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가 농작물을 말리게 그늘 하우스 바닥에 깔게를 깔라고 했습니다

김용석 기자

등록 2026-07-06 12:17


순식간, 찰라의 순간, 번개가 번쩍했습니다. 


에일리가 농작물을 말리게 그늘 하우스 바닥에 깔게를 깔라고 했습니다. 또 시키는 건 잘하는 착한(순한?) 남편이다 보니, 시키자 마자 바닥에 깔 천을 찾아 수돗가 쪽 잡동사니를 뒤적일 때였습니다.

갑자기 뭔가 윙~ 하더니 오른쪽 머리가 뭐에 맞은 것처럼 욱신한 통증이 밀려왔습니다. 말벌입니다. 몇 마리가 계속 제게 달려듭니다. 꽃밭 일을 거들다 꿀벌이나 땡삐에게 쏘인 적이 꽤 있는데, 쏘인 순간 예전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쫌 심각한 상황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고요...

잽싸게 하우스 안으로 몸을 피신하고 찬물을 머리에 계속 뿌렸습니다. 갑자기 비련의 주인공이 된 것 같습니다.
'여기서 이렇게 죽는다면 취직한 큰애, 둘째까지는 그렇다 쳐도 겜돌이는? 나한테 맨날 시키기만 하고 삽질도 잘 못하는 에일리는... 아~ 그리고 어머니는! 살아야 한다! 특히 어머니를 위해서는 꼭 살아야 한다...'

일단 살아야 하니 에일리에게 집으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에일리도 일단 업무 종료하고 얼른 가서 알러지약 먹으라고 했습니다.

땀냄새 쩔은 몸으로 응급실을 갈 수는 없으니, 집에 도착하자마자 샤워를 했습니다. 샤워하는 동안에도 머리통이 깨질 것처럼 아픕니다. 눈앞이 쫌 흐려지고 어지럽고 해야 엄살도 쫌 필 텐데 통증 빼고 다른 증상은 없습니다. 아파서 우는 사람은 있어도 아파서 죽는 건 쉽지 않으니 말입니다. 쫌 상황이 싱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샤워를 하고 호흡 곤란이라도 오나 지켜보는데 숨도 말짱하고... 비련의 주인공이 되는 건 틀린 것 같습니다. 이때부터 머리는 깨질 듯 아픈데 어떻게 하면 '이 상황으로 재밌게 농담할까?' 하는 생각만 듭니다.

에일리에게 전화했습니다.
나 - 아직 안 죽고 살아있음. 엄청 아프고! 근데 낼 나 팔에서 거미줄 같은 게 쫙~ 나오면 스파이더맨 옷 사줄 거야?
에일리 - 농담하는 거 보니 죽지는 않겠네~
나 - 옛날 벌에 쏘여 응급실 가셨던 선배처럼 정력이 엄첨 좋아지면 어떡하지?
에일리 - 그럼 나가 살아!

지금도 머리는 쪼개질 것 같은데 다른 증상은 없으니 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벌침 후유증으로 양기가 모두 입으로 가는 것만 아니면 다 좋습니다. 입과 말은 지금으로도 충분하니까요~ㅎㅎ

※ 신이 인간에게 주신 가장 큰 선물은 고라니가 포도를 못 먹게 만든 것입니다. 요즘 포도 보는 낙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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