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경기도지사는 하늘을 보기 전에 땅을 먼저 보라

장기영 기자

등록 2026-10-21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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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공항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말 한마디가 불을 붙였다. 지난 19일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장이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경기국제공항 추진을 다시 꺼냈다. 중단됐던 연구용역도 재개했다고 밝혔다. 이유는 두 가지다. 반도체 수출 물류, 그리고 도민의 공항 접근성.


반응은 빨랐다. 소셜네크워크에서는 들끓었다.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짧았다. "김포는 경기도 아니냐." 같은 질문이 수십 번 되풀이됐다. 거친 욕설도 섞였다. 그러나 욕을 걷어내고 보면 남는 질문들이 있다. 그 질문들이 이 정책의 약한 고리를 정확히 짚는다.


추 지사가 내세운 숫자는 82분이다. 경기도민의 평균 공항 접근 시간이다. 서울 40분, 인천 38분보다 길다는 것이다.


숫자는 사실일 수 있다. 문제는 해석이다. 경기도는 서울을 둘러싼 거대한 고리다. 연천에서 평택까지, 가평에서 안산까지 넓다. 평균이 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새 공항을 어디에 지어야 그 평균이 줄어드는가.


한 누리꾼은 이렇게 적었다. "인천 가서 타. 지하철도 빵빵한데." 또 다른 이는 "공항버스만 타면 되는 걸 뭔 공항 타령"이라고 했다. 후보지는 화성, 평택, 이천이다. 의정부나 파주 주민에게 화성 공항은 가까운 공항이 아니다. 고양이나 부천 주민은 이미 김포와 인천이 코앞이다.


지방의 시선은 더 날카롭다. "지방에서는 새벽바람에 첫차 타고 인천까지 가는데." "전라도와 경상도에서 인천공항 갈라믄 4시간 걸린다." 82분이 길다는 호소는 이들에게 어떻게 들릴까. 수도권의 불편이 지방의 불편보다 앞선다는 말로 들린다.


접근성이 문제라면 답은 길에 있다. 한 댓글이 그 점을 짚었다. "차라리 공항까지의 접근을 편하게 교통편을 고민하지." 철도와 버스 노선을 늘리는 일. 공항을 새로 짓는 일보다 싸고 빠르다.


이번 논란이 유독 뜨거운 이유는 따로 있다. 시점이다.


추 지사는 취임 뒤 재정 비상을 선언했다. 감액 추경을 편성했다. 민생 예산이 깎였다. 소방 예산을 두고 '재정 빨대'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그 직후에 수조 원짜리 공항 이야기가 나왔다.


댓글은 이 모순을 놓치지 않았다. "돈 없다며?" 이 네 글자가 가장 많이 반복된 비판이다. "소방이 재정빨대라고 말하더니… 거기에 공항?" "복지예산 삭감하면서 공항타령." "중증장애인 지원도 없애더니." "서민 약자 예산 다 깎아서 필요도 없는 공항 짓게?"


한 누리꾼은 짧게 정리했다. "공항은 재정빨대가 아닌가봐요?" 다른 이는 "파산한다면서 공항이 애기 용돈으로 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물론 공항은 국비 사업이다. 경기도 곳간에서 전부 나가는 돈은 아니다. 그러나 도민은 그렇게 나눠 생각하지 않는다. 한쪽에서 허리띠를 졸라매라 하고, 다른 쪽에서 큰 그림을 그린다. 그 순간 정책은 설득력을 잃는다. 숫자보다 앞서는 것이 신뢰다. 도지사는 그 순서를 거꾸로 밟았다.


지방공항의 성적표는 이미 나와 있다.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14개 공항 가운데 10곳이 적자다. 최근 5년 누적 영업손실이 5,500억 원을 넘는다.


댓글은 이를 생활의 언어로 옮겼다. "벼 말리는 무안공항, 고추 말리는 양양공항 꼴을 봐야 하겠네." "지방공항 활주로 고추 말리고 있다." 냉소 섞인 제안도 있다. "아예 10만 이상 도시에 1개씩 만들어서 고추도 말리고 족구장도 하고."


국토의 크기를 묻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 좁은 나라에 각 도마다 공항이 하나씩 있으면 뭣 할 건데." "미국 캘리포니아주보다 작은 대한민국이다." "공항이 무슨 시내버스 정류장인가."


