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길눈은 좋아지지 않을까요? 아직도 집만 잘 찾아오고 나머지는 영~ 아닙니다. 얼마 전 에일리와 이렇게 얘기했죠.
나 - 난 행운아인가 봐?
에일리 - 왜?
나 - 내가 길치인 거 알고 딱! 맞춰서 네비가 나오잖아! 내가 옛날에 태어났다면~~ 길 엄청 헤멨을 걸?
에일리 - 행운아 아니고 그냥 길치야. 옛날엔 1번 국도밖에 없어서 길을 잃을 수도 없었음...
그리고 잠시 쳐다보다가...
에일리 - 자기는 외길에서도 길 잃을 수 있겠다! ㅎㅎ
나 - 우쒸~~~^^;
길치 관련 포스팅이 다시 떠서 재탕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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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가는 발길 가야산에 닿았고
화엄사 가는 발길 해인사에 닿았네
이 시가 무슨 시인고 하니...ㅎㅎ
15~6년 전일 겁니다. 아이들과 함께 지리산을 걷기로 했습니다. 에일리와 산장도 예약하고 짐도 꾸려 지리산으로 출발했죠. 네비도 안 켜고 출발하는 제게 에일리는 길도 낯선데 네비를 켜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하더군요. 그때 제가 이렇게 말했죠.
- 뭐야! 나 무시하는 거야? 나 인간 네비야 인간 네비... (길눈 어두운 제가 왜 저렇게 뻥쳤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됩니다...ㅠㅠ)
그리고 저는 대전-통영을 탔는지 어쨌는지, 다시 가라면 못 찾아 가는 길로 몇 시간 차를 몰아 지리산으로 갔습니다. 도착해 고개를 들어 보니 지리산은 어디가고 장엄한 가야산 산세가 저희를 품에 안고 있더군요. 도착한 곳은 전라남도 구례군 토지면 노고단이 아닌 경상남도 합천군 가야면 가야산이었습니다. ㅠㅠ
노고단을 향해 왔다가 가야산에 도착한 황당한 상황을 맞이한 에일리와 아이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다 저를 놀리기 시작합니다.
- 인간 네비라며?
- 몸치에 이어 길치도 국가대표?
위에 있는 시도 당시 저를 놀리기 위해 창작된 순수시가 아닌 참여시입니다. 워낙 긍정적인 사람들이라 에일리와 애들은 가야산을 지리산 삼아 올랐고 해인사를 화엄사 삼아 탐방을 했습니다.
가야산을 오르던 누나들이 저 놀리느라 '아빠 지리산 끝내준다'는 얘기를 진담으로 들은 5살 겜돌이는 '아빠 나도 지리산 좋아'를 연발하고...ㅠㅠ 잘난척 하려다 인생 흑역사를 제대로 찍었습니다.
이 오래된 이야기를 다시 꺼낸 이유는 제가 이번에 따끈따끈한 흑역사를 새로 찍었기 때문입니다... ㅠㅠ
오랜만에 큰아이가 휴가를 내고 왔기에 지방에서 학교 다니는 둘째는 빼고 에일리, 겜돌이, 큰애, 큰애 남친 이렇게 다섯이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목적지는 제주였죠. 가는 길에 배에서 일출을 보려고 갈 때는 배로, 올 때는 항공으로 교통편을 예약했습니다.
지난 8월초 배편, 항공편, 렌트, 팬션을 모두 예약하며 '난 이런 거 미리미리 해놓지 닥쳐서 예약하는 사람 아니야'라며 폼도 쫌 잡고 그랬었죠. 에일리도 어이구 착해! 칭찬도 했고요. 드디어 지난 주 수요일 오후 일행을 모두 데리고 배가 뜬다는 인천연안부두 여객터미널로 갔습니다. 여행에 대한 기대를 잔뜩 품은 채 말입니다. 그런데... 터미널에 사람이 하나도 없는 겁니다. 배도 없고요...엥, 뭔일?
이유를 들어 보니 배가 고장나 몇 달째 배가 뜨지 않고 있었답니다. 그래서 예약한 승객에게는 문자로 모두 알리고 환불처리까지 완료했다네요. 그래서 제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근데 왜 저만 환불도 안해주시고, 알려주지도 않으셨나요?'했더니 당황한 직원은 한참 컴퓨터를 보다가 '손님은 예약만 하고 결재를 하지 않아 자동 취소되셨습니다' 하는 겁니다. 이럴 수가 결재하고 확인 통화까지 했다고 생각했는데 제 착각이었습니다. 돈도 안 내고 배를 타러 왔다니...ㅠㅠ
아...뭔가 또 흑역사가 시작됐다는 느낌이 제대로 들더군요 ㅠㅠ 이 난관을 어찌 넘길까... 급하게 담날 아침 비행기를 예약하고 수습 국면으로 들어가는데 허탈한 표정을 짓던 에일리와 큰애는 배편 예약 불발에 대한 죗값으로 근사한 저녁과 함께 긴 시간 놀림 대상이 되는 걸 흔쾌히 받아들이라고 하더군요...
- 네..네..그러겠습니다 ㅠㅠ
제주에 도착해 렌트한 차를 찾아 오는데 큰애가 놀립니다.
- 우와~ 아빠가 렌트한 차가 제주도에 있었네! 깜놀~
펜션에선 또 에일리가 이럽니다.
- 펜션도 완도가 아니라 제주도에 예약한 게 맞아! 완전 멋진데~~
큰애가 결정타로 스트레이트 정타를 먹입니다.
- 아빠가 해운에 약해서 그렇지 나머지는 잘해. 엄마! 이정도 남자 드물어 결혼 잘했네~~ㅋㅋ
이걸 맞고도 끝까지 버티고 있는데, 돌아오는 공항 티켓팅을 하던 막둥이 겜돌이의 깊숙한 펀치에 저는 완전히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 엄마! 다섯 명 모두 비행기 예약된 거 확인. 우리 다 서울 갈 수 있음. 아빠 쫌 멋진데...
아...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