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미 K3 충격과 시진핑의 WAIC 선언, 미·중 AI 패권 전쟁의 새 국면

장기영 기자

등록 2026-07-19 20:13

제미나이 이미지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문샷AI(Moonshot AI)가 2026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신규 AI 모델 '키미(Kimi) K3'를 전격 공개하며 글로벌 AI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딥시크(DeepSeek) 쇼크에 이어, 중국 AI가 단순한 가성비를 넘어 성능에서도 미국 빅테크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키미 K3는 매개변수(파라미터) 2조 8000억 개를 갖춘 세계 최대 규모의 오픈웨이트(가중치 공개) AI 모델이다. 문샷AI는 오는 27일 가중치를 완전히 공개해 전 세계 개발자와 기업들이 각자 목적에 맞게 미세조정(파인튜닝)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글로벌 AI 성능 분석업체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지능 지수 평가에 따르면, 키미 K3는 57점을 기록하며 앤트로픽의 '클로드 페이블 5'(60점), 오픈AI의 'GPT-5.6 솔'(59점)에 이어 3~4위권에 올랐다. xAI의 그록 4.5(54점)나 구글의 제미나이 3.5 플래시(50점)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빅테크 모델들을 제친 결과이며, 앤트로픽의 또 다른 모델인 '클로드 오퍼스 4.8'(56점)과도 엇비슷하거나 근소하게 앞서는 수준이다. 


다만 앤트로픽의 최상위 라인업은 오퍼스가 아니라 페이블 계열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참고로 앤트로픽은 자사 모델의 매개변수 규모를 공식적으로 공개한 적이 없어, 오퍼스나 페이블 시리즈의 정확한 파라미터 수는 업계 추정치일 뿐 확인된 사실은 아니다.


특히 웹 개발 및 장기 작업형 코딩 역량에서는 글로벌 AI 성능 비교 플랫폼 '아레나'에서 클로드 페이블 5와 GPT-5.6 솔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해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UC 버클리 교수이자 아레나 설립자인 이온 스토이카는 "과거 미·중 간 AI 기술 격차가 6~9개월이었다면 이제는 2~3개월 수준으로 좁혀졌다"고 분석했다.


업계가 키미 K3의 등장에 극도로 긴장하는 이유는 이 모델이 가중치를 외부에 전면 개방하는 '오픈웨이트'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폐쇄형(클로즈드 소스) 유료 API 생태계를 구축해 온 오픈AI와 앤트로픽에 강력한 가격 인하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성능 오픈 모델의 확산은 값비싼 미국산 API에 의존하던 글로벌 AI 스타트업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기능적인 측면에서도 키미 K3는 단순한 질의응답을 넘어 자율적으로 장기 세션을 이어가는 '지식 노동 에이전트'에 초점을 맞췄다. 거대한 소스코드 저장소를 탐색하고 터미널 도구를 직접 제어하는가 하면, 시각적 추론을 결합해 스스로 모션 그래픽 해설 영상을 제작하고 영상 편집까지 수행하는 네이티브 멀티모달 능력을 입증했다.


키미 K3의 파장은 금융시장으로도 번졌다. 


미국이 고성능 AI 모델의 수출 통제와 접속 제한 등 규제를 가하는 사이 중국이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격차를 좁혀오자,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 등 미 AI 반도체 주가가 일제히 급락하며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가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하는 기술적 약세장에 진입했다. 


다만 이 급락은 키미 K3 하나만의 영향은 아니다. 알파벳·메타·아마존·오라클 등 빅테크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발행한 대규모 채권(약 3000억 달러 규모)에 대한 부담이 채권시장에서 동시에 불거지며 하이퍼스케일러의 막대한 투자가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회의론과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실제로 SOX는 고점 대비 20% 넘게 빠졌음에도 연초 대비로는 여전히 60%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어, '폭락'이라기보다는 급등 이후의 과열 조정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도 있다.


이처럼 미국 빅테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든 키미 K3의 화려한 등장과 맞물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WAIC 2026 개막식 기조연설자로 나선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8년 대회 출범 이후 시 주석이 WAIC 개막식에 직접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2024·2025년에는 리창 총리가 참석), 이는 중국이 AI를 국가 최우선 의제로 격상시켰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시 주석의 연설은 단순한 과학기술 독려가 아닌, 기술적 돌파구를 마련한 중국 AI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글로벌 거버넌스의 판도를 바꾸겠다는 국가적 선언이었다.


