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주왕산송어' 양창권 대표를 통해 한국 송어양식의 역사를 들여다 보았다
주왕산송어 양창권 대표
붉은 빛깔의 쫄깃한 식감으로 사랑받는 송어가 한국 땅을 밟은 지 올해로 약 60년을 맞았다. 본래 한국 하천에는 살지 않던 외래종 무지개송어가 어떻게 강원도와 경북의 특산물이자 국민적 먹거리로 자리 잡았는지, 청송 '주왕산송어' 발자취를 따라가보았다.
◇1965년, 희망을 싣고 온 '발안란 1만 알'
한국 송어양식의 시초는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정희 정권이 농어민 소득 증대 사업의 일환으로 송어 양식을 시도했다. 당시 강원도는 농어촌의 새로운 소득원을 발굴하기 위해 어류학자 정석조 박사와 함께 미국 알래스카 무지개송어 수정란(발안란發眼卵) 1만 알을 들여왔다. 낙후된 산간 지역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수산 당국은 사계절 내내 15°C 이하의 차갑고 깨끗한 물이 솟아나는 강원도 평창군 평창읍 상리 지역을 최적지로 낙점하고, 국내 최초의 송어 양식장을 건립했다.
평창에서 성공적으로 부화한 송어는 1970~80년대 기술 보급을 통해 강원도 전역과 충북, 경북 내륙으로 확산됐다. 특히 1980년대 들어 양식 기술이 고도화되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송어는 대중적인 횟감으로 부상했다. 청송 '주왕산송어'의 양창권 대표도 80년대에 양식을 시작한 1세대다.
◇문경, 청송에서 시작된 송어 부화기술의 신화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괴정리 도청신도시 나들목과 영덕군 영덕읍 덕곡 교차로를 잇는 914호선 지방도를 타고 주왕산으로 가다 보면 우측에는 소노벨청송이 있고 좌측에는 주왕산송어 식당이 있다. 강원도 평창에서 시작된 송어양식이 청송에서도 꽃을 핀 곳이다.
소노벨청송 입구
주왕산송어 식당
주왕산송어 식당 뒤 주차장과 200년 된 유네스코 보호수
주왕산송어 양창권 대표는 물려받은 것은 가난밖에 없어서 이십대 초반부터 해외 취업을 하기 위해 서울로 상경해서 닥치는 대로 한식, 중식, 일식 조리사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학력과 스펙 제로의 이십대 초반 무경력의 조리사에게 호텔이든 해외든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그는 조리사 자격증 하나만 들고 여러 식당을 전전하던 중 무주구천동의 한 식당에서 송어회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80년대 중후반에 송어 요리는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기 때문에 송어의 가치에 눈을 뜨게 된 순간이었다. 그는 이때부터 송어를 직접 양식해서 식당을 운영할 계획을 세웠다.
요리사를 하며 영끌까지 해서 모은 돈으로 문경에 약 7천 평의 송어 양식장을 임대했다. 하지만 밑천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용접기술까지 독학으로 배워 200미터 밑에서 나오는 용천수를 끌어내어 양식장으로 물을 대는 시스템까지 직접 구축했다.
문제는 송어 치어 가격이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수정란(발안란發眼卵)을 성공시키고 부화시켜 치어까지 만드는 기술이 간단치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양식장에선 일정 정도 자란 치어를 사다가 송어를 키웠다. 당연히 투자 비용이 치솟는다. 주기적으로 목돈을 들여야 하는 건 숙명일 수밖에 없었다.
양 대표는 송어에 관한 것과 부화기술에 대한 관련 서적을 찾아다녔다. 수산대학교 관련 교수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당시 수백만 원에 달하는 현미경까지 구입해서 본격적으로 부화기술을 연구했다.
그는 "현미경으로 부화 과정을 보는 거예요. 짐작으로 수정시켜 산 것은 주먹구구식이예요. 암컷 10마리에다가 수컷을 10마리도 수정해보고, 수컷 5마리도 해보고 2마리도 해보고…. 이렇게 온갖 실험을 하고 연구해서 결국 미국에서 알을 수입해서 치어까지 키우는데 성공했어요."라며 몇 년 동안 연구 내용을 기록한 두툼한 노트와 현미경 세트를 보여주었다.
창고에서 꺼낸 40년 전의 현미경
그는 문경에서 몇 년 간 직접 연구하고 습득한 부화기술로 전국 송어양식장에 치어를 분양하는 사업자로 변모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부화기술로 10만 원을 투자하면 1억 원을 벌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문경의 양식장도 결국 임대였고, 직접 양식을 해서 식당을 운영하겠다는 초기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에 그는 30여 년 전에 지금의 청송(사부실길17)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으로 옮긴 후엔 송어에 이어 철갑상어까지 양식에 성공했다.
양식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양 대표가 직접 관리한다
허름한 식당이 딸린 청송 양식장은 청송에서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특히 주왕산 폭포와 단풍 절경을 즐기러 오가는 관광객들은 어김없이 주왕산송어(청송송어장횟집) 식당을 찾아왔다. 청송 대표 음식으로 청송 한우, 달기약수로 끓이는 백숙에 이어 주왕산송어가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청송송어장횟집에서 주왕산송어 프로젝트로 진화
양 대표에겐 운도 따랐다. 양식장 부근에 한옥생활을 체험하고 숙박할 수 있는 '청송한옥 민예촌' 21동(1,139㎡)과 300여 객실을 보유한 소노벨청송이 들어섰다. 그때부터 손님이 날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양 대표는 소노벨청송 바로 앞으로 식당을 옮기고 30년 간 양식장과 식당을 상징하던 '청송송어장횟집' 명칭을 '주왕산송어'로 바꿨다. 송어는 냉수성 어종으로 차갑고 깨끗한 1급수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양식장 위에 태양광을 설치하는 리모델링도 감행했다.
양식장에 태양광 설치가 한창이다
태양광이 설치된 양식장-여름에도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의 지하수가 키운 송어
청송 지역의 지하수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독특한 지질학적 환경을 바탕으로 형성되었으며, 특히 탄산과 철분 등 미네랄이 풍부한 점이 특징이다. 그래서일까? 주왕산송어는 민물고기 특유의 흙 비린내 맛이 나지 않는다.
민물고기 특유의 향을 잡기 위해 각종 채소와 콩가루, 초고추장을 넣어 비벼 먹는 '송어 비빔회'는 인기를 끌며 주왕산송어 식당을 대표하는 별미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이 식당에서 사용하는 초고추장은 청송사과를 갈아넣고 발효시켜 직접 만든 것이고, 기본으로 제공되는 반찬들은 직접 기른 야채로 만든 것들이다.

