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전의 망상, 럼스펠드의 유령이 소환된 트럼프의 이란 전쟁
“전쟁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알 수 없으나, 6일이나 6주일 수도 있고, 6개월을 넘기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2003년 2월 9일, 이라크 침공을 앞두고 이탈리아 아비아노 공군기지에서 도널드 럼스펠드 당시 미 국방장관이 장병들에게 던진 이 호기로운 장담(CBC News, 2003.02.09)은 훗날 세계 전쟁사에서 가장 뼈아픈 오판의 상징이 됐다. 그가 공언했던 '6개월'은 실제 '8년 9개월'이라는 참혹한 소모전으로 변질됐고, 4,500명이 넘는 미군 장병의 생명과 수십만 명의 이라크 민간인 희생을 남겼다.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2026년 3월, 우리는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시감을 느끼게 하는 똑같은 목소리를 듣고 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란 작전이 “4주에서 6주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며 작전의 신속성을 자신했다. 그러나 럼스펠드의 유령이 떠도는 이 낙관론은 전략적 분석이라기보다 희망 회로에 가까운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군사적 압도감이 주는 착시와 정권 교체의 오만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우는 ‘4~6주 단기전’의 근거는 기술적 우위에 기반한 군사적 압도감이다. 하지만 전쟁은 공학적인 파괴의 과정이 아니라 고도의 정치적·사회적 상호작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를 "용납할 수 없다"고 선언하며, 미국의 입맛에 맞는 지도자를 세우겠다는 노골적인 야욕을 드러냈다.
이는 주권 국가의 내부 구조를 완전히 무시한 처사로, 과거 이라크에서 미군이 '해방군'으로 환영받을 것이라던 딕 체니 부통령의 오판과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는 하메네이 노선을 계승할 경우 "5년 안에 다시 전쟁을 하게 될 것"이라며 협박하지만, 외부에서 강제 이식된 정권이 한 국가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증명된 바 있다.
이란의 비대칭 전력과 민중의 분노: 장기전의 늪
트럼프의 계산이 근본적으로 틀린 이유는 이란의 ‘저항 의지’를 완전히 간과했기 때문이다. 현재 이란 내부 상황은 단순한 정권 반대를 넘어선 생존의 문제로 치닫고 있다. 전 세계 2억 명에 달하는 이슬람 시아파의 정신적 지주인 하메네이 암살과 어린 학생들에 대한 집단 학살에 분노한 이란 민중들의 반미·반이스라엘 정서는 이미 극에 달했다. 이러한 민중의 분노는 미군이 테헤란을 물리적으로 점령한다 하더라도 끝낼 수 없는 종류의 전쟁을 예고한다.
분노한 민중은 그 자체가 거대한 비대칭 전력이 되어 중동 전역의 미군 기지와 동맹국을 향한 끊임없는 저항으로 이어질 것이다. 트럼프는 미군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쿠르드 무장세력을 앞세운 '대리전' 카드에 전적으로 찬성하고 있지만, 트루키예, 이라크, 이란 등 여러 지역으로 흩어져 있는 다양한 쿠르드족이 통일된 의견으로 이란 전쟁에 참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설령 일부 쿠르족이 참전 하더라도 대리 세력을 통한 전쟁은 통제 불가능한 변수를 양산하며 결국 미국의 발목을 잡는 장기전의 늪으로 인도할 뿐이다.
경제적 파급력과 정치적 부메랑
더 큰 문제는 2026년의 세계 경제는 2003년보다 훨씬 더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단기전을 장담하며 시작한 전쟁이 이란 민중의 결사 항전으로 단 며칠이라도 지연되어 유가가 폭등하고 글로벌 공급망이 마비될 경우, 트럼프가 그토록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 우선주의’의 경제적 기반 자체가 흔들리게 된다. 럼스펠드의 오판이 부시 행정부의 도덕적, 경제적 파산을 가져왔듯, 트럼프의 이란 전쟁은 그의 정치적 자산을 단숨에 태워버리는 거대한 화마가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란 전쟁을 6주 안에 끝내겠다는 백악관의 발표는 전장을 향해 떠나는 장병들의 두려움을 달래고 국내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희망 고문’일 뿐이다. 럼스펠드가 간과했던 것은 적군의 숫자가 아니라 그들의 저항 의지였고, 점령지 시민들의 마음이었다.
하메네이 암살로 촉발된 이슬람 세계의 거대한 분노와 트럼프의 오만한 후계 개입 정치는 이 전쟁이 6주가 아닌, 세대를 넘나드는 증오의 연쇄가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전쟁은 시작하기는 쉬워도 끝내기는 어렵다는 평범한 진리는 2026년의 테헤란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uappl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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