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하나 삭제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

uapple 기자

등록 2026-04-27 19:24

디지털 영혼의 대가, 샤머니즘과 스마트폰이 빚어낸 잔혹한 축제: ‘기리고’

욕망의 ‘씨줄’과 공포의 ‘날줄’: 10대들의 잃어버린 낙원

기리고의 한 장 면 = 넷플릭스 

현대인의 손끝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시대다. 배달 음식부터 타인의 일상까지, 우리는 스마트폰 화면이라는 좁은 창을 통해 세상을 재단하고 욕망을 투영한다. 


박윤서 감독의 넷플릭스 신작 ‘기리고(If Wishes Could Kill)’는 바로 이 ‘손쉬운 욕망의 구현’이라는 디지털 시대의 미덕을 가장 잔인한 공포의 도구로 뒤집어 놓는다. 주인공들이 내뱉는 “앱 하나 삭제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라는 탄식은 단순히 기술적 오류에 대한 불만이 아니다. 그것은 현대인이 스스로의 편리함을 위해 자신의 영혼과 운명을 이미 ‘디지털 제단’에 봉헌했음을 자각하는 순간의 비명이다.


‘기리고’는 제목부터 기묘한 중의성을 품고 있다. 전통적으로 ‘기리다(忌禮/祈禱)’는 죽은 이를 추모하거나 신성한 존재에게 소원을 비는 경건한 행위였다. 그러나 극 중 ‘기리고’ 앱은 인간의 헛된 욕망을 파고드는 악령의 통로로 변질된다.


비평가 벤 카터(Ben Carter)는 그의 리뷰에서 이를 정확히 짚어냈다. "이 쇼는 스마트폰이 죽음의 통로로 오디션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아주 튼튼한 근거로 제시한다." 사용자는 앱에 자신의 이름과 사주(Four Pillars of Destiny)를 입력하고 소원을 담은 영상을 업로드한다. 이는 과거 무당이 작두를 타기 전 부정을 씻고 명을 빌던 의식과 놀라울 정도로 흡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전통적 샤머니즘이 공동체의 안녕을 빌었다면, 이 디지털 샤머니즘은 철저히 개인의 결핍과 욕망만을 겨냥한다는 점이다.


박윤서 감독은 스마트폰이라는 현대인의 필수품을 샤머니즘적 매개체로 치환함으로써 공포의 체감 온도를 극대화했다. 시청자 리뷰 중 한 명은 “스마트폰과 귀신을 새로운 방식으로 섞어냈다”고 평하며, "앱 삭제가 힘들다는 설정이 현대인의 뼈를 때린다"고 공감했다. 기술적 인터페이스 뒤에 숨은 고대의 저주는 사용자가 ‘이용 약관’이라는 명목 하에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걸게 함으로써, 디지털 중독이 사실상 현대판 ‘악마와의 계약’임을 은유한다.


작품은 서린고등학교라는 폐쇄적 공간을 배경으로, 10대들의 불안과 결핍을 공포의 연료로 사용한다. 전문가 루치카 바트(Ruchika Bhat)는 “이 쇼의 진정한 핵심은 10대들이 직면한 불안이 어떻게 장기적인 상처를 남기는가에 있다”고 분석했다.


많은 평론가들이 지적하듯, 이 작품의 서사는 10대들의 맹목적인 욕망을 ‘씨줄’로, 그 대가로 돌아오는 잔혹한 죽음의 카운트다운을 ‘날줄’로 엮는다. 특히 최현욱 캐릭터가 성적 향상을 위해 자신의 영혼을 업로드하고 24시간 뒤 죽음을 맞이하는 과정은, 찰나의 성공을 위해 영혼을 갉아먹는 입시지옥의 참혹한 투영이다.


물론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아르치 센굽타(Archi Sengupta)는 “청소년기의 풋풋한 드라마와 오컬트 저주가 섞여 있어 신선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서사가 클리셰에 빠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 중 등장하는 인물들이 겪는 질투, 시기, 인정 욕구는 관객으로 하여금 "저 상황에서 나라면 다를까?"라는 서늘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기리고’는 결코 완벽한 작품은 아니다. 일부 시청자들은 후반부 전개가 다소 산만해지는 점을 아쉬움으로 꼽는다. 그러나 이 작품이 동시대 공포물로서 갖는 가치는 명확하다. 우리가 무심코 누르는 ‘확인’ 버튼, 아무런 의심 없이 공유하는 ‘개인정보’, 화면 속 숫자와 문자에 일희일비하는 우리의 모습 자체가 이미 공포의 일부라는 사실을 증명해냈기 때문이다.


샤머니즘은 시대의 불안을 먹고 자란다. 과거엔 산천에 빌었다면, 지금은 알고리즘에 소원을 빈다. 박윤서 감독은 이 디지털 무속 신앙을 통해, 현대인이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사당’에 갇혀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팔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있다.


결국, “앱 하나 삭제하기가 이렇게 힘들 줄이야”라는 절규는 현대인이 스마트폰이라는 감옥에서 스스로 걸어 나오지 못하는 상태에 대한 은유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우리 모두가 ‘기리고’의 잠재적 이용자라는 점이야말로, 이 드라마가 주는 가장 서늘하고도 실존적인 공포다. 화면 속 24시간 카운트다운이 끝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삭제하지 못한 것은 앱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영혼임을. 


아울러 필자 역시 폭풍 몰아보기를 헸다.  '여고괴담'의 감성을 잇는 잇는 공포물 K-드라마 '기리고'의 탄생을 기뻐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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