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카 결혼식에 가려고 단 한벌 뿐인 양복과 셔츠를 꺼냈습니다. 셔츠를 입고 양복 윗도리를 입는데 속주머니에서 하얀 A4 용지가 두장 나옵니다. 펼쳐 보니 큰애 결혼식 때 새출발을 하는 둘에게 썼던 덕담입니다.
양복을 2년 6개월 만에 꺼내 입은 것이죠. 큰아이가 결혼할 때 양복과 구두를 새로 맞춰준다는 걸 괜찮다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출근복도 청바지에 티셔츠인데 입을 일 없는 거 살 필요 없다고 했었죠.
2년 6개월 만에 꺼내 입은 양복도 거의 스무살이 되어 가는 양복입니다. 아버님 칠순 때 좀 좋은 걸로 아버님, 저, 매형들이 함께 맞춰 입은 것이죠. 결혼식장에서 동서들에게 이 얘기를 하니 오래된 옷을 입은 것보다 20년 전 체형을 유지한다는 걸 더 놀라워 하십니다. 오~ 쫌 으쓱했습니다^^
차를 타고 가다, 둘째와 겜돌이에게도 얘기했습니다. 혹시 너희들이 결혼하게 되면 아빠는 이 양복과 셔츠를 입을 거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편하게 하라고 합니다~^^
에일리 언니의 딸, 에일리 조카의 결혼식입니다. 손윗 동서가 부부에게 한마디 하는데 목소리가 촉촉합니다. 유달리 예뻐했던 딸을 결혼시키는데 서운하지 않을 리 없겠지요. 제가 에일리 귀에 대고 얘기했습니다.
나 - 형님, 쫌 우는 거 맞지?
에일리 - 그런 것 같은데?
나 - 앗싸~ 놀려야지!
에일리가 키득입니다. 촉촉히 젖은 동서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갑자기 손윗 동서나 처형이나 모두 열심히 잘 사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놀리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조그만 카페를 빌려 식구들이 모여 앉았습니다. 3대가 모였습니다. 서른 명이 넘는 이들이 복작거립니다. 별 얘기없이 아이들 노는 거 지켜보고 있다 함께 한번 웃자는 생각에 일어나 얘기를 꺼냈습니다. 결혼식 때 신부 친구들이 새신랑에게 당부했던 얘기를 꺼냈습니다.
나 - 어이! 내 밑에 쫄병 남자들에게 물어볼 게 있다. 3번 사위! 내가 하는 말 2번 사위 앤드류에게 정확하게 통역해라. 알았나?
3번 사위 - 넵. 바로 직역하겠습니다!
나 - 신부 친구들이 말했다. 신부가 얘기하면 3가지를 맞다고 해라! 1. 날이 좋을 때 신부가 뭐라고 하면 맞다고 동의해라. 2. 날이 안 좋아도 신부가 하는 말은 맞다고 해라. 3. 신부가 설령 틀린 말을 해도 맞다고 해라! 이렇게 말했는데 너희들 생각은 어떤가? 2번 사위 앤드류 먼저 답해라!
2번 사위 앤드류는 통역을 통해 얘기를 듣더니 웃다가 저를 보며 얘기합니다.
2번 사위 - 노 코멘트!
좌중은 웃습니다. 곧 저한테 질문이 쏟아집니다. 그럼 "이모부는요? 고모부는요?" 바보들 같으니 묻기는 뭐하러 묻는지!
나 - 음! 나는 당연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우우우~~
세월이 흘렀다는 걸 느낀 어느 하루를 얘기해 봤습니다~~^^
김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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