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도 신경도 없는데, 식물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uapple 기자

등록 2026-07-27 16:16



뇌도 신경계도 없는 식물이 환경을 감지하고 판단하며 기억까지 한다는 사실은 과연 놀라움에 그치는 일일까. 


신간 『식물은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고 기억하는가』는 이러한 식물의 생존 메커니즘을 단순한 흥미 요소로 소비하지 않는다. 식물 세포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곽준명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뉴바이올로지학과 특훈교수는 이 책을 통해 식물 연구가 인류의 미래를 좌우할 중차대한 열쇠임을 강조한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길가의 초록 잎 속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정교한 생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식물은 뿌리를 내리면 자리를 옮길 수 없기에, 동물보다 훨씬 정교하고 신속한 세포 신호전달 체계를 진화시켜 왔다. 가뭄이 들면 숨을 참고, 세균이 침입하면 단 20초 만에 전신으로 통증 신호를 보내며, 이웃 식물에게 위험을 알리는 화학물질을 방출한다. 가뭄과 세균 공격이 동시에 닥치면 더 시급한 쪽에 자원을 먼저 배분하는 판단력까지 보여준다.


저자는 이러한 식물의 생존 방식이 단순한 생태적 호기심을 넘어선다고 지적한다. 식물이 느끼고 대화하고 기억하는 데 사용하는 세포 신호전달과 유전자 조작 메커니즘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생명 현상과 직결된다. 실제로 더 진한 보라색 피튜니아를 만들려던 연구 과정에서 유전병 치료의 기틀이 된 RNA 치료제가 발견되었듯, 식물 세포 연구는 난치병 극복을 위한 신약 개발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고 있다.


나아가 식물은 인류가 직면한 전 지구적 위기를 해결할 강력한 대안으로 제시된다. 이산화탄소를 뿌리에 대량으로 가두는 식물 품종을 발굴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중금속과 방사능을 흡수하는 정화 능력을 활용해 오염된 토양을 복원하는 등 식물의 생물학적 기전은 인류의 내일을 지탱하는 핵심 자산이다.


책은 몇 가지 흥미로운 질문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파리지옥은 정말로 '숫자를 세어서' 먹잇감을 포획하는 걸까? 중금속과 방사능으로 오염된 토양도 정화할 수 있는 식물이 있을까?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저장하는 식물을 찾아내면 기후위기 대응에 실마리가 될 수 있을까? 신약 개발의 미래가 식물 세포 안에 숨어 있다는 말은 과장일까?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독자를 식물의 초록 세포 안으로 데려간다. 가뭄이 닥치면 식물이 숨을 참듯 기공을 닫아 수분을 지키는 과정, 세균이 침입한 지 불과 20초 만에 몸 전체로 통증 신호가 퍼지는 메커니즘, 가뭄과 병원균 침입이 동시에 벌어졌을 때 더 시급한 위협에 자원을 우선 배분하는 식물의 '판단' 과정 등이 책 곳곳에 등장한다. 뇌도 신경도 없는 생명체가 이런 정교한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은, 지능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책은 미시 세계의 복잡한 분자생물학적 원리를 일상의 비유와 풍성한 현장 사례로 풀어내 접근성을 높였다. 저자가 직접 촬영한 전자현미경 사진과 반응 관찰 영상 QR코드는 독자들을 눈앞에서 펼쳐지는 생생한 세포 연구의 최전선으로 안내한다.


『식물은 어떻게 느끼고 행동하고 기억하는가』는 식물을 배경이 아닌 지구 생태계의 주체이자 인간의 스승으로 재조명한다.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생명공동체로서의 미래를 모색하려는 모든 독자에게 명확한 통찰을 제공한다.


uapple

uapple

기자

피플스토리 uapple
등록번호경기 아54185
등록일자2024-09-09
오픈일자2024-09-20
발행일자2026-07-27
발행인장기영
편집인장기영
FAX050)4433-5365
이메일peoplestorynet@nate.com
주소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로 358-25
uapple

피플스토리 uapple © PEOPLE STORY All rights reserved.

피플스토리 uapple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