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의 진료실’ 출간… 비행 청소년 향한 새로운 시선 제시

uapple 기자

등록 2025-07-14 12:31




홀케이크를 삼등분하지 못하는 수준의 인지 기능을 지닌 아이들. 이들은 가해자가 되기 전 이미 오랜 시간 피해자였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미야구치 코지 정신과 의사가 400명 이상의 비행 청소년을 상담하며 목격한 현실을 담아낸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의 진료실’이 출간됐다. 이 책은 살인, 방화, 아동 성범죄 등 흉악 범죄를 저지른 소년원 아이들이 “왜 잘못을 저지르면 안 된다는 것을 몰랐을까?”라는 근원적 질문에서 시작한다.


실제 의료 소년원 사례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 소설’ 형식으로, 지적장애와 경계선 지능, 복합적 트라우마를 지닌 아이들이 범죄자가 되고 재범의 굴레에 놓이게 되는 과정을 정신과 의사의 시선으로 추적한다. 학교, 가정, 사회로부터 외면받았던 아이들의 현재와 그들에게 남겨진 가능성에 대한 기록이며, 단순한 범죄 서사를 넘어 우리 사회의 구조적 책임과 여전히 구원받을 수 있는 아이들을 향한 절박한 시선을 촉구한다.


서평에서는 이 책이 던지는 “이해한다는 말의 위험성과 가능성”에 주목한다. ‘살인자’라는 단어 앞에 ‘소년’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을 때 우리가 간과하는 것, 즉 그들 또한 누군가의 아이이자 보호받아야 할 존재였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살인을 저지른 소년 다마치 유키토의 성장 배경, 지적 장애, 사회적 방임, 착취 경험 등을 통해 독자들은 단순한 혐오감을 넘어 복잡하게 뒤틀린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책은 독자에게 “지금, 당신 곁에 유키토가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감정의 흔들림을 통해 현실을 바꾸려는 움직임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특히 “병든 마음을 가두는 대신, 돌보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통해 한국 사회의 소년범죄 시스템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일본의 의료 소년원이 치료와 교정을 동시에 다루며 정신적 치료를 우선시하는 반면, 한국은 소년범을 교화나 단속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치료 개념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정신질환을 동반한 소년범을 수용하고 치료할 제도가 부재하며, 소년원이나 소년교도소는 근본적인 치료를 위한 장소가 아니기에 아이들은 병든 상태 그대로 사회로 돌아와 재범의 위험을 높이고 사회 전체의 리스크를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저자는 의료 소년원이 단순한 복지가 아닌 사회적 안전망의 핵심임을 강조하며,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을 진단하고 치료하며 사회에 복귀시키는 과정 없이는 교정도 예방도 불가능하다고 역설한다.


책은 또한 우리가 “어른이어야 할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년원 아이들의 행동이 분명 범죄로 규정되었지만, 책을 읽는 동안 그들이 단지 나빠서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임신 8개월의 나이에 담임 교사를 폭행한 교코의 사례처럼, 이들은 범죄자이면서 동시에 학대받아온 피해자이기도 했다. 이 책은 죄의 무게를 따지거나 감형의 근거를 찾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왜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묻는다. 소년범을 향한 차가운 시선이 그들을 괴물로만 남겨둔다면 사회는 또 다른 범죄자를 길러낼 뿐이라며, 경계선 지능 장애를 가진 소년범들은 처벌받아야 할 대상만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고민해야 할 사람들이라고 강조한다. 아이들이 관계 안에서 성장하고 다시 삶으로 돌아오기에, 이들을 보는 시선과 태도가 결정적인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 미야구치 코지는 의학박사이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임상심리사다. 공립 정신과 병원에서 아동정신과 의사로 일하다 의료 현장에서의 한계를 느끼고 의료 소년원으로 옮겨 7년간 근무했다. 그는 의료 소년원에서 인지 기능이 약한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을 펴냈다. 이 책은 출간 즉시 일본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라 5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2020년 일본 상반기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현재 리쓰메이칸 대학 산업사회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발달 장애 및 지적 장애 아동 지원책과 비행 소년 재범 방지 프로그램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인지 기능 향상 프로그램인 코그 트레이닝(COG-TR)을 개발하여 관련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케이크를 자르지 못하는 아이들의 진료실’은 그늘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으며, 잃어버린 줄 알았던 우리 사회의 책임과 가능성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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