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보는 눈으로 인간을 읽다”… 30년 포유류 현장연구자의 기록

uapple 기자

등록 2026-08-31 10:19

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 출간… 최태영 박사, 야생 생태와 진화심리학 융합한 동물인문학 제시


한국 최고의 포유류 생태 현장연구자가 30여 년간 우리 산하를 누비며 기록한 야생동물의 생태와 이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성찰한 신간이 나왔다. 국립생태원 최태영 박사가 펴낸 ‘동물의 향기, 인간의 풍경’(돌베개)이다.


이 책은 1년에 150일 이상 지리산, 설악산, DMZ 등 현장을 헤매며 한국의 숲과 길 위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을 관찰해온 저자의 내공이 담긴 역작이다. 해외 자료에 의존하는 기존 동물 관련 서적과 달리 우리 땅에 뿌리를 둔 생생한 현장 조사 데이터와 인문학적 식견을 접목해 차별화된 깊이를 보여준다.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1부 ‘숲과 길 위의 동물들’에서는 토끼, 너구리, 삵, 고라니, 산양, 두루미 등 한국인과 오랜 세월 함께해온 동물들의 삶과 죽음을 다룬다. 과학적 지식 전달을 넘어 저자의 성장 서사, 자연환경의 변화, 역사·언어적 고증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조선시대 사료를 바탕으로 늑대와 고라니 명칭의 역사적 변천을 추적하는가 하면, 로드킬과 개발·보존의 딜레마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서도 전문가로서 솔직한 제언을 건넨다.


2부 ‘도시 속 인간의 풍경’은 진화생물학과 뇌과학, 진화심리학의 렌즈를 통해 현대 인간 사회와 마음의 수수께끼를 풀어낸다. 구석기인의 식단에서 시작된 현대인의 비만 문제부터 불안, 미투 운동, 남녀 간 구속 본능, 여성의 안전 민감성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다양한 행동 양식을 진화적 관점에서 정밀하게 해부한다.


책 속에서 저자는 “1부는 한국 야생동물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담아 앎의 즐거움을 선물하고자 했고, 2부는 성장한 동물생태학자가 바라보는 인간 세상에 대한 각별한 시각”이라며 “생태학자일지라도 인문학적 접근을 아끼지 않았다. 서로의 경계를 넘나드는 노력이 더 풍성한 이해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전했다.


동물의 야생성에 대한 세밀한 관찰은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이해로 이어진다. 저자는 개가 주인과 이별할 때 느끼는 상실감이나 코끼리가 죽은 동료 곁을 떠나지 않는 행동을 언급하며 “인간 역시 수백만 년에 걸쳐 진화한 정서의 유산을 함께 갖고 있다”고 짚는다.


또한 현대 사회의 성폭력이나 과도한 구속 본능 등에 대해 “과거에는 사회적 성공과 자손 번식에 유리했을지 몰라도, 문명사회에서는 진화가 남겨놓은 덫이자 불필요한 본능”이라며 “본능을 있는 그대로 수용하자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알고 성찰하여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재천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추천사를 통해 “자연과 동물에 관한 정보로 흘러넘치며 단 한 페이지도 무심히 넘길 수 없을 정도로 배울 거리가 풍성하다”며 “최태영 박사는 타고난 이야기꾼으로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매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동물생태학의 과학적 사실 위에 인간 본능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더한 이 책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형태의 ‘동물인문학’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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