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에 갇힌 '지방 소멸론'의 함정
청년도, 지방도, 서울도 지킬 수 없는 사회를 향한 경고
무너진 구조를 바꿀 '특별법 2.0' 제안

10년 동안 70만 명의 청년이 수도권을 향해 고향을 떠났다. 세간은 이를 두고 지방 소멸을 걱정하며 청년들의 이동을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하지만, 신간 '특별시민, 왜 청년은 지방을 탈출하는가(저자 이현택, 메이킹북스)'는 이 익숙한 프레임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저자는 청년의 지방 이탈을 단순한 이동이 아닌 생존을 위한 '탈출'로 규정하며, 이를 개인의 선택이 아닌 국가 구조적 모순이 낳은 결과물로 진단한다.
지역 청년정책과 창업 현장을 거쳐 국무총리비서실 공보실에 재직 중인 저자는 지방을 떠날 수밖에 없게 만드는 교육, 일자리, 의료, 교통, 정치의 불균형을 날카롭게 추적한다. 책은 총 3부에 걸쳐 지방의 상실감과 탈출 메커니즘, 기존 균형발전 정책의 한계, 그리고 무너진 룰을 다시 설계하기 위한 대안을 촘촘히 담아냈다.
저자는 기존의 지방 소멸 방지 대책들이 '경성 문법'에 갇혀 도리어 행정의 역설을 낳았다고 비판한다. 인구 통계학적 숫자에만 매몰되어 사람을 잃어버렸다는 지적이다. 혁신도시와 첨단 특구 지정 등 화려한 공약들이 어떻게 '껍데기뿐인 지역 경제'를 만들었는지, 거대 플랫폼과 금융 자본이 어떻게 지역의 부를 빨아들이는 '삼중 수탈 구조'를 형성했는지 책은 생생하게 고발한다.
특히 판교에 코어를 두고 지방에는 단순 물류 노동만 남겨두는 첨단 특구의 함정은 지방 중산층의 붕괴와 자산 격차의 확대로 이어졌다고 짚는다. 태어난 지역이 계급을 결정하는 '상속 격차의 폭탄'이 이미 작동하고 있으며, 이는 청년들이 결혼과 육아를 포기하게 만드는 거대한 장벽이 되었다는 분석이다.
책은 단순히 현실을 폭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구조 개혁 방안을 제시한다. 기존의 소멸지수 대신 '지속가능지수'를 도입해 설계도를 다시 그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을 이기려는 무모한 경쟁 대신, 압축도시(콤팩트시티)와 다극 네트워크를 통해 고립이 아닌 연결을 도모해야 한다는 제안이다.독일과 일본의 사례를 들어 관계인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구체적인 정책 대안으로는 다음과 같은 파격적인 과제들이 제시된다.
△지리적 프리미엄의 환원: 국가가 만든 서울 부동산 가격의 이익을 지역으로 분배하는 구조 마련
△청년인지예산 의무화: 토건 예산의 20%를 청년 예산으로 배정
△지역 주권 확보: 첨단 대기업 청년 테크 인턴 의무화 및 신재생에너지 수익을 활용한 청년 공공펀드 조성
△정치 구조 개혁: 결정권자의 연령을 낮추고 도시 결정 구조에 청년의 대표성을 실질적 권력으로 보장
이 책은 지방에 남은 이들만을 위한 서가용 도서가 아니다. 비싼 주거비를 감당하며 서울에서 버티는 청년들에게는 자신들이 밀려난 구조적 이유를 설명해주고, 행정가와 정치인에게는 당장 수정해야 할 오답 노트를 제공한다.
"청년이 떠난 뒤에 지방을 살릴 수 있는가. 청년이 몰려든 뒤에 서울은 과연 살 만한 도시로 남을 수 있는가." 저자가 던지는 이 묵직한 질문은 대한민국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묻는 서늘한 경고장이다. 지방 소멸이 먼 곳의 뉴스가 아닌 나의 삶을 바꾸는 국가적 위기임을 깨닫게 한다.
uappl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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