시진핑 주석의 기조연설은 스마트 혁신을 통한 공동 번영, 안전하고 통제 가능한 안심 거버넌스, 그리고 개방과 포용의 글로벌 협력 생태계 조성이라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됐다. 겉으로는 전 인류의 복지와 개발도상국의 권익을 대변하는 포용적 다자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키미 K3와 같은 강력한 무기를 쥐고 미국 중심의 기술 동맹과 대중국 압박 정책에 정교하게 반격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첫 번째 원칙인 '공동 번영'에서 시 주석은 AI 기술이 특정 국가의 전유물이 아닌 인류 공동의 자산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는 첨단 반도체 수출 통제와 기술 장벽을 통해 중국의 기술 고립을 시도하는 미국을 정면으로 겨냥한 발언이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디지털 장벽' 해소를 언급하며 기술 지원을 약속한 대목은 키미 K3의 오픈 소스화 전략과 정확히 궤를 같이한다. 실제로 중국은 향후 5년간 개발도상국에 AI 관련 연수·훈련 기회 5000건을 제공하고, 자국의 기상 조기경보 프로그램 '마쭈'를 30개국에 적용하겠다는 구체적 공약도 함께 내놓았다.


미국 빅테크가 유료 API 장벽을 치고 고수익을 올리는 사이, 중국은 성능이 입증된 초거대 AI 모델의 가중치를 전 세계에 무료로 개방함으로써 이른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중남미·아시아·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를 중국 중심의 개방형 기술 생태계로 끌어들이겠다는 선언이다.


두 번째 원칙인 '안심 거버넌스'와 '인류 중심, 선을 위한 AI(AI for Good)' 원칙은 중국이 더 이상 글로벌 표준 설정의 구경꾼에 머물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다.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딥페이크 등 AI의 부작용을 언급하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글로벌 안전 표준 체계 구축을 제안한 것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주도하는 AI 규제 담론에 맞불을 놓겠다는 의미다.


세 번째 원칙인 '개방과 포용'에서 가장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메시지가 드러났다. 시 주석은 "인위적인 기술 봉쇄나 디커플링(공급망 분리)은 인류의 기술 진보를 저해할 뿐"이라며 미국의 디커플링 및 디리스킹(위험 제거)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리고 이 원칙은 단순한 수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제도화로 이어졌다. 


중국은 이번 WAIC를 계기로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를 정식 출범시켰으며, 러시아·벨라루스·세르비아·쿠바·브라질·베네수엘라 등을 포함한 29개국이 설립 협정에 서명했다. 시 주석은 이를 "세계 AI 발전사의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이는 미국 주도의 G7이나 소다자주의 협의체, 또는 UN 중심 국제기구와도 구별되는, 사실상 중국이 발언권을 쥔 독자적인 국제기구를 통해 글로벌 거버넌스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명확한 실행 전략으로 해석된다.


중국의 이 같은 공세적 다자주의와 오픈 소스를 앞세운 전략에 맞서는 미국의 AI 정책은 '국가 안보 확립'과 '민간 중심의 압도적 기술 우위 유지'라는 두 가지 핵심 축으로 움직인다. 미국 정부는 AI를 순수한 경제적 도구가 아닌, 국가 안보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인식하고 전방위적인 대응책을 쏟아내고 있다.


다만 미국의 AI 정책 기조는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바뀌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강력한 AI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이 안전 테스트(레드팀 테스트) 결과를 정부와 공유하도록 의무화하는 등 국가 안보 차원의 통제를 강화한 'AI 안전·안보에 관한 행정명령'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월 취임 첫날 이 행정명령을 전면 폐지했고, 사흘 뒤 '인공지능 분야 미국의 리더십에 대한 장벽 제거'라는 정반대 기조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현재 미국의 AI 정책은 안전·투명성 규제보다 민간의 자율적 혁신과 규제 완화를 통한 '기술 우위 유지'에 훨씬 더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재편된 상태다.


