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림 작가, 2060년대 디토스피아 한국 그려 '생식세포법'과 대리모 주택단지… 윤리와 생존 사이의 사투
합계출산율 0.12명. 한민족 멸종이 눈앞에 닥친 2060년대 말의 대한민국을 다룬 충격적인 서사가 활자로 탄생했다. 신간 소설 '인구전쟁'(진해림 저, 다니비앤비)은 인구 절벽을 넘어 국가 소멸 위기에 처한 미래 한국을 배경으로, 인류의 윤리와 국가의 존립이 충돌하는 지점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텅 빈 아파트, 국가가 부모가 되는 '낙원'의 실체
소설 속 2068년의 한국은 참혹하다. 국민연금은 증발했고 국가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수도권과 부산을 제외한 지역은 무인지대로 변했으며,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유입된 이민자들과의 갈등은 폭발 직전이다.
주인공 이동연 인구정책부 1차관은 이 파국을 막기 위해 **'인구재건사업'**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 든다. 국민의 정자와 난자를 채취하고 해외 대리모를 수입해 '한국인'을 생산하는 이른바 **「생식세포법」**이 그 중심이다. 새서울 외곽의 빈 아파트 단지는 대리모들의 집단 거주지인 '낙원'으로 탈바꿈하고, 그곳에서 국가를 부모로 둔 최초의 아이들이 태어나기 시작한다.
◇"숫자인가 인간인가"… 40년의 시차를 넘나드는 묵직한 질문
작품은 2068년의 현재와 40년 뒤인 2108년의 청문회 장면을 교차 배치하는 치밀한 구성을 선보인다. 미래의 시점에서 바라본 과거의 '인구재건사업'은 단순한 인구 복구 정책이 아닌, 유전자 차별과 생명 경시라는 거대한 모순을 드러낸다.
-한민족 유전자 고집은 이민자에 대한 차별인가?
-다수의 생존을 위해 소수의 생명 윤리는 수정 가능한가?
-공동체의 보전은 개개인의 인권보다 우선하는가?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얽히고설킨 욕망과 신념을 통해 독자에게 이 질문들을 가감 없이 던진다. 특히 난자 채취 부작용으로 딸을 잃은 어머니의 통곡과 아이를 갖고 싶은 난임 부부의 갈망은 독자로 하여금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렵게 만든다.
◇의학도 출신 작가의 디테과 몰입감
저자 진해림은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몸을 공부하고 우주와 이야기를 사랑하는 의학도 출신의 작가다. 유산한 여성의 수술 장면으로 시작되는 도입부부터 법안 통과를 둘러싼 정치적 암투, 대리모 단지의 기괴한 풍경까지, 작가의 이력이 묻어나는 세밀한 묘사는 마치 한 편의 SF 스릴러 드라마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인구전쟁'은 단순한 상상력을 넘어, 오늘날 대한민국이 마주한 인구 위기라는 현실적 공포를 정면으로 응시하게 한다. 마지막 문장에 숨겨진 거대한 복선은 독자들에게 책을 덮은 뒤에도 가시지 않는 전율을 남길 것이다.
uappl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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