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일자리 사이를 표류하는 청년들… '부유하는 노동자'의 생존법을 묻다

uapple 기자

등록 2026-02-24 10:36

나남출판, 학제 간 연구서 'AI시대 청년의 일과 미래' 발간

"나는 하루살이가 아니니까 걱정"…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



인공지능(AI) 기술이 노동 현장을 빠르게 잠식하는 가운데, 일자리와 일자리 사이를 끊임없이 떠도는 청년 세대의 고단한 삶과 미래를 진단한 신간이 나왔다. 나남출판에서 발간한 'AI시대 청년의 일과 미래'는 사회학, 문학, 과학기술학 전문가 5인이 모여 기술 격변기 속 청년 노동의 본질을 파헤친 연구 결과물이다.


저자들은 오늘날의 청년들을 '부유하는 노동자'로 규정한다. 이들은 정규직이라는 공고한 성벽 안으로 진입하기보다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 'n잡' 사이를 오가며 불안정한 생계를 이어간다. 책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개인의 나태함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AI로 대변되는 기술 혁신과 신자유주의적 고용 구조가 맞물려 발생한 사회적 결과임을 분명히 한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이론적 고찰부터 실제 청년들의 목소리까지 폭넓게 담아냈다.


1부와 2부에서는 '자낳세(자본주의가 낳은 세대)', '불나방' 등으로 불리는 청년들의 고용 불안정을 사회학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AI 발전이 고용 환경을 어떻게 재편하는지, '그냥 쉬었음' 인구가 급증하는 배경이 무엇인지 통계와 이론을 통해 짚어본다.


3부는 과학기술학적 관점에서 AI 에이전트와 알고리즘 통제가 인간의 노동을 어떻게 예속시키는지 경고한다. 플랫폼 고용의 함정과 그 안에서 작동하는 지배 기제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4부는 문학적 접근이 돋보이는 구간이다. 소설과 웹툰 속에 투영된 청년-여성의 노동 현실과 '취준생'의 성장 서사를 분석하며,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파편화된 노동자들의 정체성을 살핀다.


5부에서는 결론적으로 '좋은 일'의 조건을 묻는다. 저자들은 기술이 노동의 형태를 바꿀지라도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관계, 정신적 만족이라는 일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책의 백미는 청년 노동자들과의 심층 인터뷰다. "하루하루 살아갈 수는 있는데 나는 하루살이가 아니니까 걱정"이라는 한 청년의 고백은 미래를 설계할 권리를 박탈당한 세대의 절망을 관통한다. 저자들은 청년들의 잦은 이직과 부유를 '자발적 선택'으로 치부하는 기성세대의 시각을 교정하고, 이들이 안전하게 정박할 수 있는 사회적 버팀목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신경아, 김양선, 박준식, 김영범, 강민정 등 각 분야 권위자들이 집필한 이 책은 한림지성총서의 세 번째 시리즈다. AI가 인간의 자리를 위협하는 시대, 인간다운 노동과 '좋은 삶'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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