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돈균, 뉴이재명 특강에서 "부채의식의 ‘노예’가 아니라 미래 효능감의 ‘주인’으로 진화해야

uapple 기자

등록 2026-03-06 23:26

박정희·노무현의 죽음이 남긴 ‘부채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대형 스피커들의 ‘갈라치기’ 프레임은 민주주의 파괴하는 파시즘적 행태

한국일보 이슈전파사 채널 캡처화면


한국 정치의 고질적인 병폐인 ‘과거 소환의 정치’를 끝내고 실용주의적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철학적 담론이 제시됐다. 문학비평가이자 사상가인 함돈균 박사는 지난 3월 6일 한국일보 유튜브 채널 ‘이슈전파사’ 특강을 통해 현재 한국 정치를 지배하는 무의식적 기저와 ‘뉴 이재명 현상’이 갖는 시대적 의미를 심도 있게 분석했다.


두 비극적 죽음의 트라우마: 한국 정치를 가둔 감옥


함 박사는 한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두 가지 비극적 사건, 즉 박정희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우리 사회에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진단했다. 이 두 죽음은 한국 사회를 물과 기름처럼 갈라놓았으며, 각 진영은 상대에 대한 증오와 자기 진영에 대한 강박적인 부채의식을 기반으로 결집해 왔다는 것이다.


그는 “보수 진영은 박정희의 죽음을, 진보 진영은 노무현의 죽음을 각자의 핵심 트라우마로 간직하고 있다”며 “특히 진보 진영이 지난 20년 동안 오직 ‘검찰개혁’만을 지상 과제로 외치게 된 근본 원인은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집단적 부채의식과 복수심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정치는 끊임없이 과거의 인물을 소환하며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과거의 한(恨)을 풀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노예의 도덕’에서 ‘주인의 도덕’으로의 전환


함 박사는 과거의 상처에 매몰되어 보복과 회한에 집중하는 정치를 ‘노예의 도덕’이라 규정하고, 이제는 스스로 삶의 가치를 창조하고 미래를 향해 도약하는 실용주의적 ‘주인의 도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기존의 정치가 ‘빚을 갚아야 한다’는 무의식적 고통에 기반했다면, 새로운 정치는 ‘나에게 어떤 효능감을 주는가’라는 성과 기반의 지지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것이 바로 그가 명명한 ‘소유자형 정치’의 핵심이다. 국민이 정치인의 채무자가 아니라, 정치를 도구로 활용하는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회복하는 과정이라는 의미다.


‘뉴 이재명 현상’의 세 가지 층위와 철학적 함의


함 박사는 ‘뉴 이재명 현상’을 단순한 정치적 지지 확장을 넘어선 사회적 에너지의 분출로 보았다. 이를 세 가지 층위로 분석했다.


첫째, 이재명의 정치는 박정희나 노무현이라는 과거 권위나 비극에 기대지 않는다. 지지자들 역시 그에게 빚진 것이 없기에, 오로지 실무적 능력과 성과에 따라 보상적 지지를 보낸다. 이는 한국 정치가 드디어 ‘무의식적 고통’에서 벗어나 ‘미래의 효능감’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둘째, 함 박사는 뉴 이재명 현상을 좁은 특권 세력의 이해관계를 넘어 평등을 확장하는 보편적 진리의 과정으로 해석했다. 그는 “기존 민주 진영이 스스로를 절대 선이라 믿으며 보수와 적대해왔지만, 이재명이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등장하면서 ‘우리 안의 정치가 정말 국민을 위한 것이었나’라는 근본적 회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셋째, 그는 조국 대표로 상징되는 현상을 ‘목리(目利)’이자 ‘채권자 정치’라고 비판했다. 마치 국민에게 받을 것이 있는 것처럼 화풀이하는 정치는 결국 과거에 묶인 노예의 도덕일 뿐이라는 것이다. 반면 이재명 현상은 확정적 성과를 지향하는 ‘주인의 도덕’을 가진 리더십의 출현으로 평가했다.


 ‘갈라치기’ 프레임과 전체주의


강연의 후반부에서 함 박사는 현재 민주 진영 내부에 만연한 토론의 부재와 지성적 경직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일부 대형 스피커들이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내면 ‘갈라치기’라고 몰아세우는 현상을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독재적 행태”라고 규정했다.


그는 “공부를 한다는 것은 360도의 관점을 보려는 노력이며, 인간의 생각은 본래 갈라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사유의 갈래를 ‘갈라치기’라는 프레임으로 봉쇄하는 것은 파시즘과 다를 바 없다”고 일갈했다. 소설가 황석영 등 지식인들이 느끼는 답답함 역시 이러한 ‘무지성적 전체주의’에서 기인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황석영 작가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아 군산에서 만남을 가졌다고 했다. 황 작가는 과거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특정 세력이나 대형 스피커에 의해 '말할 자유'가 억압되고 생각이 종교화되는 현상에 큰 충격과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을 제시하면 이를 '갈라치기'로 규정하며 입을 막으려 하는 행태에 대해, 황 작가는 "어처구니가 없다"며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고 했다.


3번의 쿠테타와 패거리 정치


또한 그는 최근 발생한 정치·사법적 사건들을 ‘3번의 쿠데타’로 규정하며 날을 세웠다. 윤석열 정부의 계엄 시도, 조희대 대법원 체제의 파기환송, 그리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합당 제안 등을 거론하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민주적 절차와 보편적 상식을 파괴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자신을 ‘민주주의 사상가’로 정의한 함 박사는 “문학비평이 인간의 고통을 다루듯, 그 고통의 뿌리인 사회적 억압과 정치 공동체의 정의를 분석하는 것이 나의 업”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가 이데올로기가 보편적 진리에서 어긋날 때 지식인은 기꺼이 반대할 수 있어야 하며, 현재 일부 정치 스피커들의 언술은 국민 전체가 아닌 특정 ‘패거리’를 위한 것이기에 신랄하게 비판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그가 지향하는 정치는 ‘사유의 갈래를 만들고 말하는 행위’ 그 자체다. 투표는 그 과정의 종착지일 뿐, 일상에서 서로 다른 생각들이 토론되고 부딪히는 과정이 곧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함 박사는 “사유가 정지되고 토론이 중지되는 순간 정치는 죽는다”며, 우리 사회가 무지성의 늪에서 벗어나 다시 지성의 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특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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