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맹 가리, 두 번의 공쿠르상과 권총 자살… ‘가짜’로 살아야 했던 천재 작가의 진실

uapple 기자

등록 2026-01-19 16:20

밀 아자르라는 가면 뒤에 숨은 고독한 영혼

"나는 마침내 나를 온전히 표현했다", 유서에 남긴 마지막 고백

수묵화로 그린 로맹 가리=AI 


단편선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의 저자 로맹 가리(1914~1980)는 프랑스 문학사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인물로 꼽힌다. 그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쿠르상을 두 번 수상한 작가이자, 스스로 생을 마감하며 세상을 한 번 더 놀라게 한 비운의 천재였다.

 

◇ '하늘의 뿌리'에서 '자기 앞의 생'까지… 전무후무한 2회 수상

 

프랑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인 공쿠르상은 '평생 단 한 번'만 수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로맹 가리는 1956년 『하늘의 뿌리』로 이미 이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그는 19년 뒤인 1975년, '에밀 아자르'라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워 『자기 앞의 생』을 발표하며 또다시 공쿠르상을 거머쥐었다.

 

당시 프랑스 문단은 혜성처럼 나타난 신예 작가 에밀 아자르에 열광했다. 로맹 가리는 자신의 친척을 아자르로 위장시켜 언론 인터뷰까지 진행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대중과 평단이 자신에게 씌운 '전쟁 영웅', '외교관 출신 작가'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오직 작품으로만 평가받고 싶었던 그의 갈망이 빚어낸 거대한 연극이었다.

 

◇ 전쟁 영웅과 고독한 이방인 사이의 균열

 

그의 삶은 화려함과 비극이 공존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 공군 장교로 참전해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은 전쟁 영웅이었으며, 전후에는 외교관으로서 촉망받는 삶을 살았다. 당대 최고의 배우 진 시버그와의 결혼은 전 세계적인 화제였다.

 

그러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그의 내면은 전쟁의 상흔과 상실감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이번 단편선에 수록된 「도대체 순수는 어디에」나 「어떤 휴머니스트」와 같은 작품들은 인간의 저열함과 위선에 환멸을 느꼈던 그의 고통스러운 시선을 그대로 보여준다.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계산이 인간의 영혼을 더럽히고 있다"는 그의 문장은 그가 마주했던 세상의 민낯이었다.

 

◇ 마지막 "기막힌 농담", 그리고 영원한 안식

 

1980년 12월 2일, 로맹 가리는 파리의 자택에서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나는 마침내 나를 온전히 표현했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겼으며, 그 속에서 자신이 바로 에밀 아자르였음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고백은 전 세계 문학계에 거대한 충격을 안겼다. 평생을 '로맹 가리'라는 고착된 이미지와 싸워야 했던 그는, 결국 죽음을 통해서야 비로소 가면을 벗고 자유를 찾은 셈이다.

 

이번에 출간된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는 그가 '에밀 아자르'로 숨어들기 전, 로맹 가리라는 이름으로 인간 본성의 심연을 가장 날카롭게 해부하던 시기의 정수를 보여준다. 위트와 냉소,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인간에 대한 연민은 그가 왜 오늘날까지 '저항의 작가'로 추앙받는지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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