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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시장의 혼란이 청년 세대의 주거 사다리를 완전히 걷어차 버린 현실 속에서 정치권이 내놓은 해법이라는 것이 국민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최근 제시한 이른바 ‘버스 하우스’ 구상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폐버스를 개조해 대학가나 지하철역 인근에 설치하고, 이를 청년들의 임시 주거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내용이다. 이 같은 발상이 전해지자마자 거센 역풍이 불었음은 당연한 수순이다. 정책적 무능을 넘어서, 젊은 세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빈약하고 저급한 인식 수준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번 ‘폐버스 청년주택’ 논란은 치솟는 전월세 가격과 내 집 마련의 꿈조차 꿀 수 없게 만든 고질적인 부동산 난제에 대해 현역 국회의원이 내놓은 대답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가볍고 경솔하다. 청년들이 요구하는 것은 시혜성 임시방편이나 고육지책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주거 사다리의 복원이다. 그러나 황 의원의 제안에는 주택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근본적인 대책이나 정책적 고민이 완전히 결여되어 있다.
오히려 이 황당한 제안은 정치권 스스로가 치솟는 주거 비용 문제를 해결할 정책적 능력이 없음을 자인한 꼴에 다름없다. 부동산 세제와 공급 정책의 실패로 인해 전월세 난이 심화되고 2030 세대의 주거 불안이 극에 달한 시점에서, 국가 정책을 다루는 중진 의원이 낸 해법이 고작 '버려진 버스'를 개조하는 수준이라는 점은 참담함을 느끼게 한다. 수많은 정책 수단과 제도적 재량이 주어진 국회의원이 마치 난민 구호 물자를 배분하듯 청년들의 주거 공간을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 정치의 안일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하고 1차원적인 해법밖에 떠올리지 못하는 무지함과, 청년 세대를 주체적인 국민이 아닌 ‘난민’쯤으로 여기는 몰성찰적 사고가 바로 이런 어처구니없는 대안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해외 사례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운하 선박 리모델링을 언급하며 이를 우리나라 도시 환경과 폐버스에 단순 적용할 수 있다는 착상은 도시와 주거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의 부재를 드러낸다. 안전 문제, 위생 문제, 도시 미관과 생활 인프라 연계 등 주거가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본 요소조차 고려되지 않은 얕은 아이디어를 당당히 대안이랍시고 꺼내놓은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더욱 역설적인 것은 이 같은 발상을 내놓은 황희 의원의 이력이다. 황 의원은 1967년 전라남도 목포 출생으로,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주거·도시 분야의 명백한 전문가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2월부터 2022년 5월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냈고, 2020년 7월에는 국회 스마트라이프도시포럼 대표의원을 맡는 등 도시 정책과 삶의 질에 관한 의정 활동을 주도해 왔던 인물이다.
도시공학 박사이자 국무위원까지 지낸 주택·도시 분야 전문가의 입에서 나온 대책이 폐버스 개조라는 점은 실소를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학문적 전문성과 국정 운영 경험을 겸비했다는 인물이 내놓은 청년 주거 대책의 수준이 이 정도라면, 그동안 정치권이 선전해 온 도시 재생이나 주거 복지 공약들이 얼마나 허구에 차 있었는지를 스스로 증명하는 셈이다. 이 같은 현실 감각 결여는 학위나 이력으로 포장된 정치인의 식견이 현장 청년들의 삶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명백히 보여준다.
더욱 가관인 것은 논란이 확산되자 보여준 황 의원의 후속 대응이다. 거센 비판과 비난 여론이 일자, 그는 자신이 소셜미디어에 올렸던 글을 슬그머니 삭제하고는 "아이디어 차원"이었다며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았다. 정책 수요자인 청년들의 삶이 걸린 주거 문제를 검증되지 않은 가벼운 입담이나 일회성 '아이디어' 정도로 취급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자신의 제안에 대해 당당히 설명하고 정책적 타당성을 입증하거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했어야 마땅하다. 논란이 불거지자 글을 지워버리고 한 걸음 물러서는 안일하고 무책임한 태도는 청년들의 상처받은 주거권을 두 번 짓밟는 행위에 다름없다.
정치권이 청년 세대에게 건네야 할 것은 버려진 버스의 운전석이 아니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직장 근처의 안전한 주거지, 합리적인 임대료로 오래 거주할 수 있는 정식 주택, 그리고 노력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다. 버려진 구조물에 청년들을 가둬두고 그것을 '신속하고 예산이 적게 드는 영리한 해법'으로 포장하며, 논란이 되면 슬그머니 삭제하는 태도는 청년 세대에 대한 기만이자 모욕이다.
이번 폐버스 주택 논란은 단순히 한 국회의원의 말실수나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이는 청년 문제를 임기응변식 시혜나 임시방편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정치권 전반의 부실한 인식과 정책적 무능이 응축되어 터져 나온 사건이다.
청년은 시혜의 대상도, 정책 실패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난민도 아니다. 근본적인 주거 시장 개혁 없이 1차원적인 땜질식 구상과 무책임한 변명으로 청년들의 눈을 가리려 하는 한심한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 황희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은 청년들의 주거 불안을 정략이나 가벼운 입담으로 소비하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제대로 된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기 위한 대대적인 정책적 반성과 전환에 나서야 할 것이다.
uappl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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