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사소한 일에 신경 많이 쓴다"

김용석 기자

등록 2026-09-03 08:06


오늘 날이 너무 좋아 어머니를 모시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점심은 뭘 먹을까 하다 자주 다녔던 한정식집에 가기로 했습니다. 볕이 잘 들고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꽤 정취가 있는 식당입니다.
손님이 많아 대기 줄이 긴 집인데 오늘도 역시 대기 손님이 많아 보입니다. 차를 세우고 에일리에게 어머니와 먼저 들어가 예약을 하라고 했습니다. 에일리와 어머니가 내려 식당으로 가는데 바로 뒤 차가 한대 섭니다. 젊은 여성이 먼저 내리더니 어머니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걷는 에일리를 앞질러 후다닥 뛰어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예약을 먼저 하기 위해서이겠지요.
백미러로 보고 굳이 저럴 필요가 있을까 했습니다. 주차하시는 분 호출을 기다리고 있는데 뒤에 있던 차가 저를 앞질러 빈 주차 공간에 차를 세웁니다. 그리고 저를 흘긋 보고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조금 불쾌했습니다. '새치기인데' 하는 생각에 내심 속상했지만 이내 잊기로 했습니다. 누가 새치기 했다는 상황만 빼면 기껏 5분~10분 더 기다리는 건데 기분 나쁠 것도 없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뒤 저희를 앞질렀던 사람들이 저희보다 먼저 빈자리가 난 곳에 안내를 받아 앉았습니다. 제일 구석 자리입니다. 5분 정도 뒤 저희 자리가 났는데 글쎄 저희 자리는 꿈도 잘 꾸고 3대가 덕을 쌓아야 앉을 수 있다는 한강뷰 자리였습니다.
앗싸~~!!!
인간지사 새옹지마, 전화위복! 기쁜 마음에 에일리에게 막 쫑알거렸습니다. 
"내가 말이야 새치기 당한 걸 알았지만~ 어쩌구 저쩌구 내가 그 마음공부를 하잖아 그래서 화도 안 내고 주절주절~~ 그리고 내가 수행자 끕인 거 알지? 마음을 비우니 이런 복이 블라블라~~~"
한참 얘기를 듣던 에일리가 제 눈을 말뚱히 보더니 한마디 합니다.
"참 사소한 일에 신경 많이 쓴다"
사소한 일? 
수행, 마음공부 다 필요없습니다. 그냥 사람이 쫌 둔하고 무심하면 쫑알거리며 마음 공부하는 초보 수행자 보다 훨씬 낫습니다....ㅎㅎ
식사를 마치고 한강변을 걷는데 어머니가 작년보다 걷는 게 못하다고 속상해 하십니다. 뭐라고 말씀드릴까 하다가 돌아가신 아버님 흉내를 내며 "그래도 아버지보다 훨씬 나아" 갑자기 어머니가 크게 웃으시며 "그래 맞다! 내가 니들 아버지보다는 낫다"고 맞장구치십니다.
어머니 내려드리고 차에서 에일리에게 물었습니다. "어머니 웃겨드리려고 아버지 종종 걸음 흉내냈는데 아버지 뭐라고 안 하실까?" 제 얘기를 들은 에일리는 제 얼굴도 보지 않고 한마디 합니다.
"없을 땐 나랏님 흉도 봐"
에일리에게 고해성사하고 죄도 사함을 받았습니다. 역시 사람은 쿨한 게 최고입니다~~ㅎㅎ

 

김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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