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반기 극장가에서 가장 이례적인 숫자를 만들어낸 영화는 마블도, 픽사도 아니었다. 유튜브 스케치 코미디언 출신인 27세 감독 커리 바커(Curry Barker)가 각본, 연출, 편집을 홀로 맡은 초자연 공포 영화 《옵세션(Obsession)》이었다.
제작비는 단돈 75만 달러. 2024년 10월, 로스앤젤레스에서 단 며칠간의 강행군으로 촬영된 이 작품은 2025년 9월 토론토 국제영화제(TIFF)에서 첫선을 보이자마자 업계를 뒤흔들었다. 포커스 피처스가 TIFF 역사상 장르 영화 최고가인 1,400만~1,500만 달러에 배급권을 사들였고, 공포 명가 블럼하우스 프로덕션의 제이슨 블럼이 총괄 프로듀서로 합류하면서 화제성은 배가되었다.
2026년 5월 15일 북미 개봉 이후 성적은 더 놀라웠다. 전 세계 누적 수익 5억 570만 달러.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않은 명목 기준으로 2026년 흥행 10위, 역대 공포 영화 흥행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제작비 대비 수익률로 따지면 근래 할리우드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수준이다. 포브스는 이 현상을 두고 로튼 토마토 평론가 지수가 90%대 중반을 넘나드는 흔치 않은 흥행·비평 양면 성공 사례로 조명했는데, 로튼 토마토 종합 평은 불쾌한 설정을 짓궂게도 관객을 사로잡는 방향으로 비틀어, 소름 끼치도록 불안하면서 동시에 능숙하게 재미있고 스릴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로 요약된다.
소원을 비는 순간, 모든 것이 뒤바뀐다
이야기는 단순한 전제에서 출발한다. 음반 매장 직원 배런 '베어' 베일리(마이클 존스턴)는 동료이자 오랜 친구인 니키 프리먼(인디 내버레티)을 오래도록 짝사랑해왔지만, 고백할 용기는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부러뜨리면 소원 하나를 들어준다는 낡은 장난감 '원 위시 윌로'를 우연히 손에 넣는다. 좌절과 충동 속에서 베어는 "니키가 세상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고 만다.
문제는 그 소원이 정말로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다만 그것이 베어가 상상했던 형태와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영화는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의 얼굴을 벗고 걷잡을 수 없는 심리적 공포극으로 방향을 튼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예측을 거부하는 전개를 거듭하며 관객을 몰아붙이는데, 다수의 리뷰가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지점이 바로 이 예측 불가능성이다. 고전적인 '몽키스 포' 설화의 구조 위에, 바커는 지극히 현대적인 젠더·관계 서사를 얹었다.
"몽키스 포"를 다시 쓴 젊은 감독의 재능
해외 평단은 대체로 이 신인 감독의 연출력에 놀라움을 표했다. 벨기에의 영화 평론 사이트 온더혼드(onderhond.com)는 상업 공포 장르가 오랫동안 침체기에 머물러 있었다는 전제 아래, 바커가 친숙한 소재 안에서도 신선한 아이디어와 위험을 감수하려는 태도를 지닌 영리하고 젊은 감독임을 확인했다고 적었다. 이 리뷰는 특히 영화가 소원이 실현되기 이전부터 이미 불편한 공기를 조성한다는 점, 크린지 코미디의 어색함을 공포로 치환한 듯한 연출 방식에 주목했다.
로저이버트닷컴의 케이티 라이프는 다소 결이 다른 평가를 내놓았다. 그는 이 영화가 감정적으로도, 잔혹함의 측면에서도 상당히 지저분하게 사방으로 피와 불쾌한 기운을 흩뿌린다고 지적하면서도, 바커가 유튜버 출신다운 감각으로 전통적인 유령의 집식 공포 대신 독자적으로 불안정한 리듬으로 편집된 화면을 구축했다고 평했다. 다만 이 리뷰는 영화 속 전개가 캐릭터와 관객 모두를 향한 감정적 폭력에 대한 아리 애스터적인 취향을 반영한다고 짚으며, 일부 장면은 미국 등급위원회의 NC-17 판정을 피하기 위해 편집까지 거쳤다고 전했다.
