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제안한 폐버스 활용 청년주택단지 = AI 생성 이미지
지난 7일 더불어민주당 황희(서울 양천구갑) 의원이 페이스북에 폐기된 버스를 청년 단기 주거 공간으로 제공하자고 제안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고 결국 사과하고 말았다. 가뜩이나 2030 청년들의 민주당에 대한 혐오와 불신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이건 단순한 실수나 헤프닝이 아니다. 이 사건 하나로 2030 청년들을 바라보는 민주당 의원들의 무능력과 무책임, 내로남불과 위선의 세계관과 낡은 인식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2030세대, 특히 철옹성 같았던 30대 여성층까지 대거 오세훈 시장 지지로 돌아선 결과를 두고 정치권과 언론은 또다시 "청년층의 보수화"라는 익숙한 딱지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들의 반응은 냉소에 가깝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자는 국민의힘이 무엇을 해줬는가를 따지기보다 "민주당이 뼈저리게 싫어서"라는 게 가장 크다고 잘라 말했다. 호의보다 악의가 훨씬 오래 남는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에 대한 적극적 지지가 아니라, 민주당에 대한 누적된 반감의 반작용이라는 뜻이다.
이는 단순한 정서적 변덕이 아니다. 그 밑바닥에는 구체적이고 반복적인 배신의 기억이 쌓여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여성징병 국민청원이 20만 명 기준을 넘기자 정부가 이를 "재밌는 이슈"쯤으로 취급하며 넘어갔고, 당시 학생이었던 남성 지지자들은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다고 토로한다.
촛불혁명을 함께 지탱한 기둥이라 여겼던 세대가, 정작 자신들의 목소리 앞에서는 철저히 외면당했다는 배신감이었다. 이후 조국 사태로 대학가가 둘로 쪼개졌고, 부동산 가격 폭등은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세대 담론을 낳았다. 한 댓글은 이를 두고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라 "문재인 당선 때까지 믿어줬는데 나를 버린 민주당이 밉다"는 심리로 요약했다. 변심이 아니라 버림받은 이들의 반작용에 가깝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문제는 특히 뼈아프다. 문재인 정부가 24차례 넘는 규제 정책을 쏟아내면서도 정작 2030세대 무주택자를 위한 실질적 대안은 마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일찍부터 나왔다. 정부의 약속을 믿고 성실히 저축하며 기다린 이들이 어느 순간 '벼락거지'로 전락하고, 정부를 불신하고 영끌 투자에 뛰어든 이들이 자산가가 되는 역설이 반복되면서, 정책을 가장 신뢰했던 이들이 가장 먼저 등을 돌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서울 재개발 기대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박원순 트라우마"로 특정 후보가 당선되면 재개발이 무산될 것이라는 공포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고 전한다.
여기에 더해 2026년 지방선거 국면에서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라는 초유의 절차적 부실까지 겹쳤다. 어릴 때부터 수능 0.1점, 서류 한 장 차이로 인생이 갈리는 경쟁을 치러온 세대에게,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절차조차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근본적인 배신감을 안겼다. 선관위에 대한 문제의식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라 탄핵 정국 때부터 이어져 온 것인데도, "부정"이라는 단어를 금기어로 만들고 비판 자체를 봉쇄해 온 정치권 전체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토록 복합적이고 절박한 신호들이 쏟아지는데도, 민주당 다수 의원과 지지 논객들은 여전히 "청년들이 선동당했다"거나 "이념적으로 우경화됐다"는 낡은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구조적 원인이 있다.
오늘날 민주당 지지층 상당수의 정치 인식은 대형 유튜브 채널이 매일 반복해서 주입하는 서사 안에서 형성된다. 한 전직 민주당 연수원장급 인사는 방송에 출연해 2030세대를 "고립시켜 말라 비틀어지게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한 대학교수 역시 20대를 향해 "설득이 아니라 권력으로 제압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빚었다.