주왕산송어 식당을 관통하는 914번 지방도는 주왕산국립공원과 주산지를, 영덕 강구항과 블로로드로 연결되기도 하고, 청송얼음골을 지나 포항 구룡포까지 연결되는 등 지정학적으로 관광로드의 길목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주왕산송어는 그동안 주왕산 관광과 결합하며 성장했고, 소노벨청송과 한옥체험 민예촌이 결합되면서 또 한 번 도약했다.
주왕산송어 식당은 특별하게 설계됐다. 모든 창이 대형 통유리로 채워졌고, 식당 앞 뒤로 대형 수족관을 만들었다. 이 수족관은 주방과 바로 연결되어 있다. 이 수족관에는 송어는 물론 철갑상어, 연어, 향어까지 손님들이 직관할 수 있도록 했다. 음식을 즐기다가 통유리를 통해 양식장에서 공수해 온 송어를 방사하는 풍경도 볼 수 있다. 원래는 식당 바닥까지 통유리로 만들어 수족관 위에 식당을 세우고 싶었지만 비용과 관리 문제 때문에 포기했다고 한다.


◇외래어종이 지역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청송의 음식으로
시간의 더께가 쌓이면서 송어는 청송에서 대표적인 음식 중의 하나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주왕산 단풍철이 되면 주차장에는 서 너 대의 관광버스와 수십 대의 자동차로 만차가 되고, 150석의 식당 홀이 가득 찬다. 미리 주문한 송어회 포장을 찾기 위해 소노벨청송에서 삼삼오오 짝지어 길 건너 온 MZ 세대들이 신기한 듯 식당 안팎을 살피며 두리번거렸다.

양창권 대표는 "송어 양식은 외래종에서 시작했지만 이젠 단순한 1차 산업을 넘어, 지역 관광이 결합되기 때문에 지역 가치를 높이는 청송의 음식 자산이 되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정말 그랬다. 우리나라 하천에는 살지 않던 외래종 무지개송어가 한국 송어가 되고, 우리나라 식재료가 되고, 강원도와 청송에서 지역의 토속음식이 되어가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외국에서는 맛 볼 수 없고, 만나기 어려운 식감을 가진 송어회, 송어회덮밥, 송어튀김, 송어매운탕이라는 음식은 이제 한국인들에게 익숙하고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이 된 것이다. 60년 만에 —.
오늘도 914호선 지방도를 지키는 주왕산송어 식당에 땅거미가 내려앉고 있었다.

사진•인터뷰=피플스토리
uappl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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