지역마다 공항을 원한다. 정치인마다 공항을 약속한다. 그렇게 지어진 공항 상당수가 지금 비어 있다. 경기국제공항은 다를까. 다르다면 그 근거를 먼저 내놓아야 한다. "필요하다"는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땅만 문제가 아니다. 하늘도 문제다.


경기 남부 하늘에는 이미 비행기가 많다. 인천과 김포의 민간 항로가 있다. 수원과 성남의 군 비행장이 있다. 오산과 평택에는 미군 기지가 있다. 화성 후보지는 인천·김포 비행구역과 겹친다. 이천과 평택은 군 작전구역과 부딪힌다.


한 누리꾼의 지적은 구체적이다. "공항을 지으려면 공역도 확인해야 하는데 성남, 수원의 군 비행장은 훈련하지 말라고?" 다른 이는 이렇게 썼다. "성남공항 오산공항 김포공항 인천공항 청주공항. 지금도 충돌사고 안 나는 게 기적이다."


주민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성남 수원에 있는 공항도 인근 주민들이 내보내려고 난리인데, 어디에 지으려는지." "토지보상과 소음, 고도제한에 따른 건축제한 민원을 해결할 수 있겠어?" 경기 남부는 이미 촘촘하다. 한 댓글의 말처럼 "건물이 맞닿아 있을 정도로 조밀한 지역"이다. 외진 곳을 찾으면 접근성이 떨어진다. 가까운 곳을 찾으면 주민이 막아선다.


용역 재개 과정도 개운치 않다. 이 용역은 공정성 논란으로 멈췄었다. 수주 업체 대표 등 임원 두 명이 과거 공항 유치 자문위원이었다. 추 지사는 조사 결과 이해충돌 소지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조사는 경기도 감사위원회의 내부 판단이다. 한 언론은 이를 '내부 면죄부'라고 꼬집었다. 출발선부터 신뢰를 잃은 용역이 도민 공감을 얻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소셜네트워크 댓글들은 더 노골적이다. "용역비 빼먹으려는 꼼수?" "이권 사업이 필요한 거냐?" "공항부지 확정 직전에 그 땅 차명으로 매입해서 보상금 꿀꺽하는 범죄자가 없기를." 지나친 의심일 수 있다. 그러나 의심을 부른 것은 절차다. 외부의 독립적 검증 없이 재개를 선언했다. 그 빈틈으로 불신이 스며든다.


댓글들은 거칠었다. 막말이 넘쳤다. 정책 비판과 상관없는 조롱도 많았다. 반대편 목소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소방 발언의 취지를 변호했다. 소방이 국가직이 됐는데도 예산은 지자체가 진다는 문제 제기였다는 것이다. 다른 이는 "추미애만큼 대의를 위한 강단과 소신을 가진 정치인을 본 적이 없다"고 썼다. 차분한 의견도 있다. "용역을 재개한다고 하니, 결과에 따라 추진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는 댓글이다.


경기도의 논리에도 일리는 있다. 국내 반도체 매출의 76%가 경기도에서 나온다. 그런데 반도체 항공 수출의 98%는 인천공항을 거친다. 인천공항이 2030년대에 다시 포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공항은 10년 넘게 걸리는 사업이다. 미리 준비하자는 말 자체는 틀리지 않다.


그러나 준비와 선언은 다르다. 준비는 데이터로 한다. 선언은 말로 한다. 인천공항 확장으로 감당할 수 없는가. 화물 전용 시설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공역 문제는 풀 수 있는가. 적자는 누가 메우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말이 안 된다"고 외치면 그 말이 되돌아온다.


추 지사는 말했다. "경기도에 공항이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댓글은 같은 문장으로 답했다. "돈이 없다면서 공항을 짓겠다는 건 말이 되냐." "경기도지사가 이런 말을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말이 되는지는 숫자가 가린다. 공항이 필요한지는 공역과 수요와 재정이 가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확신에 찬 선언이 아니다. 외부의 엄정한 검증이다. 도민이 원하는 것은 새 활주로가 아닐 수 있다. 깎인 소방 예산, 끊긴 복지, 막힌 출퇴근길. 하늘을 보기 전에 땅을 먼저 보라는 요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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