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의 수백억 이익인가, 150만 명의 안전한 식수인가

아모스 기자

등록 2026-09-22 12:16

산황산 바로 곁에는 고양·김포·파주 등 수도권 서북부 주민 150만 명의 생명수를 책임지는 고양정수장이 자리하고 있다. 골프장에서 3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다. 골프장 잔디 관리에는 필연적으로 제초제와 살충제 같은 화학 약제가 대량으로 투입된다.

22일 고양시청 앞에서 개최된 산황산 골프장증설 반대 미사=뉴탐사 NewTamsa 현장라이브


경기 고양시 도심 한복판에는 30년에서 많게는 50년에 이르는 활엽수들이 뿌리를 내린 숲이 있다. 바로 산황산이다. 면적은 약 49만 9천㎡, 평수로 따지면 15만 평에 달하는 이 녹지는 오랫동안 지역 주민들에게 '도심 속 허파'로 불려왔다. 미세먼지를 걸러내고 여름철 열섬을 식혀주는 자연의 공기청정기이자, 다양한 생물이 깃들어 사는 마지막 생태 공간이다. 그런데 이 숲의 북쪽 절반, 약 24만 4천㎡를 이미 9홀 규모의 스프링힐스 컨트리클럽이 차지하고 있고, 이를 18홀로 두 배 가까이 늘리려는 계획이 10년 넘게 지역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개발 찬반 논쟁이 아니다. 


산황산 바로 곁에는 고양·김포·파주 등 수도권 서북부 주민 150만 명의 생명수를 책임지는 고양정수장이 자리하고 있다. 골프장에서 3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거리다. 골프장 잔디 관리에는 필연적으로 제초제와 살충제 같은 화학 약제가 대량으로 투입된다. 비가 내리면 이 약제 성분이 토양과 지하수를 타고 흘러 정수장 인근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18홀로 증설되면 약 8만 평에 달하는 산림이 추가로 훼손되고, 대규모 지하수 취수로 인근 지하수원이 고갈될 위험도 함께 커진다. 지역 주민들이 이 사업을 두고 "150만 명의 식수원에 대한 테러"라는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0년을 끌어온 갈등, 그리고 기습적인 인가


이 갈등의 뿌리는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부터 주민과 시민단체는 골프장 증설이 몰고 올 수질·토양 오염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고양시의회도 이 문제에 여러 차례 제동을 걸었다. 2023년 10월에는 골프장 증설 반대와 도시계획시설 폐지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고, 이듬해에는 재적 의원 34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해제 권고안'을 역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의회로부터 이러한 해제 권고를 받으면 1년 이내에 도시·군 관리계획 결정을 통해 이를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취지다.


그러나 전임 이동환 시장 체제의 고양시는 이 권고를 사실상 묵살했다. 의회에 별다른 소명조차 하지 않은 채, 2025년 6월 11일 골프장 실시계획인가를 전격 결정했고 17일 이를 고시했다. 10년 넘게 이어온 시민사회의 요구와 시의회의 만장일치 의결을 정면으로 거스른 결정이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고양시의회는 같은 달 정례회에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골프장) 해제 권고 미이행 및 기습적 실시계획인가 고시 규탄 결의안'을 과반수 찬성으로 통과시키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의회에서는 여야 간 책임 공방도 뜨거웠다. 골프장 인가의 뿌리가 훨씬 이전 시장들의 결정에서 비롯됐다는 항변이 있었던 반면, 최종 실시계획인가라는 결정적 행정 행위를 내린 것은 명백히 전임 이동환 시장이라는 반박이 맞섰다. 9홀에서 18홀로 규모가 늘어나면 사업자에게는 수백억 원대의 이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정치적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격화됐다.


민선 9기, 다시 시험대에 오른 '직권취소'


시간이 흘러 민경선 시장이 취임한 지금, 이 문제는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민 시장은 후보 시절 산황산 골프장 증설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며, 당선되면 실시계획인가의 절차적 위법성을 재검토하고 그 결과에 따라 '취소를 포함한 전면 재검토'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시민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사업자 측과 보상·부지 전환을 협의하겠다는 구상도 함께 내놓았다.


