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병원 장례식장 근처, 모두가 잠든 새벽 두 시의 고요를 깨고 수상한 손님들이 찾아오는 기묘한 매점이 있다. 북로망스에서 출간된 조현선 작가의 장편소설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가장 서늘한 공간인 병원을 배경으로 삶의 마지막 순간에 남겨진 간절한 미련과 온기를 담아낸 힐링 판타지다.
이 소설은 스무 살의 주인공 나희가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종합병원 매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인적 드문 밤마다 매점을 찾는 손님들은 어딘가 이상하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차림을 했거나 그림자가 없는 등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기묘한 공통점을 지녔다. 그들이 내뱉는 주문 또한 매점에는 없는 물건들이거나 황당한 부탁들뿐이다.
거절을 못 하는 성격의 나희는 이들의 주문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발을 벗고 나선다. 홀로 남겨진 반려묘를 걱정하는 미용실 아주머니, 치매 아내를 돌보는 공장 사장님, 고립된 고등학생 등 각자의 사연을 안고 이승을 떠나지 못한 이들의 마지막 염원을 대신 전해주며 나희는 죽음 너머에 숨겨진 진실과 마주한다.
작가는 산 자와 죽은 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판타지적 설정을 통해 단순한 슬픔을 넘어선 ‘회복과 성장’을 이야기한다. 타인의 마지막을 돕는 과정은 결국 주인공 나희가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과거의 상처로부터 나아가는 동력이 된다. 죽음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장 곳곳에는 특유의 유쾌함과 뭉클한 감동이 서려 있다.
저자 조현선은 연세대학교 졸업 후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번아웃을 계기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일상의 건조한 틈새를 따뜻한 상상력으로 채워온 저자는 이번 신작을 통해 독자들에게 관계와 사랑의 의미를 다시금 묻는다.
출판사 측은 “제대로 슬퍼할 겨를도 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마음을 들여다볼 시간을 건네는 소설”이라며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전하지 못한 말이 남아 있는 소중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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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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