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은 스토리에 박진감이 있고 복선을 깔아놓는 플롯도 독자들을 소설 속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기존 한국소설에서 원시 모계사회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었는데, 이 소설이 미답의 영역을 탐사하는 선구적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갖게 한다 - 이순원 소설가

비록 외부에서 우리를 지칭하는 형태라고 해도 ‘동이(東夷)’만큼 적확하게 담아낸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주몽으로 출발한 활의 역사는 이제까지 계승되어 올림픽을 제패하고 있으며, 나는 활 자체를 우리가 처음으로 만들었을 것으로 주장한다. 활이 처음으로 발명되는 사건과 그로 인한 과정들을 그려낸 결과 작품성과 상업성을 함께 충족하는 두 마리 토끼를 포획하게 되었다.
소설 《동이(東夷) 최초의 활》은 우리의 직접 조상인 동이족(東夷族)이 한반도에 들어오기까지의 여정을 담아낸 것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동이족의 무대는 신석기시대의 두만강 북쪽 만주 지역이다. 당시의 기후와 생활은 지금 우리가 추측하는 것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온화한 기후에 살던 그때의 사람들은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털가죽으로 몸을 감싸지도 않았고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음(短音)으로 의사를 소통하지도 않았다. 그때 이미 식물에서 뽑아낸 섬유를 정교하게 짜내 만든 옷을 입었으며 바구니를 비롯한 각종 생활 공예품을 만들어 사용했다.
다른 지역의 일족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었던 동이족을 결정적으로 변화시킨 것은 활이었다. 어느 날 느닷없이 나타난 활은 모양부터가 전혀 달랐다. 동력을 발생시키는 활과 그것의 힘을 받아 쏘아지는 화살로 나뉜 생소한 무기는 예전에 없던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네 발로 빠르게 달려 순식간에 멀어지는 짐승들을 쏘아 맞출 수 있는 무기는 오직 활이 유일했다. 두 발의 느린 인간이 네발로 달리는 짐승의 빠른 속도를 제압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불이 인간과 짐승을 구분하는 발견이었다면 활은 야생과 역사를 구획하는 결정적 도구로 기능했다. 활을 가지게 된 다음에야 비로소 진정한 동이의 역사가 발원하게 되었다.
활은 사냥에 소용되는 무기로만 기능하지 않았다. 약한 자의 손에 잡힌 활이 강한 자의 창과 도끼를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면서 그때까지 유지되던 사회의 골조가 크게 흔들렸다.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이기는 절대불변의 야생의 법칙이 활에 의해 깨지게 된 것이었다. 활을 가지게 된 동이족의 갈등이 필연적인 전쟁을 부르고 통일된 그들이 영원히 살 곳으로 떠나게 되는 비사(秘史)를 발굴하여 소설 동이에 담아내었다.
위에서 소개된 내용에 보태면 “최초로 활을 만든 누군가”는 반드시 존재했을 것인바, 그가 바로 동이족의 정체성과 유전자를 창조하는 선조가 되는 인물이다. 신석기시대에 생활했던 씨족들 가운데 그리 강하지 않았던 씨족에 태어난 ‘빠른손’은 체격이 크지 않은 반면 지혜롭고 정의롭게 성장하여 씨족의 기대를 받게 된다.
씨족의 생존에 필수적인 사냥을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이는 빠른손이 장차 씨족을 이끌 족장의 재목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그를 달갑게 여기지 않는 세력들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빠른손이 족장이 되면 절대 안 되는 그들에 의해 암습을 당한 빠른손은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만, 다리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불구가 되고 만다.
족장이 될 수 있던 위치에서 불구가 되는 바람에 노역을 하는 신세로 전락한 빠른손은 우연히 활의 원리를 발견하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활을 만들어낸 빠른손이 그것을 이용하여 복수를 하고 족장에 오르는 것은 물론, 훨씬 강력한 인근의 씨족들까지 통합하게 되는 것이 전반적인 내용이다.
아울러 활로 인해 그동안 견고하게 유지된 모계사회에서 전사(戰士)가 지배하는 부계사회로 전환되기까지 하는데다, 한민족의 신앙이 발현되고 늑대를 길들여 사냥과 전쟁에 활용하는 등등의 역사와 배합된 이야깃거리도 풍부하게 함유하려 했다.
《동이(東夷) 최초의 활》은 한국전자출판협회가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으로 2007년에 공모했던 ‘2회 디지털작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던 작품이다. 당시의 수상은 작품의 주인공 빠른 손이 가지게 된 이후 위기를 극복하고 원하던 것을 쟁취했던 것처럼, 모든 것이 일천했던 작가의 인생에 절대적으로 기여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가 대상에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은 직후 심장이 멎을 정도로 경악했던 순간과, 킨텍스에서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수상했던 기억들은 죽은 다음에도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당시 심사위원으로는 이순원 소설가, 이경호 문학평론가, 권태현출판평론가, 이현경 영화평론가, 황세연 추리소설가 등이었는데, 심사위원 전원이 《동이(東夷) 최초의 활》을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발표했다.
이 작품은 신석기시대를 무대로 동이족이 한반도에 들어오기 이전의 상황을 그린 소설인데, 풍부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선사시대 생활상을 꼼꼼히 묘사한 부분들이 흥미롭다. 소설 속 인물들의 성격묘사도 개별성을 확립하려는 노력이 돋보였다.
이 작품은 스토리에 박진감이 있고 복선을 깔아놓는 플롯도 독자들을 소설 속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기존 한국소설에서 원시 모계사회에 대한 내용이 거의 없었는데, 이 소설이 미답의 영역을 탐사하는 선구적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갖게 한다.
그러나 ‘모든 것을 아는 딸’이 모계사회의 상징적 인물이라 하더라도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인물을 통해 소설 속의 중요한 상황 변화와 여러 부족의 통합과정, 남쪽으로의 이동과 같은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사건과 중요한 의사결정이 지나치게 비약되었거나 소설적 장치가 생략되었다는 심사위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 있었다.
이 부분은 추후 작가가 더 보강하여야 할 일이겠지만,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매우 잘 읽히며 작품의 전체적인 흐름과 긴장감을 끝까지 잘 유지했다는 점에서 대상작으로 결정했다. 우리가 짐작만 할 수 있는 아득한 과거를 소재로 가상의 역사가 시대배경을 이루는 팩션소설로 크게 손색이 없다. 작가는 이 소설이 독자에게 선택되고 나아가 문학사에 남는 작품이 되려면 ‘팩션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끌어안고 고민하는 치열한 작가의식을 담금질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 작품은 한때 팩션 테마를 찾던 모 영화사와 계약까지 체결했으나 프랭크인 직전에 영화사 사정으로 중단된 적이 있었다. 《오징어게임》과 《기생충》 이후 《글로리》, 《폭삭속았수다》 그리고 최근 《왕과 사는 남자》까지 숱한 한국적 스토리가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동이(東夷) 최초의 활》의 새로운 쓰임새를 위해 출간을 도와주신 분들게 감사드린다.
uappl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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