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00건 고장에도…개선 계획 없는 히타치 전동차 부품사 재선정 분위기
작년 회의에선 “보류” 결정… 문제 개선 안 됐지만 결정 뒤집혀
계약조건 미이행·품질 미보증 업체에 어떤 근거로 문 열었나 의구심
사진=픽사베이
서울교통공사가 품질 미보증과 수천건 고장 등 문제가 끊이지 않던 ‘히타치STS’를 또 수십억원대 부품 사업 공급사로 선정하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 지하철이 개통 50년을 맞으며 노후화를 두고도 우려가 커지는 상황 속, 5호선 200칸 차상신호장치 부품 사업에 대한 안전 문제가 재조명되고 있다.
탈선·충돌 가능성에도, “개선 계획조차 없다“
차상신호장치는 열차의 속도와 위치를 실시간 제어하는 핵심 장비로, 단 한 번 오류도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전동차 제작은 다원시스가 맡고, 신호장치 부품은 다원시스가 히타치STS와 같은 후보 업체를 선정하면 공사가 이를 승인하는 방식이다. 히타치STS는 직원 수 5명의 소규모 법인으로, 히타치 제작품을 한국으로 들여오고, 관련 대응 업무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제일 큰 문제는 히타치 장비의 고장 이력과 대처 능력이다. 2024년 8월, 서울교통공사-다원시스-히타치STS 관계자들이 모인 ‘장치 채택 협의’ 회의에서 공사 측 담당자가 “히타치 부품이 들어간 3·5·7호선에서 약 4,700건의 고장이 발생했다”, “고장 발생 후 ‘언제까지 어떻게 고치겠다’는 계획서를 한 번도 내지 않았다”며 히타치STS에 개선을 요구했다.
고장 유형도 통신 장애, 감속도계 불량처럼 실제 운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들이 반복됐다.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열차의 탈선이나 충돌로도 이어질 수 있다. 공사는 기존의 이런 문제점들이 개선돼야 히타치STS를 부품사로 선정할 수 있다며 최종 ‘보류’ 결정을 내렸다.
히타치, 공사 측 의무조항 불이행
제보팀장이 단독 입수한 ‘서울교통공사 검토의견서’ 등에 따르면, 히타치 STS는 앞서 말한 고장이나 조치 미흡 외에도 품질 보증, 제작사양서 준수, 전문 기술요원 1년 파견 등의 조건도 지키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회의 이후에도 히타치STS가 문제점들을 개선하지 않았고, 이에 다원시스는 서울교통공사에 “부품 공급사 후보를 기존 히타치STS에서 국산 제품 공급사인 씨에스아이엔테크로 변경하겠다”는 의견을 공사에 제출했다.
기존에 다원시스는 히타치STS와 부품 사업을 함께 해왔기 때문에, 다른 부품사로 변경하게 되면 설계를 다시 해야 한다. 이에 따라 납기가 지연되고 지체보상금을 납부해야 하는 등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반복되는 고장 등 품질 문제에 대한 부담이 더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다원시스가 변경 의견을 제출한 이후, 서울교통공사가 히타치STS와 별도 회의를 진행했다. 이 회의가 끝나자 공사는 돌연 ‘히타치STS’를 다시 후보로 선정하라는 공문을 다원시스에 보내는 등 압력을 넣고 있다고 알려졌다.
문제적 부품사 재선정 분위기에 업계 반발
아직 기술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고, 그 밖에 다른 약속들도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왜 다시 히타치에 대한 선택을 강요할까’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지난 10월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정춘생 의원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2~2024) 스크린도어에서 1,666건의 고장이 발생했다.
스크린도어 같은 지하철 외부 설비에서도 연간 수백건의 고장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내부 핵심 장비인 차상신호장치에서도 문제가 드러나며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정 업체 특혜 및 선정 강요가 있었는지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며 공급사 선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이 나온다. 서울교통공사 감사실도 이번 부품 공급사 선정 과정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제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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