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산 양오승 지음, 좋은땅출판사, 568/632/568쪽(1→3권 순서), 1만6800원(전권 동일)
좋은땅출판사가 ‘쇠똥섬’(전 3권)을 펴냈다.
이 작품의 출발점에는 1962년 8월 28일 순천 대수해 당시 마을 사람들 사이에 전해 내려온 한 여인의 사연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을 뒤로하고 다른 곳으로 시집간 여인이 대홍수에 휩쓸려 기절한 상태로 초가지붕을 타고 떠내려가다가 순천만 바다에서 첫사랑의 남자에게 구조됐다는 이야기다. 저자는 세월이 흐르면서 잊힐 수 있는 이 사연을 소설로 남기고자 했다. 그렇게 한 지역의 구전 이야기는 일제강점기부터 해방과 전쟁, 전후 한국 사회에 이르기까지 여러 세대의 삶을 그리는 장편소설로 확장되었다.
‘쇠똥섬’이 보여 주는 시대의 모습은 역사적 사건 자체보다 그 세월을 견뎌 낸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가깝다. 부모와 헤어진 뒤 가난과 머슴살이를 버티면서 살아야 했던 김상도의 삶 속에는 일제강점기 농촌의 고단한 현실이 담겨 있고, 다음 세대인 김만수와 봉서락, 연일수의 성장 과정에는 전쟁과 사회적 혼란 속에서도 이어지는 우정과 이웃의 정이 녹아 있다. 특히 순천 일대의 지명과 토박이말, 음식과 농사, 바닷일 등은 작품에 구체적인 생활의 질감을 더한다. 인물들이 주고받는 말과 먹고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은 거대한 역사 서술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되살리며, 소설을 한 지역의 생활문화와 기억을 담은 이야기로 읽게 한다.
작품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개인의 뜻만으로 결정할 수 없었던 사랑과 삶의 방향이다. 어린 시절부터 인연을 이어 온 김만수와 봉서락은 서로를 향한 마음을 품지만 혼인 관습과 가족의 압박, 생계와 책임이라는 현실 앞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엇갈림이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다. 인물들은 저마다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키우며 살아가고, 한때 멀어졌던 관계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 다시 이어진다. 특히 순천만의 쇠똥섬은 생업을 이어 가는 터전이자 헤어진 사람들을 다시 만나게 하는 장소로 등장한다. 이 공간을 중심으로 사랑과 상실, 생존과 재회의 기억이 겹쳐지면서 한 사람의 사연은 여러 가족과 세대가 함께 만들어 온 삶의 이야기로 넓어진다.
총 3권으로 구성된 ‘쇠똥섬’은 1권에서 김상도의 고난과 다음 세대의 성장을, 2권에서 청춘의 사랑과 현실적인 선택을, 3권에서 오랜 인연의 재회와 자녀 세대로 이어지는 삶을 담아낸다. 세 권에 걸쳐 등장인물들이 나이를 먹고 삶의 자리를 옮기는 동안 독자는 한 가족의 변화와 함께 한국 사회가 지나온 시간도 살펴볼 수 있다. 전남 순천 출신으로 철도청에서 근무했던 목산 양오승 저자는 지역에 남아 있던 사연과 생활의 풍경을 바탕으로 평범한 사람들이 견뎌 온 세월을 소설로 엮었다. ‘쇠똥섬’은 잊혀 가는 이야기를 다음 세대에 전하고, 역사 속에서 이름 없이 살아간 사람들의 사랑과 희생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쇠똥섬’(전 3권)은 교보문고, 영풍문고, 예스24, 알라딘, 인터파크, 도서11번가 등에서 주문·구매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