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학자 소노이케 긴타케, 신간 '식물의 생김새에는 의미가 있다' 출간 디자인 너머의 과학… 진화와 환경이 빚어낸 식물의 '최적화' 해법 제시

식물은 움직이지 못하지만, 결코 정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들이 취하고 있는 독특한 모양과 색깔, 구조 안에는 수억 년간 이어온 치열한 생존 투쟁의 역사가 응축되어 있다. 일본의 저명한 식물생리학자 소노이케 긴타케 와세다대학 교수가 펴낸 신간 '식물의 생김새에는 의미가 있다'(눌와)는 무심코 지나쳤던 식물의 외형을 '생존을 위한 공학적 설계'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둥근 줄기와 사각 줄기, 그 속에 담긴 '물리 법칙'
저자는 질문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왜 대부분의 줄기는 둥글까?" 답은 단순하다. 어느 방향에서 바람이 불어도 쉽게 꺾이지 않는 구조적 안정성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식물이 원통형을 고수하지는 않는다. 꿀풀과 식물은 사각형 줄기를, 사초과 식물은 삼각형 줄기를 택한다. 이는 모서리를 통해 물리적 강도를 높이는 보강재 역할을 하며, 각기 다른 환경에서 바람에 저항하는 그들만의 묘안이다.
뿌리 역시 마찬가지다. 땅이 물에 잠기는 환경에서 자라는 낙우송은 공기를 얻기 위해 뿌리를 땅 밖으로 거꾸로 솟구치게 하는 '호흡뿌리'를 만든다. 맹그로브는 거센 물결에 버티기 위해 사방으로 '받침뿌리'를 내린다. 이상해 보이는 모양일수록 특정 환경을 돌파하기 위한 특수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잎 뒷면이 하얀 이유… 빛을 아끼는 식물의 경제학
책은 잎의 색깔에 대해서도 과학적 통찰을 제공한다. 잎 뒷면이 앞면에 비해 유독 창백해 보이는 것은 단순히 엽록소가 적어서가 아니다. 잎 내부의 '해면조직'이 밖으로 빠져나가려는 햇빛을 난반사시켜 다시 안쪽으로 되돌려 보내기 때문이다. 한정된 태양 에너지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빛의 재활용' 전략이 잎 뒷면의 색을 결정한 셈이다.
저자는 잎의 크기를 결정하는 과정도 '비용과 편익'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잎이 크면 지탱하는 비용은 줄지만, 강한 바람에 찢길 위험이 커진다. 반면 잎이 작으면 공기 흐름이 원활해져 이산화탄소 흡수에는 유리하지만, 광합성을 위한 면적 확보가 어려워진다. 식물은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최적의 타협점을 찾아 지금의 크기를 결정했다.
암기 너머의 탐구… 스스로 가설을 세우는 즐거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다. '생각하기 마크'를 통해 독자가 직접 식물의 입장이 되어 생존 전략을 추론해 보도록 유도한다. 경제학의 '게임이론'이나 물리학적 원리를 동원한 해설은 식물학을 입체적인 학문으로 격상시킨다.
소노이케 교수는 "식물의 생태적 특성을 아는 것은 그들이 맞닥뜨린 생존의 고민과 마주하는 일"이라며, 마트에서 파는 대파나 길가에 핀 민들레조차도 훌륭한 탐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반려식물을 키우는 초보 식집사부터 자연의 원리를 깊이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식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야를 제공할 것이다. 모양과 색이라는 겉모습 너머, 지금 이 순간에도 소리 없이 도전하고 있는 생명의 경이로움을 만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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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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