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게도 전문성이 있는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공항 납세구역 전문가! 그게 접니다. 저 안 피안의 땅, 할인과 과소비가 넘실거린다는 소비의 땅 면세구역은 제 영역이 아닙니다. 별로 가본 적이 없으니, 그쪽은 완전 까막눈입니다.
큰아이가 잠시 다니러 왔습니다. 선후배들과 즐거운 자리도 마다한 채 큰아이와 사위를 데리러 공항에 갔던 게 어제 같은데 벌써 아이들이 떠나는 날입니다.
주차를 하고 출국장으로 가는데 길을 너무 잘 아는 저를 보며 에일리가 놀랍니다. 놀릴만도한 게 더운 날 이쪽으로 가야 그늘로 더 갈 수 있고, 요쪽으로 가야 지름길이고, 요 에스컬레이터를 타야 한다고 공항을 속속들이 안내하니 놀랄 수밖에요...
에일리 - 인천 공항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알아? 자기는 해외도 별로 나간 적 없잖아?
나 - 그렇지...
에일리 - 근데, 어떻게 잘 아냐고?
썰을 풀어 감동을 시킬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썰을 풀었습니다.
나 - 늘 자기가 떠나고, 애들이 떠날 때 내가 늘 이곳을 지켰지.기도하면서...
에일리 - 무사 귀환 기도?
나 - 아니!
에일리 - 그럼?
나 - '임아! 그 면세점 가지 마오!'라고 기도했지!
캬~ 변사또가 썰을 풀고 파안대소 하는 춘양이! 앗 에일리~ㅎㅎ
나 - 어쨌든 화장품과 술과 김이 함께 춤춘다는 면세구역이 어떤지 알 수 없지만, 납세구역 이쪽은 내가 전문가야...
(진짜, 멘트 쥑입니다. 근데 감동을 안하네요ㅠㅠ)
이렇게 말한 후, 키호스크를 능숙하게 조작해 애들이 출국하는 게이트를 찾아 알려줬습니다.
에일리 - 이 정도면 나나 애들만 기다려서 얻을 학습량이 아닌데? 또 누구 기다렸어! 불어~
ㅎㅎ
카트를 밀고 오는 사위와 딸이 보입니다. 에일리가 애들에게 얘기합니다. "니네 아빠가 아까부터 공항 길 자랑을 얼마나 하던지... 근데 길을 쫌 잘 알기도 해"
에일리의 공감인지 디스인지 모를 얘기를 등에 업은 채 잘난척하며 남은 길 안내를 했습니다. 그러다 잘 가고 있는 애들을 불러 세워 지름길이라며 반대쪽 엘리베이터를 타야한다고 했습니다. 제 납세 구역 길 안내 권위를 잠깐 들었던 애들도 순순히 저를 따라왔는데... 그런데.. 아불싸~~ㅠㅠ 엘리베이터가 사용정지입니다. 사람이 오래 안 탄 듯 먼지도 자욱합니다. 큰애가 가방을 밀다 멈취섰습니다. 그리고 킥킥거리며 한마디 합니다.
큰애 - 제품은 그럴싸한데 업데이트가 안됐네. 엄마 종종 제조처에 문의해서 업데이트 좀 시켜!
아... 납세구역 길 안내 전문가의 굴욕이라니 ㅠㅠ
에일리가 말합니다.
에일리 - 업데이트가 되는데 내가 반품 생각을 했겠니? 너무 막 써서 반품도 안된단다...
이상, 반품도 안되는 납세 구역 길 안내 전문가 망가진 얘기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