새 시정이 출범하자 시의회는 곧바로 움직였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을 중심으로 산황동 골프장 증설의 적법성을 들여다보는 행정사무조사 발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도시계획시설 결정 과정의 적정성, 장기미집행 시설 해제 여부 이행 여부, 시민 안전과 환경 훼손 문제 등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제스처가 아니라, 실제로 인가 처분에 뒤집을 만한 절차적·법률적 하자가 있었는지를 규명하겠다는 시도다.


여기에 더해 눈여겨볼 대목이 하나 있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이 사업의 공익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토지수용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골프장 증설 반대 운동에 참여해온 한 지역 목회자는 이 점을 들어 "사업의 정당성 자체를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적 기관조차 공익성을 인정하지 않은 사업이, 150만 명의 식수원을 위협하면서까지 강행될 명분이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물론 이에 대해 사업자 측은 오랜 기간 적법한 행정 절차를 거쳐 사업을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재산권과 행정 신뢰보호 원칙을 주장할 수 있다. 실제로 증설에 찬성하는 지역 주민들도 존재하며, 최근 열린 토론회에는 찬반 양측 주민 300여 명이 몰려 정작 예정됐던 법률 발제조차 진행하지 못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만약 고양시가 직권취소를 강행한다면 사업자와의 법적 분쟁은 사실상 불가피해 보인다. 시의회의 행정사무조사와는 별개로, 골프장 반대 주민들이 제기한 실시계획인가 무효확인·취소 소송도 이미 법정에서 진행 중이다.


무엇을 저울에 올려야 하는가


이 사안이 단순한 지역 개발 민원이 아니라 '대표적 갈등 사례'로 꼽히는 이유는 명확하다. 저울의 한쪽에는 특정 사업자의 수백억 원대 기대 이익과 행정 절차의 연속성이라는 가치가, 다른 한쪽에는 150만 명의 안전한 식수와 도심에 남은 마지막 그린벨트급 자연림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자연환경은 한번 훼손되면 원상회복에 수십 년의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든다. 반면 지하수 오염이나 정수원 오염은 그 피해가 특정 사업자나 인허가권자가 아니라, 아무 관련 없는 150만 시민 전체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리스크의 성격 자체가 다르다.


행정의 신뢰보호 원칙도 물론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그 신뢰보호가 의회의 만장일치 해제 권고를 절차도 없이 묵살하고, 법이 정한 1년의 이행 기한을 넘긴 채 기습적으로 고시된 인가 위에서까지 지켜져야 하는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오히려 절차적 정당성이 의심되는 행정 행위를 '기존 결정이니 되돌릴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추인하는 것이야말로, 더 큰 행정 신뢰의 위기를 부를 수 있다.


민경선 시장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단순하지 않다. 공약을 이행해 인가를 직권취소할 경우 사업자와의 소송전이라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반대로 기존 인가를 유지한다면 시민사회와 지지 기반의 거센 반발, 그리고 스스로 내걸었던 공약에 대한 신뢰 훼손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결정이 단순히 한 정치인의 정치적 부담을 넘어 150만 명의 건강과 안전, 그리고 앞으로 몇 세대에 걸쳐 되돌릴 수 없는 도시 생태 자원의 존폐를 가르는 문제라는 점이다.


고양시에는 이미 한양·서울컨트리클럽(약 36홀), 123 야디지 골프클럽(9홀) 등 다수의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다. 굳이 식수원 바로 곁의 마지막 자연림을 갈아엎으면서까지 골프장 하나를 더 늘려야 할 절박한 공익적 필요가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행정사무조사와 사법부의 판단이 조만간 이어질 예정이다. 그 결론이 무엇이든, 이번 사안이 '적법 절차'라는 형식 논리 뒤에 숨어 실질적 공익을 저버리는 선례로 남아서는 안 될 것이다. 산황산의 나무 한 그루, 정수장의 물 한 방울은 특정 세대나 특정 이해관계자의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그 자리에서 살아갈 모든 이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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