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프랑크푸르트도서전 © peoplestory 스마트폰 등장 이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스마트폰으로 무엇인가를 열심히 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종이신문이나 종이책을 보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밖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집에서도 스마트폰에 집중한다. 중독이라 할만큼 지배적인 행위로 자리잡았다.
스마트폰으로 하는 일이 너무 많기 때문에 거스를 수 없는 문화이고 생활양식이다.
전화, 메모, 기록, 교통검색, 소셜네트워크, 금융, 쇼핑은 기본이고 예약, 게임, 온라인 강의, 통 등 스마트폰으로 이뤄지지 않은 일상이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그래서 스마트폰은 인간에게 제2의 두뇌이자 개인화 된 비서라고 부를만 하다. 이처럼 스마트폰은 신경 네트워크처럼 우리의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다. AI 기술 발전은 이러한 패턴에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서 책이란 무엇이고, 책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OECD 선진국과 비교할 때 한국은 세계에서 책을 가장 읽지 않는 독서 후진국이라고 한다.
종이책 독서율이 낮기 때문에 전자책 독서율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성인들의 독서 패턴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스마트폰에 더욱 열중한다는 사실이다. 스마트폰 사용엔 열중하지만 책을 읽지 않는 것은 성인이나 청소년이나 똑같다. 어른들이 책을 멀리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야 해!”라고 강요할 순 없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독서 혁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출판사나 콘텐츠 업체들이 질좋은 전자책 콘텐츠를 대량으로 발굴하고 보급하는 데에 힘을 쏟는 것과 동시에 책읽는 사회적 분위기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 잠을 자기 전까지 손에 떼지 않는 스마트폰으로 책을 읽게 하는 것이 오히려 책 읽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정답이 아닐까.
무엇보다 이를 위해서는 삼성전자나 이동통신사들이 스마트 단말기를 출시하거나 판매할 때 전자책 콘텐츠를 필수 프리로드(Pre-Load)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청소년들에게 판매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는 권장도서나 교양도서 같은 인문고전 100선, 200선 같은 필독서 탑재가 의무사항이 되어야 한다. 정부나 관련 기업에서는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을 때가 되었다.
등화가친(燈火可親)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가을 밤은 시원하고 상쾌하므로 등불을 가까이 하여 글 읽기에 좋음’을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하지만 전자책이 등장하면서 꼭 등불이나 전기불이 없어도 이제는 계절이나 밤낮 구분없이 책을 읽을 수 환경이 도래했다.
전자책은 뷰어·제작·저작권·폰트 같은 소프트웨어와 단말기 기술 같은 다양한 ICT 기반에 책이라는 콘텐츠가 융합된 미디어다. 전자책의 등장으로 책 가격이 더욱 저렴해지고,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책을 구입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무엇보다 독자들에게 좋은 일은 수천 권의 책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에 담아 가지고 다닐 수 있어 기존과는 다른 독서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는 손 안에 수천 권의 도서관을 들고 다니는 21세기 지식혁명 시대를 맞고 있다. 그래서 21세기는 등화가친이 아니라 전자서가친(電子書可親)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장기영 director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