로튼 토마토에 올라온 개별 평도 대체로 호의적이다. 유튜브 평론가 페리 네미로프는 이 작품을 "완성형 패키지"라 칭하며 독창적인 콘셉트, 정당하게 웃긴 장면들, 상당한 긴장감, 뛰어난 세트피스를 두루 갖췄다고 호평했고, 블러디 디스거스팅의 미건 나바로는 익숙한 소재가 바커의 손끝에서 충격적이고 불안한 공포의 심연으로 변모한다고 썼다. 루 모그 매거진의 마이클 긴골드는 보편적으로 공감 가능한 감정을 파고들어 관객을 상황 속으로 끌어들인 뒤 초자연적으로 서늘한 방향으로 틀어버린다는 표현으로 극의 구조를 요약했다. 반면 인버스의 리비 스콧은 작품 자체에는 후한 점수를 주면서도, 아드레날린이 가신 뒤에는 더 깊은 알맹이를 바라게 되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모두가 찬사만 보낸 것은 아니다
물론 만장일치는 아니었다. 보수 성향 매체 내셔널 리뷰는 대표적인 반론을 제기한 매체다. 이 리뷰는 영화가 남녀 관계에 대해 오늘날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려워진 어떤 진실을, 다소 유치한 방식으로 형상화하고 있다는 취지의 비판을 내놓으며 영화의 완성도에 물음표를 던졌다. 이는 영화가 과연 여성 혐오적 남성 판타지에 대한 경고인지, 아니면 그 판타지를 은근히 즐기는 작품인지를 둘러싼 해석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온라인 관객 리뷰들 사이에서도 이 지점은 첨예하게 갈렸는데, 한 관람객은 이 작품을 "착한 남자"의 해체로 규정하며, 겉으로는 동정심을 자아내는 패배자였던 베어가 실은 취약함을 감수하지 않으려는 비겁함 때문에 마법이라는 지름길을 택했을 뿐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객은 베어가 니키의 상황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바로잡기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만 다루려 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그를 진짜 빌런으로 지목했다.
다른 관객 역시 비슷한 결의 해석을 내놓았다. 한 리뷰는 이 영화를 두고 원 위시 윌로라는 장치를 통해 한 인간의 자율성이 박탈되는 과정을 그린 우화라 평하며, 베어가 니키의 고통을 인지하면서도 공감하지 못한 채 이기적으로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객은 이 작품이 여성을 실제 사람이 아닌 자신의 환상처럼 대하는 남성들에 대한 경고 이야기라 부르는 것이 안전하다고 썼다.
"무섭다"는 말의 재정의
대다수 관객 리뷰의 정서적 무게중심은 공포 그 자체에 있었다. 한 관람객은 이 영화를 본 뒤에야 비로소 '심리적으로 무섭다'는 말의 의미를 이해했다고 고백했고, 또 다른 관객은 오랜만에 찾아온 최고의 공포 영화라 평하며 웃음과 공포가 종잇장 하나 차이로 교차한다고 적었다. 특히 다수의 리뷰가 언급한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점프 스케어의 완성도였다. 한 관람객은 최근 편향일 수 있다는 단서를 달면서도, 평생 그렇게까지 놀라 몸이 튀어 오른 적이 드물었다고 회상했고, 장면이 다가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피부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다는 감상을 남겼다.
배우들의 연기, 특히 니키 역의 인디 내버레티에 대한 상찬은 거의 모든 리뷰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한다. 한 관객은 그녀의 연기를 "계시"라 표현했고, 다른 리뷰는 그녀의 캐릭터가 완전히 측정되고 평범하게 시작한 뒤 캐리커처를 빠르게 지나쳐 깊은 인상을 남긴다고 평했다. 또 다른 관객은 인디 내버레티의 연기가 오스카에 걸맞은 수준이라 단언하며, 모든 시선과 멈춤, 떨림이 진정으로 무섭고 감정적으로 파괴적으로 느껴진다고 썼다. 시상식 시즌에 이 배역이 다시 언급될 것이라는 예상도 여러 리뷰에서 반복됐다.
