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에너지의 게임 체인저, 소형모듈원자로(SMR)의 부상과 한국의 도전

아모스 기자

등록 2025-07-25 06:43

소형모듈원자로 AI이미지


전 세계가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라는 거대한 도전에 직면하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원에 대한 탐색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가 미래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급부상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SMR은 기존 대형 원자력발전소의 한계를 극복하고 안전성, 경제성, 유연성을 두루 갖춘 차세대 원전 기술로 평가받는다.


SMR에 주목하는 이유: 안전성, 경제성, 유연성


SMR은 기본적으로 전기 출력 300MWe(메가와트 전기) 미만의 소형 원자로를 의미한다. 이름처럼 모듈 형태로 공장에서 제작되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성은 기존 대형 원전이 지닌 여러 단점을 보완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첫째, 안전성이 획기적으로 강화되었다. SMR은 대형 원전 대비 훨씬 단순한 구조를 지니고 있으며, 대부분의 핵심 장치가 하나의 용기 안에 통합된 '일체형' 또는 '모듈형'으로 설계된다. 이는 복잡도를 줄여 사고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만일의 사고 시에도 자연 대류와 같은 피동형 안전 시스템을 통해 외부 전력 공급 없이도 노심 냉각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대형 원전의 치명적인 노심 용융 사고를 방지한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높아진 원자력 안전에 대한 대중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둘째, 경제성 측면에서 기존 원전의 높은 초기 투자 비용과 긴 건설 기간이라는 단점을 극복한다. SMR은 공장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여 생산 단가를 낮출 수 있고, 현장 조립 방식으로 건설 기간을 단축하여 건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소규모 전력 수요 지역에도 설치가 가능하여 송배전망 구축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전력망 안정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아직 개발 초기 단계로 상업화 실적이 부족하여 실제 경제성 확보 여부는 향후 대량 생산 체제 구축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셋째, 유연성은 SMR의 또 다른 강점이다. SMR은 전력 생산 외에도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지역 난방, 해수 담수화, 수소 생산 등 복합 에너지 공급 시스템의 핵심으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간헐성이 단점으로 지적되는 재생에너지원(태양광, 풍력)과의 연계 운전을 통해 전력 계통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필요한 전력량에 맞춰 모듈 수를 조절하여 운전할 수 있는 부하 추종 운전도 가능하다.


넷째, 분산 전원으로서의 역할이다. SMR은 대형 발전소와 달리 도심이나 도서 산간 지역 등 전력 수요지에 근접하여 건설될 수 있다. 이는 대규모 송전선로 건설의 필요성을 줄이고, 특정 발전소의 문제 발생 시 전력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여 지역 에너지 자립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SMR이 만능 해결책은 아니다. 초기 개발 및 구축 비용이 여전히 높고, 핵 폐기물 문제와 핵 확산 위험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또한,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에 있어 실제 운영 경험과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각국의 SMR 개발 현황: 미국, 중국, 러시아의 선두 경쟁


전 세계적으로 70개 이상의 SMR 설계가 제안되어 개발이 진행 중이며, 특히 미국, 중국, 러시아가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SMR을 미래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로 인식하고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미국은 SMR 개발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국가 중 하나다. 미국 에너지부는 SMR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으며, 뉴스케일 파워(NuScale Power)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77MW급 SMR 설계 인증을 세계 최초로 획득하며 상용화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테라파워(TerraPower)는 소듐냉각 고속로(SFR) 기반의 SMR을 개발 중이며, 와이오밍주에 첫 실증로를 2028년 상업운전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 미국은 2030년까지 SMR이 전체 신규 원전의 30%, 2050년에는 5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며 시장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하에 SMR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미 상업운전을 개시한 SMR도 있다. 산둥성에 설립된 '화룽원(HTR-PM)'은 2021년 최초 임계에 도달하며 세계 최초 상용 고온가스로 SMR로 기록되었고, 2022년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하이난 등 다른 지역에서도 상업용 SMR 건설을 추진하며 빠른 속도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러시아 또한 SMR 분야의 강자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 기업 로사톰(Rosatom)은 해상 부유식 SMR인 '아카데믹 로모노소프(Akademik Lomonosov)'를 2019년부터 상업 운전하며 실질적인 상용화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초의 부유식 원자력발전소로, 극지방 원격 지역의 전력 공급에 활용되고 있다. 로사톰은 현재 RITM-200과 같은 차세대 SMR을 개발 중이며, 2030년부터 대량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외에도 캐나다는 온타리오주 다링턴 원전 부지에 SMR 건설을 추진하며 GE히타치와 협력하고 있다. 영국은 'Great British Nuclear' 계획을 통해 정부 주도로 SMR 개발을 추진하며 에너지 전환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역시 2030년대 초까지 유럽 내 SMR 개발을 촉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등 각국의 SMR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의 SMR 개발 현황과 향후 전망 및 계획


한국은 세계적인 원전 기술력을 바탕으로 SMR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미래 에너지 시장의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 중이다. 한국의 SMR 개발은 '혁신형 SMR'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혁신형 SMR(i-SMR)**은 한국 독자 기술로 개발되는 170MWe급 경수로형 SMR이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중심이 되어 산학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혁신형 SMR 추진 위원회'를 2020년 출범시키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i-SMR은 기존 원전 대비 획기적인 안전성 향상과 경제성 확보에 중점을 둔다. 특히, 무붕산 운전, 피동 안전 개념 등을 채택하여 소내 정전 시에도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모듈화 설계를 통해 건설 기간 단축과 비용 절감을 목표로 한다.


2022년 6월, 총 사업비 3,992억 원 규모의 i-SMR 개발 사업이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며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한국은 2028년까지 i-SMR 개발을 완료하고 인허가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25년 4월 현재, 한국은 SMR 기술 개발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한국전력기술은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SMR 관련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인력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향후 전망과 계획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SMR을 국가 핵심 기술로 선정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에 SMR 1기 건설이 처음으로 포함되면서, 2035년 국내 첫 SMR 상업운전이라는 목표가 구체화되었다. 이는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발전원이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첫 사례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또한, 한국은 SMR 기술 선점을 위해 용융염 원자로(MSR)와 같은 차세대 기술에도 집중 투자하여 미국,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고 있다. 국제 협력도 강화하여 미국, 캐나다 등과 SMR 기술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2024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SMR 기술 수출 논의를 확대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같은 국내 기업들은 뉴스케일 파워 프로젝트에 핵심 기자재를 공급하는 등 글로벌 SMR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의 SMR 개발은 단순히 국내 에너지 수요 충족을 넘어, 세계 SMR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해외 수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30년까지 71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SMR 시장에서 한국은 뛰어난 기술력과 건설 경험을 바탕으로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SMR 상용화를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 SMR의 소형화 및 모듈화 특성에 맞는 새로운 안전 규제 프레임워크 마련이 시급하며, 이는 상용화 속도를 좌우할 핵심 요소다. 또한, 원전 안전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핵폐기물 처리 문제 역시 SMR 개발과 상용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중요한 과제다.

종합적으로 볼 때, SMR은 탄소 중립 목표 달성과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핵심적인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혁신형 SMR 개발을 통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미래 에너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기술 개발과 더불어 사회적 수용성 확보, 그리고 국제적인 협력 관계 강화를 통해 한국형 SMR이 성공적인 상용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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