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갑자기 급증하는 해충을 묘사한 AI 이미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붉은등우단털파리(일명 러브버그)의 개체수가 폭증하며 시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해마다 반복되는 러브버그 출현은 생태계 변화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그 원인과 방제 방식에 대한 논란을 낳고 있다.
최근 도심을 뒤덮은 러브버그는 언뜻 보기에 혐오감을 줄 수 있지만, 사실 인간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무독성 곤충이다. 오히려 꽃가루를 매개하며 생태계에 이로운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폭발적인 증가세는 단순한 현상으로 치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러브버그의 급증 원인을 두고 환경 단체와 지자체 간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일부 환경 단체는 은평구청이 봉산에 인위적으로 편백림을 조성한 것이 러브버그 확산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인위적인 편백림 조성으로 생물 다양성이 파괴되면서 대벌레가 급증했고, 대벌레 방제를 위해 살충제를 살포한 것이 생태계 균형을 깨뜨렸고, 이로 인해 외래종인 러브버그가 번성할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분석이다. 또한, 벌목된 나무에서 발생한 유기물이 러브버그 유충의 번식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은평구청은 편백림과 러브버그 확산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대벌레는 편백나무를 먹지 않으며, 기후 변화가 대벌레 발생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반박하며 편백림 조성과 러브버그 증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일각에서는 러브버그의 대량 출현이 2010년경 중국에서 유입된 러브버그가 한국에 자연적으로 정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생태계 전문가들은 "외래종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개체수가 폭증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개체수가 조절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한다.
러브버그의 출현이 잦아지면서 지자체는 방제 작업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대규모 살충제 살포는 즉각적인 효과를 볼 수 있으나, 내성을 키우고 다른 유익한 곤충이나 심지어 인간에게도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또한, 방제 작업이 시작되면 러브버그 개체수가 급감하여 심층적인 생태 연구가 어렵다는 문제점도 있다.
끈끈이 트랩이나 유인등과 같은 친환경 방제법도 시도되고 있지만, 넓은 지역에 대한 효과적인 방제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과거 꽃매와 같이 한때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곤충 개체수가 결국 감소세로 돌아섰던 사례처럼 러브버그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번 러브버그 사태는 단순히 불쾌한 곤충의 출현을 넘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의 생태계가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인간에게 해롭지 않은 곤충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에게 불편을 준다는 이유로 박멸하는 것이 과연 최선의 해법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또 일부 지자체들처럼 특정 목적을 위해 가로수를 난도질하거나 수십 년에 걸쳐 자연스럽게 조성된 숲과 자연의 생태계에 인위적인 가해를 가하는 무지함에 대해서도 성찰할 필요가 있다.

아모스
기자
피플스토리 © PEOPLE STORY All rights reserved.
피플스토리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