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월스트리트의 ‘검은 목요일’, 역사를 거울로 삼을 시간

uapple 기자

등록 2026-04-19 20:36


기술 혁신에 대한 맹신과 끝을 모르는 주가 폭등, 그리고 그 이면에 쌓여가는 천문학적인 부채. 2026년 현재 대한민국 투자 시장의 풍경일까? 놀랍게도 이 장면은 1929년 10월, 대공황의 도화선이 된 뉴욕 증시 대폭락 직전의 월스트리트를 그대로 복제한 듯 닮아 있다.


《뉴욕 타임스》의 간판 저널리스트이자 금융 논픽션의 거장 앤드루 로스 소킨이 신작 《1929》(웅진지식하우스)를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이 믿고 있는 그 유토피아는 파국의 전조인가, 아니면 새로운 시대의 서막인가?"


“이번에는 다르다”는 착시가 만든 비극


1920년대 미국은 ‘라디오’라는 신기술이 가져온 혁명적 풍요에 도취해 있었다. 오늘날 AI와 암호화폐가 세상의 판도를 바꿀 것이라는 낙관론 속에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드는 모습과 흡사하다. 저자는 8년에 걸친 집요한 추적 끝에, 당시 투자자들이 어떻게 ‘내일의 부’를 오늘 당겨 쓰는 레버리지의 마법에 매몰되었는지 그 참혹한 과정을 낱낱이 파헤친다.


소킨은 단순한 경제 지표의 나열 대신, 위기를 설계하고 스스로 그 덫에 걸려든 인물들의 드라마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본다. 탐욕스러운 은행가, 무능한 정치인, 그리고 대중의 광기를 이용해 사익을 챙긴 거물들의 권력 전쟁은 시장을 통제 불능의 상태로 몰아넣었다. 결국 1929년 10월 24일, ‘검은 목요일’을 기점으로 견고해 보이던 부의 신화는 무너져 내렸고,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고통스러운 대공황으로 이어졌다.


현대 금융 위기를 돌파할 가장 차가운 지혜


이 책의 가치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빌 게이츠가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이유 역시, 이 서사가 100년 전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의 현실을 관통하는 경고장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신뢰가 서서히 구축되다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자본주의의 잔인한 메커니즘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찰스 미첼의 투기부터 리처드 휘트니의 횡령, 그리고 연방준비제도(Fed)의 뼈아픈 실책까지, 소킨은 시스템을 붕괴시킨 진범이 숫자가 아니라 ‘인간의 탐욕’임을 폭로한다.


다시, 역사를 거울로 삼을 시간


책은 1929년 2월의 불길한 징후부터 1933년 위기의 주역들이 심판대에 서는 순간까지, 자본주의의 운명을 바꾼 52개월의 타임라인을 긴박하게 재구성했다. 암호화폐와 AI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길을 잃은 현대인들에게, 이 기록물은 자산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보루이자 시대의 흐름을 읽는 안목을 제시한다.


"신뢰는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앤드루 로스 소킨이 건네는 이 서늘한 각성제는 지금,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멈추고 우리가 직면한 리스크의 본질을 돌아보게 한다. 100년 전의 카오스를 오늘날의 거울로 비춰낸 《1929》는, 반복되는 역사의 거대한 파동 속에서 과거를 거울로 삼아 곱씹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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