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난 금요일이었습니다. 오전 약속을 마치고 나니 오후 약속과 시간이 많이 비어 있었습니다. 뭐할까 하다가 어머니와 점심을 먹기로 했습니다. 일산의 번개돌이 GTX-A를 타고 어머니 댁으로 갔습니다.
왜 왔냐고 물으시길래 엄마랑 점심 먹으러 왔다고 하니 거창한 거 먹으러 가자고 하십니다. 이제 거창한 메뉴를 정하기만 하면 됩니다. 어머니는 장어를 먹자고 하십니다.
나 - 장어는 그제 누나랑 드셨잖아.
어머니 - 그럼 갈비 먹을까?
나 - 갈비는 나랑 화욜날 먹었잖아.
어머니 - 그럼 뭐 있나? 오리 먹을까?
나 - 오리는 며느리랑 일욜날 먹었잖아!
어머니 - 그럼 도대체 뭘 먹나? 쫌 거창한 거 먹을라고 했드만 다 먹었네!
더 이상 먹을 게 없다는 생각에 쫌 우울하다 번개처럼 추어탕이 떠오릅니다.
나 - 엄마 추어탕 어때?
어머니 - 그래 좋네, 그럼 추어탕 먹으러 가자.
어머니와 단골 추어탕 집에 갔습니다. 장사가 잘되는 이 추어탕 집은 입구에 손님들 먹으라고 뻥튀기 기계를 뒀습니다. 쉼없이 뻥튀기가 튀겨져 나오고, 손님도 쉼없이 뻥튀기를 들고 나갑니다.
들어가실 때부터 공짜라고 뻥튀기 몇 개 드셨는데 나올 때 또 한 손 가득 들고 나오십니다.
나 - 뭔 뻥튀기를 그렇게 많이 들고 오셔?
어머니 - 기달려 봐라 줄 데가 있다.
어머니는 연신 밀려오는 손님들 주차 안내를 하던 추어탕 사장님께 가시더니 뻥튀기 몇 개를 건네십니다. 그리고 안 드시겠냐고 물어보십니다. 사장님은 한참 웃으시며 어머님 많이 드시라고 하고요. 어머니의 인류애에 저는 또 놀랍니다. 과수원 주인에게 떨어진 사과 주워 한입 드시겠냐고 권할 분이란 걸 새삼 또 느낍니다. ㅎㅎ
차로 돌아오신 어머니가 다시 가게로 가신다고 하더군요. 왜냐고 물으니 뭐 좀 가지러 갈 게 있다고 하십니다. 잠시 후 뻥튀기 세 개를 더 가져오신 어머니가 한마디 하십니다.
어머니 - 아이고~ 사람들이 공짜라고 뻥튀기를 얼마나 가져가는지...
나 - (웃으면서) 엄마도 갖고 나오셨잖아요~ㅎㅎ
어머니 - 내 니한테 맨날 얘기 안 하나! 사람 다 똑같다고~
차 출발하면서 한참 웃었습니다. 3개 더 들고 온 뻥튀기 제게 주시면서 며느리 갖다 주라고 하십니다. 어머니 덕분에 많이 웃었고, 호수공원 산책까지 하고 나니 오후 약속 시간도 딱 맞췄습니다~~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