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이자 시인인 이영숙의 『야만의 시대기』가 푸른사상 평론선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생명 모독이 일상화된 현 시대에 문학이 보여줄 수 있는 날카로운 현실감각과 정체성,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을 담아냈다.
저자는 고도로 문명화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야만에 빠져버린 이 시대의 모순을 정면으로 다룬다. 『야만의 시대기』는 텍스트의 내밀한 언어를 분석하는 동시에 사회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시대를 연결하는 평론의 본분을 충실히 이행한다.
'책머리에'에서 저자는 "세계사적 지평 위에서 지금 우리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묻는 것이 또한 평론이라고 할 때, 첫 평론집 제호에 ‘야만’이 쓰일 줄은 정말 몰랐다"고 밝히며, 글을 추리는 과정에서 '아직 쓰지 못한 야만'에 손이 떨렸다고 고백한다. 폭력적인 현실을 문학이 시적 문체로 완화하고 무마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하면서도, 시가 인간의 감정과 윤리를 포착하는 '생명체'임을 믿는다는 확신을 드러낸다.
총 4부로 구성된 평론집은 시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부터 시대와의 연결고리까지 입체적으로 탐색한다.
제1부는 김행숙, 이수명 등 시인들의 작품을 분석하며 공간의 구조화된 방위를 통해 '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구한다.
제2부는 이 책의 중심 주제인 '야만'에 가장 근접한 글들로 채워졌다. 과거의 동지가 적으로 변하고 오직 '나만이 나의 진정한 동지'가 되는 고립된 세계의 도래를 목도하며 야만성을 진단한다.
제3부는 문학이 '바깥의 대상'과 연결되는 지점을 논하며, 문학이 미추를 길어 올릴 때 현실은 도덕을 외재화하고, 문학이 신화의 시간대를 지향할 때 현실은 신화를 세속으로 끌어내리는 현상 등을 다룬다.
제4부는 아우라와 이미지, 기원과 원본 등 시의 근본적인 발화점을 파헤치는 글들을 수록했다.
이영숙 평론가는 태생적으로 야만이 되기 쉬운 구조를 가진 문명이 야만과 동의어라면, "역설적으로 야만의 시대는 다시 조화로운 문명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문학이 그를 위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자문하며 문학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영숙은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를 거쳐 중앙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1년 『문학예술』로 시, 2017년 『시와 세계』로 평론을 발표하며 등단했고, 시집으로 『시와 호박씨』 『히스테리 미스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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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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