐중력처럼 거스를 수 없지만그대 맑은 눈망울에 어려있는언젠가 돌아갈먼
2024-10-09 11:57:30
들녘 어디에나지렁이가 꿈틀대는 땅이라면 어디에나바랭이 조뱅이 참새귀리 강아지풀개버무리 애기똥풀 노루귀 ...저마다의 이름이 있을 뿐잡초는 없다
2024-10-09 11:55:57
히어로는 아닙니다만뜨거운 피활짝 펼쳐 날아오르던 날개어느 날 불시착문득 눈 떠보니낯선 행성퇴로없는 시공간숨막히는 하늘머나먼 고향으로 보내는우리 마음의 신호깜박깜박 켜지는 경고등차갑게 식어가는피피피
2024-10-09 11:54:39
가만히 있으라가만히 기다리라메이데이 메이데이-간절하게 외칠수록더 감겨오는 차가운 냉기싸늘하게 식어가는 입술먼 바다 깊은 곳으로 침전하는 너와 나기다려 돌아올게꼭 돌아와야 해 약속해-꼭 마주잡은 두 손영원히-바다가 산이 되고산이 바다가 되고마침내 헤어지지 않을 영원히 풀어지지 않을하나가 된세월호의 아이들
2024-10-09 11:53:20
이른 새벽 문득 눈을 떠보니낯선 녀석이 무표정한 시선으로사람처럼 누워 있는 것눈을 감았다 다시 떠보니십 년의 시간이 흘렀다
2024-10-09 11:46:12
사사삭 스스슥한발 두발 뒷걸음질 절룩절룩 뒷다리어쩌다 다쳤을까노려보는 눈초리째려보는 눈초리선발대가 휘-익후발대가 휘-익번갈아 공격하는 까치무리신음소리조차 삼켜버린 여름조차 얼려버린 긴장피할길 없이 기어코 벌어진 어린 냥이의 슬픈 전쟁
2024-10-09 11:44:24
새벽 서리바람 서리온갖 서리다 이겨내고마침내 풍성하게 돌아온바구니 한가득 차오르는늦가을의 설레임겨울이 오기 전에
2024-10-09 11:42:51
텐산산맥에서 실크로드를 따라사람따라때로는 서쪽의 끝발칸반도까지때로는 동쪽의 끝예까지 왔다
2024-10-09 11: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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