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사무소 윈앤윈 채혜선 대표변호사(대한변협 도산분야 전문등록)
법률사무소 윈앤윈이 기업회생 스펙트럼 등 한계기업의 회생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조언했다.
글로벌 팬데믹이 남긴 유동성 잔치 뒤에는 늘 혹독한 대가가 따른다. 급격한 통화 팽창과 소비자물가지수(CPI) 폭등, 이어진 고금리 기조는 자금력이 취약한 국내 기업들의 목을 죄어왔다. 여기에 중동발 정세 불안에 따른 고유가·고환율·고물가의 ‘3고(高)’ 위기까지 중첩되면서 한때 실적이 탄탄했던 우량기업마저 한계기업으로, 한계기업은 사실상 자력 생존이 불가능한 ‘좀비기업’으로 전락하는 비극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예 재기를 포기하고 법인파산으로 직행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실정이다. 하지만 기업 구조조정 현장의 베테랑 전문가들은 ‘단순히 문을 닫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370여 건의 기업회생 사건을 대리한 법률사무소 윈앤윈 채혜선 대표변호사와 500여 개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이끈 노현천 기업회생연구소장은 한계기업의 사태 해결을 위해 기업의 상황과 체력에 맞는 맞춤형 ‘생존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금융권 주도’ 워크아웃의 한계와 비대칭성
기업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기촉법(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워크아웃’이다. 실제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관리절차가 종료된 103개 기업 중 47개사(약 46%)가 성공적으로 워크아웃을 졸업하고 정상을 되찾았다. 워크아웃 성공의 4대 핵심 요인인 △주채권은행의 과감한 지원 △경영진과 임직원의 자구 의지 △매출·비용 구조의 적합성 △철저한 사후관리 중에서도 채권단의 결단이 결정적 역할을 한 셈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한계기업들이 체감하는 워크아웃의 문턱은 아득히 높다. 대주단(금융기관)은 자산 회수를 최우선시하는 속성이 있어 당장 이자 변제조차 힘겨운 기업을 상대로 원금을 감경해 주기보다는 일정 기간 이자를 유예하거나 추가 대출을 제공하는 미봉책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수술대 위에 오르기도 전에 금융권으로부터 문전박대를 당하고 좌절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법률사무소 윈앤윈 채혜선 변호사는 이를 의료 행위에 비유한다. 채 변호사는 “경미한 시술이나 약물 치료만으로 충분히 완치될 수 있는 환자를 금융권의 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작정 중환자실로 보내거나 수술을 포기하게 만드는 꼴”이라며 “기업 특성에 맞춘 다각적인 구조조정 카드가 작동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회생 스펙트럼: 워크아웃부터 ARS, P-plan, 통상 회생까지
채무자회생법 안에는 한계기업이 숨통을 틔우고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정교한 장치들이 마련돼 있다. 각 제도는 기업의 채무 구조와 채권자 구성에 따라 확연한 차이점과 강점을 가진다.
특히 위기 기업에 실질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ARS Program(자율구조조정지원제도)’이다.
ARS는 회생 신청 접수 후 5일 이내에 법원이 보전처분과 포괄적금지명령을 내려 기업 자산을 동결하고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막아준 상태에서 시작된다. 법원은 개시결정을 최장 3개월간 보류하고, 채무자와 금융기관, 상거래 채권자, 일반 채권자가 모두 참여하는 ‘회생절차협의회’를 구성해 자율적인 구조조정안을 협의하도록 판을 깔아준다.
이 과정에서 협의안이 타결되면 기업은 회생 신청을 취하하고 곧바로 정상 경영으로 복귀한다. 만약 자율 협약이 결렬되더라도 채권자 1/2의 동의를 얻어 P-plan(사전조정제도)으로 신속히 전환하거나 통상적인 회생절차로 연계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서 협상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
현장에서 증명된 ARS의 반전 드라마
법률사무소 윈앤윈 기업회생연구소의 실제 성공 사례들은 이러한 제도의 유연성이 기업을 어떻게 살려내는지를 잘 보여준다.
· M&A를 통한 반전: ARS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신속하게 M&A를 추진, 회생절차협의회에서 구조조정안을 최종 타결 짓고 회생 신청을 철회하며 정상 기업으로 돌아왔다.
· 상거래 채권자와의 협력: 금융기관 비중보다 상거래 채권자의 의결권 비중이 컸던 한 기업은 대주단 중심의 워크아웃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ARS를 통해 상거래 채권자들과 자율 합의를 도출해 내며 회생 신청 전 상태로 복귀했다.
· RCPS 상환 위기 극복: 상환전환우선주(RCPS) 170억원에 대한 갑작스러운 상환 요구로 파산 위기에 몰린 한 기업은 ARS를 신청했다. 이후 법원의 울타리 안에서 투자자들을 설득해 RCPS 170억원 전액을 보통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상환 의무가 소멸되면서 재무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됐고, 회생 신청 역시 깔끔하게 취하했다.
법원 심판하의 공평한 조정… 정부 차원의 TF 지원 절실
ARS나 P-plan이 기존 워크아웃보다 높은 성공률을 보이는 비결은 간단하다. 대주단 일방의 이기주의에 휘둘리지 않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금융 채권자뿐 아니라 상거래 채권자, 일반 채권자까지 모두 아우르는 ‘공평과 형평’의 원칙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법률사무소 윈앤윈 노현천 기업회생연구소장은 “대출금리가 폭증하고 매출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경기 침체 국면에서는 우량기업도 순식간에 한계기업으로 내몰릴 수 있다”며 “기업이 자진 파산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에 ARS, P-plan 등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회생 카드를 정밀하게 분석해 적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도산전문변호사, 공인회계사, M&A 컨설턴트, DIP 금융파트너 등 각 분야 전문가의 유기적 디렉팅이 전제돼야 회생 성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도 유연하고 효율적인 기업회생 및 개선 제도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전담 TF를 운영하는 등 특단의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