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담그면 빠져나올 수 없는 수렁 호르무즈 파병, 지금 멈춰야 한다

장기영 기자

등록 2026-09-09 16:21

전문가들 "오늘은 이란전 파병이지만 내일은 우크라이나전 파병 될 것" 경고

사진=AI생성이지지(제미나이)


명분 없는 침략 전쟁, 통제되지 않는 지도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감행한 이란 전쟁이 정당성을 완전히 상실한 채 전 세계를 깊은 공포와 혼란 속으로 빠뜨리고 있다. 이번 전쟁은 국가의 안보나 국제 평화를 위한 정당한 방위권 행사가 아니다. 지도자 한 사람의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와 유아적 전능감이 부른 참사라는 비판이 거세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나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내가 하는 일은 모두 옳다"는 극단적 자기애와 편집증에 사로잡혀 있다고 지적한다. 최근 소셜미디어를 통해 쏟아낸 폭력적인 언사와 환각에 가까운 정세 인식, 그리고 이란 전역을 향한 무차별 폭격은 통상적인 외교적·군사적 수사를 이미 벗어났다. 초등학교마저 미사일 공격을 받아 어린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책임조차 부정하는 모습은 공감 능력이 마비된 반사회적 성향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특히 온타리오호를 '아메리카호'로 지칭하거나 주변국 영토를 미국 땅으로 묘사하는 등의 기괴한 언행, 전 세계를 상대로 벌이는 무차별 관세 전쟁 등은 그의 판단력이 임계점을 넘었음을 보여준다. 지도자의 인지 저하와 병리적 폭주가 국가 안보 시스템이라는 가드레일마저 상실한 채 실시간으로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극단주의적 선민의식과 결탁해 벌이는 이번 이란전은 인류의 보편적 인권과 국제법을 유린하는 명분 없는 전횡이다. 민간인 학살을 '부수적 피해'로 치부하며 문명 자체를 파괴하겠다는 위협은 21세기 국제사회가 용납할 수 없는 명백한 전쟁범죄다.


자신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착각과 사디즘적 권력 확인에서 비롯된 이번 전쟁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비정상적인 지도자의 통제 불능한 광기가 불러온 명분 없는 폭주는 세계 평화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미국 스스로를 도덕적·문명적 자멸의 길로 밀어 넣고 있다.


조사단 파견, '검토'가 아니라 '수순'이다


이런 추악한 전쟁에 정부는 “파병 여전히 검토 중아며 이란에도 설명”하고 있다며 거듭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 진행되는 절차를 보면 이 해명은 점점 공허해진다. 국방부는 이미 지난 주말 아랍에미리트에 조사단을 보내 기항지와 군사 거점, 정비·보급 여건을 점검하고 있다. '국군의 해외파병업무 훈령'에 따르면 조사단 파견은 조사활동보고서 작성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보고, 합참의 파병 계획 검토, 국무회의 심의와 대통령 재가, 그리고 국회 동의라는 일련의 절차 가운데 첫 실무 단계다. 다시 말해 조사단이 움직였다는 것은 이미 기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청와대가 "검토 과정의 일부"라고 선을 그어도, 절차의 논리 자체가 파병을 향해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정부와 여당 일각의 태도도 이런 의구심을 키운다. 처음에는 신중하던 목소리가 최근 "비전투 임무는 참전이 아니다"라는 쪽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다는 지적이 학생·시민사회 쪽에서 나온다.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군수지원함, 기뢰제거함을 보내면서 이를 '전투 파병이 아니다'라고 구분 짓는 것은, 실제로는 거대한 미군 지휘체계 안에 편입되는 군사자산을 마치 인도적 지원처럼 포장하는 언어의 기술에 가깝다.


"한번 발 담그면 빠져나올 수 없다" — 김종대의 경고


군사전문가 김종대 전 의원은 9월 9일 '손석희 12시'에 출연하여 이번 파병 논의를 '사기극'이라 부르며 두 가지를 정확히 짚었다.


첫째, 이번 요청의 형식 자체가 비정상적이라는 점이다. 과거 박정희 정부의 베트남 파병이나 노무현 정부의 이라크 파병 때는 미국이 비공개로 파병을 요청해 파병국의 주권적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을 통해 공개적으로 압박하며 "기억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고, 정상 간 통화 내용까지 일방적으로 공개했다. 정중한 요청이 아니라 사실상의 공개 협박에 가깝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게다가 이라크전 때는 폴란드·조지아·일본 등 14개국이 함께했지만, 이번 이란전에는 한국만 홀로 거론되고 있다는 지적도 새겨들을 대목이다.


