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을 싸도 박수받는다"…우리는 왜 가짜 명언에 중독됐나

신정희 기자

등록 2026-09-02 19:46


"그래도 지구는 돈다" "악법도 법이다"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박수받는다"


살면서 한 번쯤은 들어보았고, 글을 쓰거나 대화할 때 스스로의 논리를 강화하기 위해 무심코 인용했을 법한 명언들이다. 하지만 이 멋지고 그럴듯한 문장들의 실체를 추적해 보면 훔친 말, 틀린 말, 혹은 누군가가 만든 거짓말인 경우가 허다하다.


박강수 작가의 신간 『그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북트리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상식의 탈을 쓴 채 유통되어 온 유명 명언 20개의 생애를 추적하며, 오해와 왜곡으로 얼룩진 말들의 이상한 역사를 파헤친 책이다. 일간지 기자로 활동하며 '가짜명언 팩트체크'를 연재했던 저자는 단순히 문장의 진위(眞假)를 가리는 1차원적 구분을 넘어, 우리가 왜 그러한 거짓말을 기꺼이 믿게 되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오해를 일소하는 일보다 오해를 이해하는 일이 더 중요하고, 또한 재밌다"며 "명언의 진가를 가리는 작업은 일종의 맥거핀이나 다를 바 없다. 우리를 홀리고 낚아 올린 문장들은 그 자체로는 별다른 의미가 없고, 단지 우리 자신의 세계를 드러낼 뿐"이라고 지적한다. 우리가 믿고 싶어 하는 바를 진실로 만들어 온 '지적 게으름'을 비추는 거울이 곧 가짜 명언이라는 뜻이다.


책은 우리가 진리로 숭상하던 과학적·사상적 신화들을 거침없이 해체한다. 종교재판을 나오며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중얼거렸다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후대 작가가 지어낸 창작에 가깝다. 당대 상황을 살펴보면 천재적 직관만으로 성경 해석론을 밀어붙인 쪽은 갈릴레오였고, 불완전한 가설에 맞서 기존의 축적된 지식을 수호하려 했던 교회가 오히려 ‘이성적’이었다는 학계의 해석도 존재한다. 


저자는 "갈릴레이의 작업은 차라리 ‘선전’에 가까웠으며, 적어도 그때까지의 축적된 이론과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더 ‘이성적’이고 ‘과학적’인 태도를 견지한 쪽은 교회였다"는 과학철학자 파울 파이어아벤트의 견해를 끌어와 진실보다 멋진 서사를 소비하려는 대중 심리를 꼬집는다.


프로파간다의 악마로 불리는 요제프 괴벨스의 사례 역시 일방적인 선전과 무기력한 대중이라는 단순한 구도를 깨뜨린다. 나치 독일의 대중은 괴벨스에게 속기만 한 피해자가 아니라, 자신들의 욕망을 반영해 준 괴벨스라는 신화를 함께 써 내려간 주체였다. 저자는 신학자 자크 엘륄의 문장을 빌려 "괴벨스에게 환호하고 그를 통해 희망을 꿈꾸었던 보통 사람들이야말로, ‘프로파간다의 악마 괴벨스’라는 신화의 공저자"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오독과 왜곡은 현대의 정치와 사회적 맥락에서도 끊임없이 재현된다. "젊어서 사회주의자가 아니면 심장이 없는 것이고, 늙어서도 사회주의자면 머리가 없는 것이다"라는 윈스턴 처칠의 명언으로 와전된 문장은 사상적 전회를 단지 '노화'나 '지능'의 문제로 단순화하는 수사학으로 악용된다. 저자는 이를 두고 "새로운 것을 어리고 어리숙한 것에 유비하여 단절과 편향의 틀 안에 가두는 수사학은 우리 시대 온라인 커뮤니티의 ‘밈적 사고’와도 통한다"며 맥락을 지운 단편적 프레임이 대중의 사고를 얼마나 손쉽게 구조조정하는지 경고한다.


결국 이 책이 경계하는 바는 한나 아렌트가 '악의 평범함'을 파헤칠 때 언급했던 사유의 정지다. 타인의 입을 거치며 닳고 닳아버린 아포리즘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는 진영 논리와 독선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정치적 올바름과 도덕적 독선이 가져오는 고립을 언급하며 "진리와 정의를 전용하여 천국을 건설하겠다는 생각이 언제나 지옥을 불러들였다는 교훈이야말로, 우리가 역사 속에서 체득한 얼마 안 되는 확신"이라고 강조한다.


『그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는 현란한 말들의 난장판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남의 말에 기대어 편하게 쉬려는 게으름을 멈추라고 권한다. 말의 본래 맥락을 찾아가는 비효율적이고도 성의 있는 탐색이야말로, 확증편향의 망망대해에서 덜 불행해질 수 있는 유일한 공부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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