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징역'이라는 화려한 포장지 속, 지귀연 판결이 숨긴 '내란 세탁'의 본심

uapple 기자

등록 2026-02-20 08:37

jtbc 뉴스채널 캡처화면


12.3 비상계엄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위로부터의 내란'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가 내놓은 1심 판결은 언뜻 보기에 서슬 퍼런 단죄처럼 보인다. 전직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계엄 2인자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한 수치는 수치 그 자체로 대중의 분노를 잠재우는 효과를 거뒀다. 그러나 이 화려한 포장지를 한 꺼풀만 벗겨내면, 그 안에는 향후 상급심에서 피고인들에게 퇴로를 열어주기 위한 치밀한 '감형 복선'과 사실관계의 왜곡이 가득하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지귀연 재판부를 향해 "2심, 3심을 내다본 세탁기 역할을 했다"고 일갈한 것은 결코 감정적인 수사가 아니다. 판결문에 교묘하게 삽입된 양형 사유들을 이진관 판사가 이끄는 형사합의33부(한덕수 전 총리 재판부)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보면, 지귀연 판결이 가진 위험한 기만성이 낱낱이 드러난다.


사실관계의 의도적 축소와 왜곡: "뉴스도 보지 않았나"


지귀연 재판부의 가장 큰 결함은 내란의 실행 과정을 '허술한 계획'과 '물리력 자제'라는 프레임으로 가두려 했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거나 "물리력 행사를 최대 자제시키려 했다"는 점을 양형의 유리한 사정으로 꼽았다. 이는 대통령경호처 경호처장이었던 김용현이 갑자기 2024년 9월에 국방부 장관으로 재배치된 것이나,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저항하면 총이라도 쏴서 끌어내라"는 지휘부의 서슬 퍼런 명령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진관 판사가 지적했듯, 내란이 단시간에 종료되고 인명 피해가 없었던 것은 피고인들의 '자제' 때문이 아니라, 무장한 군인에 맞서 목숨을 걸고 국회를 지킨 국민의 용기 덕분이었다. 지귀연 재판부는 주권자의 저항권을 판결의 변수로 두지 않고, 오히려 내란 가담자들의 무능이나 우연을 그들의 '선의'로 둔갑시켰다. 특히 노상원 전 사령관의 수첩에 적힌 치밀한 체포 명단과 작전 계획을 '조악한 메모'로 치부하며 증거 능력을 훼손한 대목은, 사법부가 내란의 본질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했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게 만든다.


이진관 vs 지귀연: 내란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한덕수 전 총리에게 구형량보다 8년이나 많은 징역 23년을 선고한 이진관 재판부의 시각은 지귀연 재판부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진관 판사는 이번 사건을 '위로부터의 내란'인 친위쿠데타로 명확히 정의하며, 그 위험성이 아래로부터의 내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질타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뢰 자체를 뿌리째 흔들었기 때문이다.


반면 지귀연 재판부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고령'과 '초범', '장기간 공무원 봉직'이라는 일반 형사범에게나 적용될 법한 양형 기준을 들이댔다. 헌법 수호의 최종 책임자가 국가를 찬탈하려 한 범죄에 '성실한 공무원'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 자체가 형용모순이다. 이는 내란죄의 중대성을 망각하고 이 사건을 단순히 '운 나쁘게 실패한 정치적 소동' 정도로 격하시키려는 시도와 다름없다.


조희대 법원의 '감형 빌드업'과 사법 세탁기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이 판결이 향후 조희대 대법원 체제 하에서 전개될 '2, 3심 감형 시나리오'의 기초 설계도라는 점이다. 추미애 의원의 지적처럼, 1심에서 '무기징역'이라는 상징적인 형량을 던져주어 여론을 무마한 뒤, 판결문 곳곳에 심어둔 '우발적 범행', '물리력 자제', '인지 장애와 건강 문제' 등의 논리를 근거로 상급심에서 징역형으로 감경하고, 최종적으로 사면의 길을 열어주려는 '빌드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귀연 재판부가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며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위험한 전조다. 이는 향후 계엄에 가담한 수많은 군·경 관계자들에게 '상명하복'이라는 이름의 면죄부를 줄 수 있는 법리적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역사의 법정에 선 사법부


지귀연 판결은 내란의 수괴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함으로써 사법부의 소임을 다한 것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내란 일당의 범죄 동기를 '이해'해주고 '변명'해주는 사법적 알리바이를 제공했다.