두 발언 모두 공교롭게도 대형 유튜브 방송을 오가던 인물들에게서 나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학교 현장에서조차 일부 교사가 특정 유튜브 채널 영상을 학생들에게 틀어주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면, 이는 우연이 아니라 특정 콘텐츠가 하나의 정치적 정답지처럼 유통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문제는 이 채널들이 제공하는 프레임이 실제 청년들의 삶의 언어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청년들은 알고리즘
시대에 태어나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는 데 익숙한 세대이며, 일방적 매체에 그대로 설득당하던 윗세대와는 정보 습득 방식 자체가 다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반향실 안에서 형성된 언어로 청년들을 진단하려 하니, 현실과의 괴리가 점점 벌어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 탄핵 이후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고 함께 자라온 지금의 2030세대 입장에서, 지난 10년 이상 이 사회의 주류 기득권은 다름 아닌 민주당이었다. 그럼에도 민주당 정치인 다수는 여전히 자신을 '개혁 세력', '약자의 편'으로 자기규정하며 청년들의 일자리 불안, 전월세 폭등, 취업 경쟁의 절박함을 체감하지 못한다. 안정된 소득과 자산을 가진 4050 정치인들에게 청년세대의 '오늘 당장의 생존 문제'는 추상적 통계로만 존재할 뿐이다. 그러니 청년들이 던지는 메시지의 레이어 — 부동산, 절차적 공정성, 젠더 갈등 관리 실패, 취업 절벽 — 를 하나하나 구분해서 듣지 못하고, "우리 편이 아니면 우경화된 것"이라는 단선적 해석으로 뭉뚱그려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더 본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청년들이 등을 돌린 결정적 이유는 정책 실패 그 자체보다, 민주당의 언행 불일치에서 비롯된 위선에 대한 피로감이라는 점이다. "여자들이 눈물만 흘려도 성범죄 유죄"라고 목소리를 높이던 이들이 정작 자기 진영의 성범죄 의혹 앞에서는 태도를 바꾸는 모습에서 "내로남불"이라는 낙인이 굳어졌다. 말과 실제 행동 사이의 간극, 겉으로 내세우는 도덕적 우월감과 실제 정치 행태 사이의 괴리가 반복해서 확인되면서, 청년들은 민주당을 '신뢰할 수 없는 낡은 기득권 세력'으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이 지점에서 민주당은 스스로 그토록 비판해 마지않던 윤석열, 한동훈, 이준석류의 정치인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들이 청년들에게 비판받았던 이유는 정확히 겉과 속이 다른 정치, 필요할 때만 청년을 호명하고 실제로는 자신의 정치적 지분을 위해 이용하는 태도, 원칙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자기 진영의 이해관계 앞에서는 원칙을 굽히는 표리부동함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민주당 역시 겉으로는 "청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 "공정과 상식을 지키겠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자당 인사의 비위 앞에서 침묵하고, 선관위 성역화에 함께 동조해 온 책임에서 스스로를 예외로 취급하며, 청년들의 절박한 문제 제기를 이념 공세로 치부해버린다.
청년들이 정치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완벽함이 아니라 최소한의 언행일치다. 그런데 민주당 의원들 상당수는 여전히 세 치 혀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 방송에 나가 "청년을 이해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국회에서는 청년의 실질적 삶을 바꿀 정책 — 주거, 일자리, 절차적 공정성 회복 — 에는 손을 놓고 있다. 무능하거나 무책임하거나.
청년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자신들이 관심 갖는 분야에 대한 실질적 법안 발의이며, 그런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으니 애초에 "투표 효능감"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한동훈이든 이준석이든 민주당이든, 청년들 눈에는 위기 때마다 청년을 호명하고 선거가 끝나면 잊어버리는 동일한 정치 문법의 역겨운 반복일 뿐이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이번 지선뿐만 아니라 다음 총선까지 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흘러나오지만, 이는 자업자득에 가깝다. 청년들이 던지는 신호는 단순한 세대 갈등이나 이념적 변덕이 아니다. 그것은 반복된 배신, 절차적 신뢰의 붕괴,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는 다르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다르지 않았던 위선에 대한 누적된 청구서다.
민주당이 지금처럼 대형 유튜브 프레임 안에서 자기 확신을 반복하고, 이미 기득권이 된 스스로의 위치를 자각하지 못한 채 청년들의 목소리를 이념의 언어로 번역해버린다면, 그리고 여전히 세 치 혀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2030세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등을 돌릴 수밖에 없다. 청년들이 지금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이념적 재정렬이 아니다. 말한 대로 행동하는 정치, 자신들의 삶에 실제로 와닿는 정책, 그리고 성역 없는 자기반성이다. 그것을 외면한 채 흘러가는 시간은, 민주당에게 결코 우호적이지 않을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2030 청년들의 싸늘하고 냉소적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민주당 의원들의 위기감은 추상적이며 느슨하다. 황희 같은 인식과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 스스로의 쇄신과 혁신을 기대하기란 난망하다.
장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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