20일의 촬영, 한 사람의 손끝에서 나온 영화
관객들이 특히 열광한 지점은 이 모든 완성도가 초저예산·초단기 촬영이라는 제약 속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이다. 자신을 인디 영화 제작자라 소개한 한 관람객은 바커가 직접 각본, 연출, 편집을 모두 맡았다는 점에 경외감을 표하며, 이토록 짧은 촬영 기간 안에 전 세계적인 현상을 만들어낸 것은 놀라운 성취라고 적었다.
이 리뷰는 대본보다도 카메라워크와 편집 속도에서 진짜 마법이 나온다고 짚었는데, 갑작스러운 프레임 전환과 의도적으로 불안한 카메라 각도가 폐쇄공포증에 가까운 심리적 압박감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바커가 연출과 편집을 동시에 맡았기에 의도와 결과 사이의 번역 손실이 거의 없다는 평가도 뒤따랐다.
이러한 평가는 평단의 분석과도 상당 부분 겹친다. 케이티 라이프는 리뷰 말미에서, 바커가 여전히 빠르게 성장 중인 감독이며 전작 《밀크 & 시리얼》이 유튜브 자체 공개작이었던 것과 달리 차기작들은 이미 블럼하우스와 A24 같은 메이저 제작사와의 대형 프로젝트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하며, 앞으로의 작품들이 《옵세션》만큼의 순간을 다시 포착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썼다.
웃음과 공포 사이
《옵세션》이 특히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언급된 지점은 공포와 코미디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한 관객은 이렇게까지 소름 끼치면서 동시에 이렇게까지 웃긴 영화는 기억에 없다고 썼다. 공포·코미디 하위 장르가 오랫동안 고전해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 영화는 웃길 때는 확실히 웃기고 불안해질 때는 확실히 불안해지는 드문 균형을 찾아냈다고 평가했다.
비평가들 역시 이 지점에 주목했는데, 딥 포커스 리뷰는 유머와 다소 섬뜩한 공포의 결합이 만원 극장의 심야 상영에서 특히 강력한 효과를 낸다고 평하면서도, 아이러니한 삽입곡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과 캐릭터들의 입체성 부족을 아쉬운 지점으로 짚었다.
여러 관객 리뷰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이 영화가 단순한 장르물이 아니라 현대인의 고독과 관계에 대한 은유로 읽힐 수 있다는 해석이다. 한 관객은 이 작품이 현대 남성의 외로움과 여성에 대한 강요, 그리고 자유 의지 없는 관계가 결국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는 역설을 다룬다고 분석하며, 자유 의지가 인간을 외롭게 만들지언정 그것이 없다면 절대적인 공허만이 남는다는 역설적인 메시지를 읽어냈다.
또 다른 리뷰는 통제되지 않는 관계, 즉 집착이 순식간에 악몽으로 뒤바뀌는 과정을 통해 오늘날의 낭만적 관계가 지닌 어두운 이면을 반영한다고 평했다. 이러한 해석들은 영화가 단순한 장르적 스릴을 넘어, 소원이 이루어진 이후 두 사람 각자에게 남는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을 암시한다.
미래의 고전이 될 수 있을까
《옵세션》을 향한 헌사에 가까운 리뷰들도 여럿 있었다. 한 관객은 이 작품이 시대를 초월할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촬영 기법 또한 상징적인 장면들을 여럿 만들어냈다고 평했고, 이야기 구조가 정교하게 연구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객은 판타스틱 페스트 2025에서 이 작품이 이미 화제의 중심이었으며, 정식 개봉 이후에도 그 기대를 뛰어넘었다고 회고했다. 로튼 토마토 토마토미터는 이러한 반응들을 반영하듯 90%대 중반의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메타크리틱 점수 역시 대체로 호의적인 평가군에 속한다.
물론 모든 관객이 무결점을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 몇몇 리뷰는 영화의 후반부 전개가 다소 이상하게 느껴졌다거나, 특정 반전이 다소 임의적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결론은 일치했다. 이 영화가 저예산 인디 공포 영화도 얼마든지 메이저 블록버스터급 화제성과 완성도를 동시에 거머쥘 수 있음을 증명했다는 것이다.
