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오랜 시간 세계 질서를 지탱해 온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가 흔들린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저널리스트의 예리한 시선과 학술적 깊이를 더해 미국의 본질적 균열을 파헤친 신간이 출간되었다. 24년 차 KBS 기자이자 전 워싱턴 특파원인 이정민이 저술한 ⟪미국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흔들리는 제국의 초상⟫(사이드웨이 출판사)이다.
이 책은 단순히 현상의 단면을 허겁지겁 진단하는 일회성 분석서가 아니다. 저자는 2021년부터 3년간 워싱턴 특파원으로 활동하며 아프가니스탄 철군, 우크라이나 및 가자 전쟁, 2024년 미국 대선 등 세계사의 변곡점이 된 현장을 직접 목격했다.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을 지낸 엘브리지 콜비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총리, 하마스 대변인 등 국제 정치의 핵심 인물들과 진행한 깊이 있는 인터뷰와 400여 편의 참고문헌을 바탕으로 미국 안팎의 위기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했다.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라는 인물 그 자체가 아닌, 그를 탄생시킨 미국 사회의 구조적 변화다. 지난 70년간 가치와 신뢰를 공유하던 한미 동맹의 정신은 이제 이익과 비용을 중심에 둔 거래적 관계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책은 이를 미국의 천문학적인 재정 적자, 국방력의 한계, 중동 지역에서의 리더십 공백 등 내부적 요인과 연결 지어 설명한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었다. 1부 ‘패권의 끝자락에서’와 2부 ‘균열의 제국’에서는 미국의 군사·재정적 위기를 다루며, 3부 ‘벼랑 끝 경쟁자, 중국’에서는 미국이 비워낸 국제 무대의 빈자리를 중국이 어떻게 파고들고 있는지 지정학적 안목으로 분석한다. 마지막 4부 ‘가본 적 없는 길’에서는 아메리칸드림의 종말과 미국의 마지막 승부수인 빅테크·암호화폐 시장의 이면을 짚어본다.
미국의 석학이나 관료들이 내놓는 내부의 시선을 넘어, 한국인의 관점에서 동맹의 미래를 냉정하게 예측했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다. 국립외교원 인남식 교수가 “특파원의 현장성과 학자의 실력을 두루 담아냈다”고 평하고, 경희대 안병진 교수가 “뉴욕타임스의 데이비드 생어가 쓴 책을 읽는 것 같다”며 극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일 쏟아지는 미국발 이슈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은 독자들에게 이 책은 거대한 제국의 실상을 꿰뚫어 보는 정밀한 렌즈가 되어줄 것이다. 흔들리는 제국의 판 위에서 한국 외교와 경제가 나아갈 전략적 방향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신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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