이진관 재판부가 보여준 "국민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는 판결"이 민주주의의 회복을 의미한다면, 지귀연 재판부의 판결은 권력의 잔재와 타협하며 미래의 사면을 기약하는 '사법적 뒷문'을 열어둔 셈이다. 조희대 법원이 이 판결을 토대로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 주권자인 국민은 이미 매서운 눈초리로 역사의 기록을 남기고 있다. 사법부가 '세탁기'를 돌려 내란의 흔적을 지우려 한다면, 그들 역시 내란의 공범으로 기록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 다음은 재판부가 밝힌 각 피고인들의 양형 이유 전문이다.


마지막으로 유죄가 인정되는 피고인들에 대해서 양형의 이유를 간략하게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공통의 양형 이유를 간략하게 말씀드립니다.


내란죄는 국가의 존립과 헌법적 기능을 파괴하고 법질서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입니다. 형법은 내란죄가 위험범인데도 상당히 높은 법정형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형법은 높은 형을 규정하는 범죄가 대부분 어떤 결과, 예를 들면 살인 등의 어떤 결과를 낳아야 하는 것에 대해서만 그와 같은 규정을 하고 있는 것에 반해서 내란죄에 대해서는 특이하게도 어떠한 위협을 일으킨 행위 자체만으로도 높은 형을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그 자체로 위험성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피고인들의 내란 행위는 합법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결국은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국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것으로서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였다는 데서 비난의 여지가 큽니다.


이런 일반적 사정 이외에도 이 사건 재판부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정은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와 그에 따른 군과 경찰의 활동으로 인해서 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되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상과 대외신인도가 하락했고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는 지금 정치적으로 양분돼서 극한의 대립 상태를 겪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렀고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후속조치와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 어마어마한 사람들에 대해서 대규모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이 법정에 나온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까지 흘려가며 그 피해에 대해서 강하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적 비용은 이 재판부가 보기에도 산정할 수 없는 정도의 어마어마한 피해라고 할 것입니다.


또한 피고인들의 지시나 관여에 따라서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조치들을 실제로 수행한 군인, 경찰관, 공무원들이 사회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법적인 책임도 져야됩니다. 상관의 지시의 적법성, 정당성에 대한 군인과 경찰관 및 공무원들의 신뢰가 훼손되었습니다.


수많은 군과 경찰 관계자들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형법상 죄를 물을 수는 있지만 피고인들께서 순간적인 판단을 잘못하였던 이유 때문에 이미 일부는 구속돼 있고 그들의 가족들은 고통받고 있고 무난하게 군생활이나 경찰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다수의 공직자들이 모두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정은 우리 사회의 큰 아픔이 될 것 같고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여러 사정을 살펴보더라도 그런 상황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사정에 있어서도 이 법원은 피고인들의 일반적인 양형 사유로 참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음. 개별적인 양형 사유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윤석열 피고인에 대해서입니다. 범행을 직접 주도적으로 계획했고 다수의 많은 사람들을 범행에 관여시켰습니다. 비상계엄으로 인해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초래됐고 피고인이 그 부분에 대해서 사과의 뜻을 내비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또 이 사건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 별다른 사정 없이 출석을 거부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아주 치밀하게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물리력 행사를 최대 자제시키려 했던 사정도 보입니다. 실탄 소지나 직접적인 물리력, 폭력을 행사한 예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대부분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고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고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해왔으며 현재 65세의 비교적 고령입니다.


