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정부에 와 있습니다. 일 때문에 온 것도 아니고 겜돌이 태우고 병무청 신검장에 와 있습니다. 얼마전까지 입대 신검을 신병교육대에서 했는데 작년부터 법이 바뀌어 병무청에서 한달 전에 재검하고 간다는군요...
대중교통 편이 애매해 제가 태워주기로 했습니다. 아침 먹지 말고 오라고 했다고 겜돌이는 아침도 굶었습니다. 마치고 같이 먹자는데 배신 때리고 혼자 먹었습니다~ㅎㅎ 의정부 병무청 근처 '박사 식당' 오징어볶음도 맛있고, 밥도 많이 주네요^^
밥 먹고, 커피 한잔 들고 에어컨 빵빵하게 나오는 대기실에 앉아 있는데 한달만 지나면 머리 빡빡 깍을 불쌍한 영혼들이 쉴새없이 제 앞을 지나갑니다. 이 친구들을 보고 있다가 갑자기 젊은 시절 신병교육대로 기억이 소환되었습니다.
이제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신병 땡땡이. 낮에 교관들에게 한따까리 푸짐하게 얼차려 돌았던 날 밤이었죠. 신병 땡땡이가 제게 이렇게 말했죠.
땡땡신병 - 형요. 형이 봐도 군대에서 내가 젤 억울하게 맞은 것 같죠(오디오는 경상도 사투리입니다)
나 - (웃으며) 모르겠다~~ㅎㅎ
그날 오전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박박기다 담배 일발 장전 시간이었습니다. 교관이 흙투성이가 된 신병들을 모아두고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었죠. 그러다 갑자기 교관 하나가 이렇게 물었습니다.
교관 - 어이! 신뺑이들 혹시 니들 중에 예쁜 누나나, 예쁜 여동생 있으면 말해라. 해당 사병 지금부터 훈련 열외다! 손 들어 봐!
교관의 달콤한 꼬드김에도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교관이 한번 더 얘기했는데 그래도 아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교관 - 야! 군생활 피게 해준다는데 손 들어 봐! 자대도 좋은 데로 보내줄 수 있어~
이때 제 옆에 앉아 있던 신병 땡땡이가 슬며시 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신병땡땡 - 누나 있습니다!
교관 - 오~ 이쁜가?
신병땡땡 - 이쁩니더!
교관 얼굴에 화색이 돕니다. 곧이어 첫번째 질문이 이어집니다.
교관 - 몇 살이냐?
신병땡땡 - 마흔 서이입니다~~
바싹 얼어 있던 신병들도 킥킥거리고, 교관은 어이가 없는 듯 말없이 땡땡이를 쳐다보고...ㅎㅎ
그러다 친히 신병 사이를 걸어들어 온 교관은 땡땡이 앞에 서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관 - 우리 엄마가 마흔 너이다! 땡땡이 신병 앞뒤좌우 4명 대가리 박아! 동기가 사고 안 치게 막는 것도 전우가 할 일이다~~
김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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