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처럼 깊고 감귤처럼 노란 빛깔을 품은 언어가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걷는사람 에세이 스물아홉 번째 도서로 현택훈 시인의 『제주어 마음사전2』가 출간됐다는 소식이다. 2019년 선보인 『제주어 마음사전』의 후속작으로, 단순히 언어 기록을 넘어선 제주의 삶과 기억, 역사를 담아낸 뜨거운 기록이라는 평가다.
유네스코에 의해 소멸 위기 언어로 지정된 제주어. 시인 현택훈은 이 사라져 가는 말 속에 여전히 살아 있는 제주의 얼굴들을 불러낸다. 그는 제주어 낱말 하나하나를 단순한 뜻풀이가 아닌, 시인의 개인적 경험과 어린 시절의 기억, 제주의 자연과 사람들, 그리고 4·3의 아픔까지 겹쳐 살아나게 하는 ‘마음사전’의 형식을 취했다.
가령 ‘꿩코’라는 단어에서는 어린 시절 꿩을 잡으려던 헛걸음이, ‘아이모른눈’에서는 눈 내린 마당의 첫 발자국이자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은유가 포착된다. 단어 하나가 곧 제주의 삶과 지혜를 담은 은유가 되는 것이다.
이번 『제주어 마음사전2』에 담긴 낱말들은 특히 ‘살암시민 살아진다(살고 있으면 살아진다)’는 제주 사람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생활 철학을 조명한다. ‘말장시(말을 잘하는 사람)’보다 ‘오몽헌 사름(몸을 움직여 일하는 사람)’을 높이 치는 제주인의 가치관은 오늘날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힘들어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서로 돕다 보면 결국 살아진다는 믿음, 이 제주어 속에 숨겨진 지혜를 시인은 캐내고 있다.
현택훈 시인은 제주어를 ‘먼물질을 나가는 마음’으로 캘 작정이라고 밝혔다. 해녀들이 물속 깊이 들어가 전복과 소라를 캐오듯, 언어의 심연으로 들어가 제주의 옛말을 캐내고 새로운 숨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다. 제주에서 태어나 자라며 제주어를 온몸으로 흡수한 시인에게 제주어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그 땅을 살아 낸 사람들의 발자취이자 문화적 지도라는 방증이다.
1974년 제주에서 태어난 현택훈 시인은 제주어를 시의 언어로 쓰기 위해 고심하는 시인이다. 시집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래』 등 다수의 작품과 전작 『제주어 마음사전』을 통해 제주에 깃든 언어의 힘을 증명해 왔다. 이 책은 한 시인이 평생 몸에 밴 언어로 삶과 사람, 죽음을 사유하는 뜨거운 기록이며, 사라져 가는 언어를 미래로 이어가려는 단단하고 따뜻한 시도이다. 언어의 힘과 그 속에 담긴 삶의 무늬를 확인하고 싶은 이들에게 필독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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