다음 김용현 피고인입니다. 이 사건 비상계엄을 주도적으로 준비했고 군의 국회, 선관위, 여론조사 꽃, 더불어민주당사 출동 등을 사전에 계획했으며 독단적으로 부정선거 수사를 진행하려는 별도의 계획을 마련하기도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피고인 윤석열의 비이성적 결심을 옆에서 조장한 측면 있는 것으로도 보입니다.


다만 김용현 피고인 역시 물리력의 행사를 최대한 자제시키려 했던 것으로 보이고 대부분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 사건 범행 이전에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고 장기간 공무원으로 봉직해왔으며 현재 65세의 비교적 고령입니다.


다음 노상원 피고인입니다. 피고인 김용현과 함께 부정선거 수사 등에 관해서 치밀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고 민간인임에도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는 방법으로 정보사 요원 등 다수 사람들을 끌어들여 피해를 입혔습니다. 전반적인 비상계엄 관련 내용을 의논한 것으로 보여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현재 별개의 재판이 진행 중인데 병합되어 판단받았을 경우 하에 형평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군의 투입 등 관련된 폭동 행위 자체에는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습니다. 이런 부분도 유리한 양형 사정으로 참작했습니다.


다음은 조지호 피고인입니다. 조지호 피고인의 경우에 경찰의 총 책임자임에도 포고령을 면밀히 검토하기는커녕 이를 근거로 국회 출입을 차단했고 민간인을 보호했다는 사정을 발견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경찰이 군의 국회 출입을 도우도록 했습니다. 선관위에 경력을 투입하는 데 관여하기까지 했습니다.


다만 계엄 선포 당일에서야 군의 국회 투입 등 사실을 알게 된 사정이 있습니다. 국회 출입 통제 시간이 비교적 짧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 사항을 일일히 지시한 것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경찰 공무원으로 봉직해왔고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으며 혈액암을 앓는 등 건강이 상당히 좋지 못합니다.


다음으로 피고인 김봉식입니다. 피고인 김봉식 역시 피고인 윤석열과 피고인 조지호의 지시에 따라서 경찰을 국회에 출동시키거나 국회 출입문을 폐쇄하고 국회의원 등을 포함한 사람들의 국회 출입을 막는 일을 직접 주도하였습니다. 특히 국회를 경비해야 할 사무를, 임무를 가지고 있는 국회경비대에게조차 국회 출입 통제에 관여하게 하는 등 비난의 여지가 큽니다.


다만 계엄 선포 당일이 되어서야 군의 국회 투입 등 사실을 알게 되었고 국회 출입을 잠시 허용하기도 했고 특히 물리적 사용을 자제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랜 기간 경찰공무원으로 봉직해왔고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습니다.


다음 목현태 피고인입니다. 국회를 보호해야 할 국회경비대장임에도 국회 출입 통제, 특히 국회의장에 대해서까지 출입을 통제하려고 했습니다. 국회사무처 직원들로부터 명확하게 항의를 받았음에도 출입 통제에 계속 가담하는 등 비난의 여지는 적지 않습니다.


다만 목현태 피고인의 경우에는 총경급 지휘관에 불과합니다. 급박한 상황 속에서 피고인 조지호나 피고인 김봉식의 지시, 비상계엄 및 포고령 등의 적법성 등을 명확하게 판단하고 그 지시를 거부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국회의원이나 국회 관계자들의 국회 출입을 몰래 허용해주기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 경찰공무원으로 봉직해왔고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습니다.


이런 사정 등을 개별적인 양형 사정으로 참작했습니다.


이에 따라서 이 법원은 피고인들에게 형을 선고하도록 하겠습니다. 피고인들 모두 자리에서 잠깐만 일어나 주십시오.


주문을 선고하도록 하겠습니다.


피고인 윤석열을 무기징역에 처합니다.


피고인 김용현을 징역 30년에 처합니다. 피고인 노상원을 징역 18년에 처합니다.


피고인 조지호를 징역 12년에 처합니다. 피고인 김봉식을 징역 10년에 처합니다. 피고인 목현태를 징역 3년에 처합니다.


피고인 김용군과 피고인 윤승영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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