둘째, 일단 발을 담그면 빠져나오기 어렵다는 경고다. 군수지원함과 해상초계기 정도로는 미국이 만족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왜 이것밖에 안 되느냐"며 추가 청구서를 보내는 동시에 "한국이 공식적으로 참전했다"는 프레임으로 한국을 더 깊이 끌어들이는 전략을 쓸 것이라는 우려다. 더구나 우리 군수지원함은 이란의 기뢰·드론 위협에 대비할 수 있는 전력이 아니며, 우리 해군은 이런 환경에서 전투를 준비해 본 경험이 없다. 비전투 전력은 미국이 고마워할 만한 수준이 못 되고, 전투 전력은 애초에 감당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이중의 딜레마다. 결국 '한 발짝만 걸치는 파병'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처음의 작은 개입이 이후 단계적으로 확대되는 수순 그 자체가 위험하다는 것이 김종대의 핵심 메시지다.


이런 우려는 국회 내에서도 확인된다. 여당 국방위 간사인 김병주 의원조차 이번 사안을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 전쟁으로 대의명분이 없다"고 규정하며 "휘말려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고, 송영길 의원 역시 헌법 5조의 침략전쟁 반대 원칙과 유엔 결의 부재, 나토·일본조차 소극적인 상황을 근거로 신중론을 폈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이 정도의 우려가 나온다는 사실이, 이 사안이 결코 '기술적 검토'로 끝날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다.


왜 자꾸 '동맹'만 남는가 — 외교라인의 문제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 논의를 실무적으로 이끄는 외교안보 라인의 성향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이른바 '동맹파' 대 '자주파' 갈등 구도에서 동맹파 라인의 책임자였다는 평가를 받아 왔고,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협상 당시 대통령과 NSC에 사전 보고 없이 미국과 각서를 교환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인물이기도 하다. 


최근에도 가자지구 구호선 나포 사건에서 이스라엘의 책임보다 우리 국민의 책임을 먼저 거론했다거나,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을 때 곧바로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스로 한미관계 내 한국의 위치를 미국 쪽으로 치우친 지점에 두어야 한다고 표현했다는 전언도 있다. 대통령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때마다 참모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익숙한 동맹 우선의 문법으로 되돌아간다는 비판은, 이번 호르무즈 파병 검토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렌즈가 된다.


즉 이번 사안은 단순히 '파병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자주적·실용적 외교 노선이 실제로는 관성화된 친미 일변도의 실무 라인에 의해 얼마나 잠식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새로운 길'을 말해도 참모가 계속 '익숙한 길'을 설명한다면, 국민이 위임한 방향과 실제 정책 사이의 간극은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다.


명분 없는 전쟁에 한국 청년들의 생명을 담보로 걸 수는 없다


이라크 전쟁의 명분이 되었던 대량살상무기가 훗날 조작된 정보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듯, 이번 이란전 역시 국제사회의 폭넓은 지지나 유엔 결의 없이 진행되고 있다. 나토 회원국들과 일본조차 발을 빼는 전쟁에, 유독 한국만 홀로 참전 대상으로 거론되는 상황 자체가 이 전쟁의 명분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참여연대·경실련 등 시민사회가 헌법 5조의 침략전쟁 부인 원칙을 근거로 반대 목소리를 낸 것도, 전국 각지 대학가와 노동계로 반대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정말로 국익과 국민적 공감대를 중시한다면, 조사단 파견이라는 실무 절차를 슬그머니 진행하며 여론의 반응을 살피는 방식이 아니라, 파병 여부와 그 근거를 투명하게 국민 앞에 내놓고 공론화해야 한다. 


명분 없는 전쟁에 발을 담그는 순간, 그것은 비전투든 전투든 상관없이 '참전'이 된다. 그리고 김종대 의원의 말대로, 한번 담근 발은 쉽게 빼낼 수 없다. 트럼프는 오늘은 이란전 파병을 요구했지만 내일은 우크라이나전 파병을 요구할 것이다.  또 '위험한 선택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이란의 직접적인 경고는 안 보이는가? 파병에 따른 파장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전개될 지 아무도 모른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이 작성한 X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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