헐리우드도 한국 영화계도 주목하는 저예산 영화의 흥행 공식
《옵세션》은 결국 단순한 몽키스 포 변주가 아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는, 초자연적 공포라는 장르적 외피 안에 '착한 남자' 서사에 대한 해체, 동의와 자율성에 대한 질문, 그리고 SNS 시대의 관계적 고독이라는 지극히 현대적인 불안을 함께 욱여넣었기 때문이다. 베어가 부러뜨린 것은 장난감 하나였지만, 그 여파는 두 사람의 관계를 완전히 다른 무언가로 바꿔놓는다.
그런데 이 75만 달러짜리 인디 영화가 5억 달러를 벌어들인 사건은, 단순히 할리우드 안에서만 회자될 이야기가 아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지구 반대편 한국 영화계에서는 정반대의 방향에서 비슷한 질문을 던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다름 아닌 거장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이다.
이 감독은 2025년, 《버닝》(2018) 이후 7년 만에 내놓는 신작의 국내 투자처를 구하지 못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 지원 사업' 다군(제작비 60억~80억원)에 선정되어 15억원의 지원까지 확정된 상태였지만, 정작 극장 개봉을 전제로 한 민간 투자는 끝내 모이지 않았다.
결국 이 감독은 영진위 지원금을 자진 철회하고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조차 상업성이라는 잣대 앞에서 국내 자본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당시 충무로에 작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실제로 영화 제작사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 투자 체력이 이미 바닥나 있어서 상업적인 장르 영화조차 투자받기 어려운 시장 상황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리고 2026년 9월, 《가능한 사랑》은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경쟁 부문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을 거머쥐었다. 이 감독이 2002년 《오아시스》로 감독상을 받은 지 24년 만의 베니스 트로피이자, 2012년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이후 14년 만에 한국 영화가 베니스 본상을 안는 순간이었다.
이 감독은 시상대에서 "이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믿고 제작이 가능하도록 해준 넷플릭스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영화는 이제 내년 3월 아카데미 시상식, 이른바 오스카 레이스에서도 넷플릭스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한국 대표로 나선다.
두 영화는 장르도, 제작 배경도, 지향점도 판이하게 다르다. 하나는 75만 달러로 만들어져 5억 달러를 벌어들인 장르 공포 영화이고, 다른 하나는 거장 감독이 국내 투자 실패 끝에 글로벌 스트리밍 자본의 손을 빌려 완성한 예술영화다. 그러나 두 사례가 공통적으로 가리키는 지점은 뚜렷하다. 오늘날 '좋은 영화'가 세상에 나올 수 있느냐 없느냐는, 더 이상 전통적인 제작·배급 시스템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커리 바커는 유튜브에서 갈고닦은 감각과 최소한의 제작비로 메이저 스튜디오와 배급망의 벽을 뚫었고, 이창동은 국내 자본의 외면 속에서도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창구를 통해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 무대에 다시 설 수 있었다.
한국 영화계는 최근 몇 년간 팬데믹 이후 극장 관객 감소, OTT로의 자본 이동, 중예산 영화의 실종이라는 삼중고를 겪어왔다. 《옵세션》의 성공은 국내 제작 생태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드시 대규모 예산과 스타 캐스팅이 있어야만 상업적 성공과 비평적 성취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명확한 아이디어와 감독 한 사람의 통제된 연출력이 오히려 자본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이창동의 사례는 국내 투자 시장이 회피한 작품을 해외 자본이 거두어 세계적 성취로 되돌려준다는 점에서, 한국 영화 산업이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는 '가능성'을 외부에 계속 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만든다.
결국 두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같은 방향을 향한다. 저예산 장르물이든 거장의 예술영화든, 지금 필요한 것은 작품 자체에 대한 믿음과, 그 믿음을 구체적인 제작으로 옮길 자본과 시스템이라는 것. 커리 바커의 다음 소원이 이번만큼 정교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가 할리우드의 관전 포인트라면, 한국 영화계의 질문은 조금 더 무겁다. 다음번에도 거장의 신작이, 혹은 앞으로 국내의 무명 감독의 저예산 도전이 국내 스크린 위에서 '가능한' 이야기로 남을 수 있을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