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은의 시대 기록' 담은 에세이집 '작은 일기' 출간
문학계에 깊이 있는 문장으로 존재감을 각인시켜온 소설가 황정은이 에세이집 '작은 일기'(창비)를 펴냈다. 2021년 출간된 '일기日記'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에세이는 2024년 현직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라는 초유의 사태 이후의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 격랑의 시대를 살아낸 한 작가의 일상과 사유가 오롯이 담겨, '시대의 문장'이자 '생활의 기록'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사회적 격변 속 개인의 내면 기록
책은 12월 3일 계엄령이 선포된 직후 작가가 광장으로 나서는 모습에서 시작된다. 황 작가는 집회 현장의 매서운 추위와 고립감을 견디며 사회적 격랑과 사적인 일상이 뒤섞인 하루하루를 기록한다. 그는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정상성'의 폭력을 목격하고, 그 안에서 느낀 소외와 불편함을 외면하지 않았다.
'너무 고마운 사람'에서는 계엄 해제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는 분노 속에서 사람들이 겪는 감정의 골을 다룬다. 그러나 광장에서는 십대, 이십대, 삼십대 여성이 주축이 된 새로운 연대가 태동하며 정치적 감수성이 진화하는 모습을 포착한다. 작가는 이 격변의 시간을 기록하며 "놀라운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세, 하고 부르면'에서는 쏟아지는 뉴스에 소모되는 감정과 깊은 피로를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악의 평범함' 앞에서 무뎌지는 삶의 감각을 이야기하면서도, '키세스단'으로 불리는 시민들의 연대 속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매일 원고를 쓰며 "가장 빛나는 것"을 들고 다시 일어서려는 작가의 의지가 엿보인다.
'내가 이 세계를 깊이 사랑한다'
책은 계속되는 사회적 혼란 속에서 흔들리는 내면을 담담히 풀어낸다. 공수처의 윤석열 내란 혐의 체포, 서부지법 습격 사태 등 일련의 사건들을 접하며 작가는 사회가 '상식과 헌법의 오염'으로 망가져간다는 자각에 호흡곤란까지 겪는다. 그러나 식물을 돌보고 좋은 책을 읽으며 평온을 찾으려 노력한다.
'입에서 나오는 말'에서는 혼탁한 상황 속에서도 몸과 마음을 돌보며 삶을 붙드는 모습을 그린다. 필라테스 수업에서 '제대로 눕는 법'과 '호흡하는 법'을 배우는 동거인을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그는 우리 모두가 서로를 다정하게 바라보는 '목격자'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알아보고 눈치 채는 마음'에서는 헌재의 탄핵 선고를 앞둔 긴장감 속에서 이웃과의 작은 연대, 광장에서 마주한 다정한 순간들에 감응하며 버텨낸다. 결국 작가는 "내가 이 세계를 깊이 사랑한다"고 고백하며, 이 고백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는 글쓰기의 다른 이름이라고 말한다.
깊은 공감과 치유의 메시지
에필로그인 '세상의 모든 아침'에서는 대통령 탄핵 이후를 다룬다. 4월 16일 세월호참사 기억식을 다녀온 작가는 목격의 책임과 두려움을 마주하며, 여전히 광장에서 이어지는 연대와 시민들의 다정한 감각이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의 근거가 된다고 말한다.
출판사 측은 "이 책은 혼란과 상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계속되는 삶의 감각에 관한 기록"이라며, "울분의 시대를 건너온 한 작가의 조용하지만 단단한 가장 문학적인 응답"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독자들의 '작은 일기'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황정은 작가는 200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百의 그림자', '연년세세' 등 다수의 소설을 통해 독자들의 깊은 사랑을 받고 있다.

uapple
기자
피플스토리 uapple © PEOPLE STORY All rights reserved.
피플스토리 uapple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