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나이 이미지 운명적 만남이란 어떤 걸까요? 이 이야기 속 주인공과 연결되었다면 전 에일리가 아니라 아이유와 살고 있었을까요? 3년 전 썼던 애닲은 사랑이야기가 다시 올라왔네요... 벌써 슬픕니다.
오늘도 제 고등학교 때 얘기입니다. 남자들의 덜 떨어진 얘기가 아닌 인류를 구원하는 '사랑'에 관한 얘기입니다. 너무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라 그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슬픈 사연입니다. 제가 웃겨요를 먹고사는 사람이지만...오늘 만큼은 어쩔 수 없이 슬퍼요가 많을 것 같네요...
저희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과외가 금지됐기에 상대적으로 학원이 번성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고등학생이 공부한답시고 재수생이 다니는 입시학원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저와 홍땡땡 아니 누구와 갔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 여튼 버스타고 서대문을 나가면 여학생이 많이 오는 학원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143번 버스를 타고 서대문 서울학원으로 무작정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단과반 신청을 위해 저는 학원 대기줄에 줄을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우와 정말 엄청 예쁘고 매력적인 아이가 수강신청을 하러 줄을 서 있더군요...얼마나 예쁜지 대기줄 다 환해질 정도였습니다. 약간은 병약한 듯한 모습에 하얀 피부에 아...저는 저도 모르게 (아니 최초 학원 방문 의도에 맞게 ㅎㅎ) 인력에 끌려 그 아이와 같은 수업을 신청하게 됐습니다. 수학을 들으러 갔다가 국어를 신청하게 됐죠. 넌 국민윤리 수업을 들어도 돈 아깝지 않아,란 자기 변명을 하면서 말입니다.
저는 그렇게 운명적인 여자아이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습니다. 아..운명이란!
수강신청을 하고 집에 돌아온 날 밤엔 잠도 오지 않았습니다. 혹시 그 아이가 수강신청을 취소하고 다른 과목을 들으면? 아니 학원을 안 나오면 우리 인연은 끝인가? 불안, 초조, 이상 심박항진 등등의 불안한 심리상태가 연속됐습니다. 다음 날 초조한 맘으로 학원을 가니 걱정과 달리 그 아이가 나와 있더군요. 저는 '당신은 한달 뒤면 내 여친이 됩니다'라는 즐거운 자기 암시를 하며 그 아이 뒷자리에 앉았습니다. 이제 손없는 길일을 택해 고백의 순간만 잡으면 됐었죠.
여름이라 드러난 솜털 보송보송한 목덜미도 이뻤고 온몸에 향기가 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여튼 그 아이는 주변 2~3m를 환하게 밝히며 수업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나랏말쌈이 듕귁에 달라~~' 당연히 중국과 다르지 참 어이없는 걸 가르친다. 그렇게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꼼지락거리다 그만 실수로 그 아이 팔꿈치를 모나미 볼펜으로 콕 찌르는 큰 사고를 치게 됐습니다. 이 작은 실수가 훗날 제 운명을 가르는 터닝포인트가 될 줄 그때는 몰랐습니다.
아...이런 불충한 행동을..헐 뒤돌아보는 그 아이에게 저는 급 미안하다고 얘기했습니다. 얘기한 후 팔꿈치를 보니 팔꿈치에 선명한 볼펜자국이 났더군요... 볼펜자국 났다고 얘기할까 하다가 나쁜 인상을 더 심어줄까봐 얘기하지 않고 그냥 지나가기로 했습니다.
담날 다시 그 아이 뒤에 앉아 팔꿈치를 보니 선명한 볼펜자국! 아...저는 그 볼펜자국을 보며 이건 그 아이와 저의 지울 수 없는 사랑의 징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 맘이 흐뭇했습니다. 꼭 지울 수 없는 운명의 짝대기가 연결된 것 같았습니다. 수업 내내 '당신은 내게 콕 찍혔습니다. 이제 우린 사랑할 일만 남았습니다'란 상상에 빠져 있었습니다.
다음 날도 보니 우리의 사랑의 징표는 선명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 다음 날도 또 다음 날도...그때부터 조금 어..어..어..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지워지지 않는 운명의 짝대기라도 이젠 그만 사라져야 정상인데 말입니다. 어느 날은 '그만하면 사랑의 징표로 충분하니 내일은 지워져 있으라 얍!' 하는 주술적 기원도 했습니다.
그렇게 기원도 했는데 보름이 지나도록 볼펜자국은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고백할 날을 기다리기보다 그 아이가 씻는 날을 더 기다리게 됐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고백보다 대중목욕탕, 이태리 타월 이런 생각이 더 자주 떠올랐고 결국 이 아이는 안 씻는 아이일 수도 있다는 불경한 생각까지 들기도 했습니다.
결국 주술적 기원과 간절한 제 바램을 뒤로 하고 수강을 다 마칠 때까지 그 아이의 볼펜자국은 지워지지 않았고, 팔꿈치는 볕에 타서 그런지 점점 더 까매지기까지 했습니다. 급기야 그 아이가 세수하다 팔꿈치 때를 미는 꿈까지... ㅎㅎ
고민 끝에 그 아이에게 고백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겨우 볼펜 자국 때문에?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볼펜자국에서 때로 연결되는 의식의 확장에 고백은 결국 쓰라린 패배를 인정하고야 말았습니다. ㅠㅠ 그냥 멀리서 때를 깨끗히 미는 성숙한 아이로 크기를 빌어주는 아가페적 사랑으로...한여름 밤 서울학원의 사랑 얘기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가끔 생각을 합니다. 만약 그 아이가 때를 잘 미는 아이였다면..나와 그 아이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하고요~~ ㅎㅎ
uapple
기자
피플스토리 uapple
등록번호경기 아54185
등록일자2024-09-09
오픈일자2024-09-20
발행일자2026-07-18
발행인장기영
편집인장기영
청소년보호책임자정은수
저작권담당자 신정희
FAX050)4433-5365
이메일peoplestorynet@nate.com
주소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로 358-25
uapple
피플스토리 uapple © PEOPLE STORY All rights reserved.
피플스토리 uapple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