동시에 미국은 해외로의 기술 유출을 차단하는 데는 여전히 사력을 다하고 있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을 통해 엔비디아, AMD 등의 첨단 AI 반도체 및 제조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시 주석이 연설에서 비판한 '인위적인 기술 봉쇄'의 실체이기도 하다. 미국은 기술 공급망을 동맹국 중심으로 재편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을 통해 중국의 AI 독자 자생력을 꺾겠다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즉 현재 미국의 AI 정책은 '안보 규제는 유지하되 민간 혁신에 대한 정부 개입은 최소화한다'는 이중 구조로 요약할 수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앤트로픽 등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기술을 고도화할 수 있도록 시장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기초 과학 연구에 정부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미국은 이 폐쇄형 생태계의 유료 API를 통해 전 세계 AI 시장의 표준을 선점하려 해왔다.


키미 K3의 등장에 맞물린 시 주석의 연설과 미국의 정책을 비교 분석하면 양국의 AI 전략은 거버넌스의 주체, 기술의 목적, 그리고 글로벌 협력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첫째, 거버넌스와 생태계 주도권을 둘러싼 동상이몽이다. 


중국은 다자주의와 평등한 참여권을 내세우지만, 이는 실제로는 UN 같은 기존 국제기구보다 자신이 새로 만든 WAICO를 통해 미국 중심의 기술 규제 진영을 무력화하려는 전략에 가깝다. 동시에 성능이 입증된 초거대 AI 모델의 가중치를 오픈 소스로 과감히 개방함으로써 미국 빅테크의 API 독점 체제를 뒤흔들려 한다. 반면 미국은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EU, 한국, 일본 등) 중심의 협의체를 통해 민주주의적 가치와 인권을 존중하는 AI 규범을 정립하고자 하며, 폐쇄형 생태계 안에서 기술 헤게모니를 유지하려 한다.


둘째, 기술을 바라보는 목적 자체가 다르다. 


중국은 AI를 산업 전반의 융합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규정하며, 키미 K3를 통해 '에이전트' 중심의 실용적 네이티브 멀티모달 능력을 전 세계 개발자들에게 무상으로 쥐여주며 중국발 인프라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기술적 우위가 곧 군사적·안보적 패권과 직결된다고 보고 리스크 관리에 우선순위를 둔다. 다만 앞서 살펴본 대로 최근 미국의 정책 무게중심은 '규제를 통한 리스크 관리'에서 '자율적 혁신을 통한 우위 유지'로 다소 이동한 상태다.


셋째, 글로벌 연대 방식의 차이다. 


중국은 미국의 봉쇄를 뚫기 위해 '디지털 장벽 해소'라는 명분과 WAICO라는 구체적 제도를 동시에 앞세워 개발도상국에 손을 내밀고 있다. 문샷AI의 파격적인 오픈웨이트 정책은 이를 실현할 강력한 무기다. 반면 미국은 첨단 기술의 확산을 엄격히 통제하면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들과만 가치 사슬을 공유하는 '폐쇄적 동맹 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다.


상하이 WAIC에서 울려 퍼진 시진핑 주석의 메시지와 키미 K3의 충격적인 등장은 명확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강력한 AI 반도체 수출 통제 속에서도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격차를 2~3개월 수준으로 좁혀왔으며, '오픈 소스'와 'WAICO를 통한 글로벌 사우스 연대'라는 구체적인 카드로 미국 중심의 기술 질서에 실질적인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미 AI 반도체 주가의 조정과 기술적 약세장 진입은—비록 하이퍼스케일러 채권시장 부담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 하더라도—금융시장이 체감하는 중국 AI의 실질적 위협을 방증한다.


이러한 미·중 기술 패권 전쟁은 한국에게 거대한 도전이자 위기다. 미국 중심의 안보 체제와 공급망에 동참하면서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의 기술적 추격과 생태계 확장 흐름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빅테크가 기술 우위를 지키기 위해 자본 투자를 확대하며 방어벽을 칠 때, 중국은 오픈웨이트와 WAICO 같은 제도적 장치를 무기로 전 세계 스타트업 생태계를 파고들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가치 동맹을 공고히 하여 첨단 반도체 및 핵심 원천 기술에 대한 접근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중국이 개방형 무기로 선점하려는 글로벌 사우스 시장이나 틈새시장에서 독자적인 거점을 확보해야 할 필연적 위치에 놓여 있다. 


미·중 양국의 기술 민족주의와 생태계 전쟁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글로벌 표준 제정 과정에서 중재자 역할을 강화하고, 우리만의 독자적인 초거대 AI 플랫폼 역량과 에이전트 기술을 내재화하는 철저한 실리적 균형 외교가 필요하다.


장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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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자2024-09-09
오픈일자2024-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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