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박대를 당한 모든 사람들에게 바친다"… ‘케데헌’ 골든, 美 골든글로브 주제가상/영화상 수상

uapple 기자

등록 2026-01-12 14:04

아리랑TV 채널 캡처화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2026년 골든 글로브에서 최우수 오리지널 송, 최우수 애니메이션 영화상을 수상했다. 


주제가 '골든'의 작곡가이자 가수인 이재는 수상 소감에서 케이팝 아이돌에서 거절당한 후 깊은 좌절감을 노래로 이겨냈다고 하면서  "이 상은 문전박대를 당한 사람들을 위한 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거절은 오히려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당신이 원래 타고난 모습처럼 빛나기에 너무 늦은 때는 없습니다." ("I just wanna say, this award goes to people who have had their doors closed at them, and that I can confidently say rejection is redirection. And so never give up and you know it's never too late to shine like you were born to be.")라고 마무리를 지었다.


◇투명성 논란으로 위기 겪었으나 운영 주체 교체와 투표인단 확대를 통해 변화


미국 골든글로브(Golden Globe Awards)는 매년 영화와 TV 부문을 아울러 시상한다. 시기상 아카데미 시상식 바로 직전에 열려 ‘오스카의 향방을 점치는 전초전’으로 불린다. 한때 폐쇄적인 운영과 인종 차별 논란으로 보이콧 사태까지 겪었던 골든글로브가 전면적인 개편을 통해 신뢰 회복에 나섰다.


가장 큰 변화는 베일에 싸여 있던 투표인단의 투명성과 다양성 확보다.  과거 80여 명에 불과했던 투표인단은 현재 약 300명 이상으로 3배 넘게 늘어났다. 전체 투표단의 약 60%가 인종적·민족적 다양성을 갖춘 인사들로 채워졌다. 구체적으로는 라틴계(26.3%), 아시아계(13.3%), 흑인(11%) 등이 포함되며 '백인 위주 시상식'이라는 오명을 씻어냈다. 전 세계 70여 개국 이상의 해외 기자 및 평론가를 투표단에 포함해 국제적인 시각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카르텔에 의한 수상작 선정을 방지하고, 글로벌 대중 문화의 흐름을 보다 정확히 반영하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골든글로브상의 혁신과 대비되는 한국의 연예대상과 연기대상


해마다 연말이면 안방극장은 ‘전파 낭비’의 현장으로 변질된다. 지상파 3사가 약속이라도 한 듯 내놓는 연예대상과 연기대상 이야기다. 시청률은 나락으로 떨어지고, 화제성은 실종된 지 오래건만, 그들은 여전히 나비넥타이를 조여 매고 레드카펫 위에서 ‘그들만의 공화국’을 건설 중이다. 2025년의 끝자락에서 목격한 풍경 역시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퇴행의 속도는 더 가팔라졌다.


AI 이미지

—기념품으로 전락한 트로피, 긴장감 사라진 ‘종무식’


이제 지상파 시상식에서 ‘대상’의 가치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공동 수상은 기본이요, 상의 명칭만 바꾼 ‘쪼개기 시상’이 남발되면서 트로피는 예술적 성취에 대한 훈장이 아니라 참석자에 대한 ‘출석 보상’ 혹은 ‘기념품’으로 전락했다. 신인상만 여덟 명에게 뿌려대고, 장르별로 세분화된 상들이 쏟아지는 광경은 마치 전 직원이 상장 하나씩은 들고 가야 직성이 풀리는 어느 중소기업의 종무식을 연상케 한다.

 

시청자들이 이 지루한 ‘나눠먹기’를 외면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최근 지상파 연예대상 시청률은 3~5%대를 전전하고 있다. 과거 20~30%를 넘나들며 온 가족을 TV 앞으로 불러 모았던 ‘국민 축제’의 위용은 간데없다. 시청자들은 더 이상 누가 상을 받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어차피 ‘공헌도’라는 미명 아래 방송국 기여도가 높은 인물에게 돌아갈 ‘내부용 상’임을 알기 때문이다.

 

OTT가 쏘아 올린 공, 지상파의 자충수


몰락의 원인을 단순히 ‘유튜브와 OTT의 공습’ 탓으로 돌리는 것은 비겁한 변명이다. 지상파의 침몰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오만과 구태에서 시작됐다. 2014년경, 스마트폰의 성장을 경계한 지상파 3사가 유튜브에서 자사 콘텐츠를 싹쓸이하듯 삭제했던 ‘스마트 미디어앱 사태’를 기억하는가. 시청자들을 강제로 자사 홈페이지로 끌어들이려 했던 이 독점적 갑질은 결국 젊은 세대를 TV라는 매체 자체에서 이탈하게 만든 최악의 자충수가 되었다.

