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은 계속된다", 21세기 미국을 관통하는 광란의 레퀴엠

아모스 기자

등록 2025-10-20 20:08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One Battle After Another)는 단순한 액션 스릴러가 아니다. 이는 거장 폴 토마스 앤더슨(PTA)이 장르 영화의 외피를 두르고 현시대 미국이라는 뒤틀린 초상을 스크린 위에 해부한, 통렬하고도 황홀한 '블랙 코미디 대서사'다. PTA는 이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친절한 해석 대신, 무자비하고 혼란스러운 현실의 에너지를 전면으로 들이밀며 질문을 던진다. 당신의 '혁명'은 어디로 갔는가.


영화는 한때 이상을 외치던 혁명가 '밥 퍼거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 16년 후 무너진 삶을 사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그의 유일한 희망인 딸 '윌라'의 납치는, 밥을 다시 과거의 숙적 '스티븐 J. 록조'(숀 펜)와의 끝나지 않은 전투로 밀어 넣는다. 시놉시스만 보면 흔한 부성애를 건 추격극 같지만, PTA는 이 클리셰적 구조를 빌려 토마스 핀천의 소설처럼 기묘하고도 날카로운 정치적 우화를 완성한다.


이 영화의 미덕은 '균형감'이다. PTA는 극단적인 좌우 대립이 일상이 된 가상의 미국을 배경으로 삼지만, 어느 한쪽의 편을 들기보다는 모든 이들의 광기와 모순을 냉소적으로 포착한다. 혁명가 밥은 영웅이기보다 상처 입고 자기 파괴적인 인물이며, 냉철한 숙적 록조는 단순히 악당이기보다는 집착과 망상에 사로잡힌 '시스템의 광신도'다. 이들이 벌이는 치열하고 끈적한 추격전은 사적 복수극을 넘어, 좌절된 이상과 변질된 권력, 그리고 그 사이에서 길을 잃은 세대의 초상으로 확장된다.


특히 2시간 4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조니 그린우드의 타악기적이고 충격적인 사운드트랙과 로버트 엘스윗의 현란하고 생생한 촬영 아래 한순간도 속도감을 잃지 않는다. 캘리포니아 사막 지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후반부의 차량 추격 시퀀스는 최근 수년간 할리우드에서 가장 독창적이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장면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과시가 아닌, 밥의 내면적 혼돈과 외부 세계의 충돌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감각의 폭발이다.


배우들의 앙상블 또한 압권이다. 디카프리오는 기존의 잘생긴 영웅 이미지를 벗고 무력함과 광포함을 오가는 아버지의 모습을 처절하게 그려냈으며, 숀 펜은 역대급으로 입체적인 악역을 완성하며 영화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여기에 베니시오 델 토로, 레지나 홀, 테야나 테일러 등의 조연들은 혼돈의 드라마를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관람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강요하지 않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밥이 딸을 위해 다시 싸움에 나서는 순간은, 비단 부성애적 의무만이 아닌, 시대의 폭압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한 인간의 비장하고도 미련한 '최후의 저항'처럼 보인다.


이것은 PTA의 필모그래피 중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가장 정치적이고 인간적인 깊이를 담아낸 작품이다. 그의 비전을 담은 이 영화는 '봐도 좋은 영화'가 아니라, 현재를 사는 우리가 '봐야 하는 영화'다. PTA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싸움을 계속할 것을 요구한다. 패배할지언정, 멈추지 않는 그 정신이야말로 이 영화의 뜨거운 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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