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이 기록한 두 번째 자서전, 인혁당 피해자 아내 강순희 구술록

1975년 '인민혁명당(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당한 고(故) 우홍선 씨의 아내 강순희 여사의 삶을 다룬 구술 자서전 '사랑이 있으니 살아집디다'(출판사 은빛)가 출간됐다. 이번 저서는 작가 유시민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 이후 16년 만에 집필한 두 번째 자서전이다.
책은 아흔세 살의 강순희 여사가 구술하고 유시민·김세라 작가가 기록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평안도 박천에서 태어나 만주 하얼빈과 평양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강 여사의 유년 시절부터 한국전쟁 피난길, 그리고 한국은행 재직 중 남편 우홍선 씨를 만나 가정을 이룬 전 생애를 세밀하게 담아냈다.
특히 1974년 박정희 정권의 민주화운동 탄압 과정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이튿날 새벽 전격 사형에 처해진 남편의 비극적 죽음 이후, 홀로 네 자녀를 키우며 투쟁해 온 잔혹한 현대사의 현장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강 여사는 남편의 옥바라지를 갈 때도 선글라스에 양장을 빼입으며 시대에 당당히 맞섰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구술을 기록한 유시민 작가는 4·9통일평화재단의 비공식 인터뷰 기록과 지난해부터 진행된 세 차례의 심층 인터뷰를 바탕으로 원고를 완성했다. 자료 조사와 기록 작업에는 김세라 작가와 이창훈 4·9통일평화재단 사료실장 등이 동참했다.
문정현 4·9통일평화재단 이사장은 추천사를 통해 "인혁당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책은 기존에도 있었으나, 사건의 기록 속에 묻혔던 한 개인의 일상을 이토록 자세하고 감동적으로 드러낸 책은 처음"이라며 소회를 밝혔다.
강 여사는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사랑'이라는 한마디로 요약하며, "사랑이 있었기에 억울한 고통을 견디고 살아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거대한 역사적 사건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한 개인의 내밀한 일상과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동시에 호흡할 수 있는 소중한 기록이다.
책속으로
‘사람 강순희’를 만난 것이 운명인지 모르겠다. 노무현 대통령은 역사에 관심이 많고 정의감이 높은 분이었다. 그가 대통령이었던 때 인혁당재건위 사건 희생자들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나는 노무현의 정치적 동지였으며 국회의원과 장관으로 일하면서 그를 도왔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둘이 만났던 때 그는 내게, 정치보다는 글 쓰는 일을 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다. 나는 우여곡절 끝에 정치를 떠나 글 쓰는 일로 돌아왔고, 그런 나를 강순희가 찾아냈다. 운명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노무현 대통령이 맺어준 인연임에는 분명하다. 나는 그 인연을 받아들였다. 2011년 구술 기록을 읽으면서 여러 차례 눈시울이 뜨끈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운명을 씩씩하게 살아온 강순희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그대도 그런 순간을 만나게 될 것이다. - 유시민 프롤로그 중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극복하며 사는 게 인생입니다. 오늘 밤에 죽어도 괜찮아요. 나한테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내 힘껏 노력하고 살았으니까. 행복이란 게 사람마다 달라요. 남들 눈에는 행복해 보여도 그 사람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래서 ‘행복했다’ ‘불행했다’ 말하지 않은 겁니다. 주어진 운명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며 살았다는 걸로 나는 만족해요.” - 강순희 구술
어머님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은 어느 화창한 초여름날 화려한 색깔의 원피스를 입고 선글라스를 쓴 모습이다. 이 세상에서 우리 엄마가 제일 이쁘다고 느끼면서 자꾸 엄마를 쳐다봤던 기억이 난다. 내 방 서랍장 위에 있는, 환하게 웃으시는 사진 속 어머님은 여전히 이쁘시다. 어머님 환갑 기념으로 찍은 사진인데, 나중에 영정 사진으로 쓰시겠다며 얼굴만 나오는 독사진을 찍으셨다. 김지하 시인 어머님이 “너는 울어도 웃는 것 같다”라고 말씀하셨다는 대목이 새삼 떠올랐다. 어머님은 힘든 일이나 속상한 일이 있어도 지나간 일에 오래 머물지 않고 밝은 표정으로 당신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희망을 갖고 준비하셨다. 어머님의 인생은 짧은 행복과 긴 어려움 속에 계셨지만, 과거에 매이거나 현재의 불행한 상황에 좌절하지 않고 항상 오뚝이같이 다시 일어나 최선을 다하는 여정이셨다.
- 우구(아들) 에필로그 중‘죽은 자가 산자를 살린다.‘
이 글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기억‘입니다. 우리가 민주화를 위해 싸우던 사람들을 기억하지 못했다면 죽은 자가 산자를 살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강순희 님의 기억이 책으로 만들어져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어 과거가 현재를 살리는 기적이 오랫동안 이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 gaudium˝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극복하며 사는 게 인생입니다. 오늘 밤에 죽어도 괜찮아요. 나한테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서 내힘껏 노력하고 살았으니까. 행복이란 게 사람마다 달라요. 남들 눈에는 행복해 보여도 그 사람 자신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그래서 ‘행복했다‘ ‘불행했다‘ 말하지 않은 겁니다. 주어진 운명을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며 살았다는 걸로 나는 만족해요.˝ 이렇게 말하는사람 말고 누구를 철학자라 하겠는가. - gaud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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