 

그들이 빗장을 걸어 잠근 사이,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과 ‘흑백요리사’를 내놓으며 자본과 창작의 자유가 결합했을 때 어떤 파괴력이 나오는지 증명했다. 지상파가 PPL(간접광고)을 위해 극의 흐름과 무관한 홍삼을 먹이고 안마의자에 앉아 대사를 읊는 사이, 유능한 PD와 작가들은 검열과 예산 압박이 없는 OTT로 대거 탈출했다. 인재가 떠난 자리에 남은 것은 ‘안전한 선택’뿐이었고, 그 결과 지상파 예능은 10년째 출연진이 바뀌지 않는 장수 프로그램의 복제판으로 점철됐다.

 

신뢰의 붕괴, 그리고 ‘불황형 흑자’의 역설


콘텐츠의 부재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신뢰의 몰락’이다. 특히 공영방송 KBS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춤을 추는 보도 논조와 방만한 경영으로 지탄의 대상이 됐다. 전 국민의 주머니에서 강제로 걷어가는 수신료가 고액 연봉자의 ‘잔치’에 쓰인다는 비판은 수신료 분리 징수라는 매서운 칼날로 돌아왔다. 시청자들은 이제 지상파 뉴스를 ‘진실의 창’이 아닌 ‘특정 정파의 선전 도구’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는 매체 전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번졌다.

 

종편 역시 자유롭지 않다. 트로트 오디션 하나로 연명하며 노년층 시청률에 기댄 채 변화를 거부하는 모습은 지상파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지상파 3사가 제작비를 쥐어짜고 인력을 감축해 만들어낸 ‘불황형 흑자’는 생존의 증거가 아니라, 서서히 죽어가는 거인이 내뱉는 마지막 거친 숨소리일 뿐이다.

 

왕국은 이미 무너졌다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TV를 보며 울고 웃던 시대는 종언을 고했다. 지상파 방송국들은 여전히 자신들이 여론을 주도하고 문화를 지배하는 ‘절대 권력’이라고 착각하고 있을지 모르나, 대중에게 TV는 이제 먼지 쌓인 가전제품 혹은 유튜브를 크게 보기 위한 모니터에 불과하다.

 

시상식의 ‘그들만의 잔치’가 유치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 화려한 조명 뒤에 가려진 비겁한 현실 안주 때문이다.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시청자를 가르치려 들며, 내부의 카르텔을 공고히 하는 데만 급급한 ‘공화국’에 미래는 없다. 0.7%라는 나영석 PD의 성적표는 지상파가 맞이할, 아니 이미 맞이하고 있는 참담한 현실의 예고편이다.

 

왕국은 무너졌고, 잔치는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그 화려했던 폐허를 정리하는 일뿐이다. 여전히 트로피를 나눠 가지며 자축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건네는 그 금빛 금속 덩어리가, 정말 시청자들의 마음을 1그램이라도 움직이고 있다고 믿는가?


통합 시상식, ‘제로’에 수렴하는 가능성… 무엇이 가로막나


연말마다 반복되는 ‘상 퍼주기’ 논란의 유일한 대안으로 거론되는 ‘방송 3사 통합 시상식’은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을 사실상 ‘제로(0)’로 보고 있다. 화려한 통합의 꿈 뒤에는 방송사들의 처절한 생존 논리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광고 수익과 ‘밥그릇’ 싸움 : 가장 큰 걸림돌은 단연 돈이다. 연말 시상식은 지상파 방송사들에 있어 한 해 중 가장 높은 광고 단가를 책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3사가 통합될 경우, 각 사가 독식하던 수십억 원대의 광고 수익을 나눠야 하거나, 누군가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방송사들이 자사 수익을 깎아 먹으면서까지 대의를 위해 통합에 나설 리 만무하다는 분석이다.


‘자사 콘텐츠 홍보’라는 거대한 포기 : 시상식은 단순한 시상이 아니다. 시상식 중간중간 배치되는 차기작 드라마 예고편과 신규 예능 홍보는 내년도 시청률을 좌우하는 핵심 마케팅 수단이다. 통합 시상식이 열리면 특정 방송사의 홍보 비중이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이는 방송사 간의 날 선 신경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 주도권과 송출 문제 : "어느 채널에서 방송할 것인가"는 자존심 이상의 문제다. 3사 공동 송출을 할 경우 '전파 낭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고, 한 곳에서만 송출할 경우 시청률 성적표를 양보해야 한다. 또한 심사위원단을 누구로 구성하느냐를 두고도 각 사의 유불리에 따라 합의가 불가능에 가깝다.


지상파 통합 시상식 vs 백상예술대상 비교


지상파가 제자리걸음을 걷는 사이, 시청자들의 시선은 이미 플랫폼을 초월한 시상식으로 이동했다.



혁신 없는 통합은 ‘빛 좋은 개살구’


결국 지상파 3사 통합 시상식이 실현되려면, 방송사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고 ‘콘텐츠 제작사’로서의 정체성을 우선시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각자의 플랫폼(채널) 사수에 급급한 구조 아래서는 요원한 일이다.


한 평론가 A 씨는 "지상파가 통합 시상식을 거부하는 사이, 백상예술대상이나 청룡시리즈어워즈 같은 통합 플랫폼 시상식이 시청자들의 기준을 높여버렸다"며, "이제는 통합 여부를 넘어 지상파 시상식 자체가 존립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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