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겹쳐진 시선’, 파리에서 세계적 권위의 사진상 수상
독립운동의 기억을 오늘의 도시 위에 겹치다… 역사의 시선을 현재에 소환한 강렬한 시각적 은유
권학봉 사진작가의 ‘독립운동: 겹쳐진 시선(The Independence Movement: Layered Gazes)’이 PX3 2025에서 Fine Art 부문 금상(Gold) 수상 및 Fine Art 부문 전체 1위인 ‘Fine Art Photographer of the Year - Professional’로 선정됐다
프레임북스 소속 권학봉 사진작가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사진상 ‘PX3 2025(Prix de la Photographie, Paris)’에서 Fine Art 부문 금상(Gold)을 수상하는 동시에 해당 부문 전체 1위인 ‘Fine Art Photographer of the Year - Professional’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권 작가의 수상작 ‘독립운동: 겹쳐진 시선’(The Independence Movement: Layered Gazes)은 3·1운동과 독립운동의 역사를 오늘날의 도시 풍경 위에 시각적으로 중첩시킨 사진 시리즈로, 과거의 시선이 현재를 향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PX3는 유럽을 대표하는 국제 사진상 중 하나로, 전 세계 수천 명의 사진가가 참여하는 권위 있는 공모전이다.
◇ 역사의 시선을 오늘 위에 겹치다
‘독립운동: 겹쳐진 시선’은 2024년 12월 한국 사회를 뒤흔든 정치적 사태를 계기로 시작됐다. 외부의 위협보다 내부 권력의 혼탁함이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이는 작가로 하여금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본질과 뿌리를 되묻게 만들었다. 그 뿌리는 다름 아닌 1919년 3·1운동과 독립운동의 정신이었다. 이 작업은 그 역사적 정신이 오늘의 우리 삶에 어떻게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지를 탐색하려는 시도로 출발했다.
‘독립운동: 겹쳐진 시선’은 한국 근현대사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 중 하나인 3·1운동과 독립운동의 기억을 오늘날의 도시와 공간 위에 다시 겹쳐 보는 시도에서 출발한 사진 작업이다.
작품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흰 저고리와 검정 치마로 구성된 이화학당 교복 차림의 소녀로, 유관순 열사를 연상케 한다. 하지만 이 소녀는 특정 인물을 재현하거나 기리는 목적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이 인물은 역사의 그늘에 가려져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 전체를 상징하는 집합적 이미지로, 작가에 의해 시각적 은유로 구현됐다.
소녀는 현실의 땅을 딛지 않고 공중에 부유하듯이 존재하며, 때로는 관객을 등진 채 서 있고, 때로는 어떤 지점을 응시하고 있다. 그녀는 침묵하고 있지만, 그 존재 자체가 역사적 질문이자 기억의 도전으로 기능한다.
이 부유하는 형상은 현실적 제약과 시간적 조건을 초월한 ‘기억의 유령’ 혹은 ‘기억의 화신’처럼 다가온다. 그것은 현실에 발붙이지 못한 과거의 잔영이자 아직 현재 속에 완전히 흡수되지 못한 저항의 정신이다.
권학봉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역사적 장소와 현재의 풍경을 병치시킨다. 독립기념관, 서대문형무소, 유관순 생가터, 삼일문 등 독립운동의 물리적 공간은 더 이상 과거의 박제된 공간이 아니다. 그는 오늘의 시선으로 그 장소를 바라보고, 과거의 인물이 그 안에 ‘다시 존재’하도록 만든다. 그렇게 오늘의 공간 위에 겹쳐진 과거는 더 이상 박물관 속 유물이 아닌 현재를 향해 조용히 질문을 던지는 살아 있는 기억으로 다시 태어난다.
작가는 “과거의 이미지를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기억하고 있는지를 묻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은 기록이자 질문이며, 재현이자 저항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즉 ‘독립운동: 겹쳐진 시선’은 역사적 사실의 재현을 넘어 그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기억하고, 이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존재론적 탐색이다. 현실과 상징, 과거와 현재, 기록과 상상 사이의 경계에서 사진은 그 모든 층위를 껴안고 있다. 그녀가 서 있는 자리는 결국 관객 자신의 자리며, 우리가 마주하는 그 시선은 과거가 아니라 오늘, 그리고 내일을 향해 있다.
◇ PX3의 주목, 국제적 반향
PX3 심사위원단은 권 작가의 작업에 대해 “정치적·역사적 메시지를 탁월한 시각 언어로 승화시킨 강렬한 프로젝트”라며 “기억과 현재, 예술과 저항 사이의 균형을 놀라울 만큼 정교하게 구현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수상은 한국의 역사와 정체성을 다룬 작품이 국제무대에서 미학적·사유적 깊이를 인정받은 사례로, 한국 다큐멘터리·파인아트 사진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 강동아트센터 전시에서 선보였던 수상작
해당 시리즈는 지난 8월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서울 강동아트센터에서 열린 사진전 ‘독립운동: 겹쳐진 시선’을 통해 국내에 먼저 공개됐다.
총 4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됐으며, 각 작품에는 QR코드를 통한 작가의 음성 해설과 웹 기반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함께 제공돼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 수상작들은 독립기념관, 서대문형무소, 유관순 생가, 삼일문 등 역사적 장소에서 촬영한 실제 공간과 상징적 이미지를 병치시키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시각적 서사를 구성한다.
◇ 향후 계획
권학봉 작가는 국내외 독립운동 사적지를 기록하는 장기 프로젝트를 이어가며, 이번 수상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사진집 출간 및 해외 전시도 기획하고 있다.
기억은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비추고 미래를 성찰하는 방식으로 다시 쓰일 수 있다는 확신이 그의 작업 전체에 흐르고 있다.
◇ PX3 2025 수상작 개요
· 작품명 : 독립운동: 겹쳐진 시선(The Independence Movement: Layered Gazes)
· 수상명 : PX3 2025 Fine Art Photographer of the Year - Professional
· 수상 부문 : Fine Art / Other - Gold(1st Place)
· 촬영지 : 서대문형무소, 독립기념관, 유관순 생가터, 삼일문, 이화학당 등
· 공식 링크 : https://px3.fr/winners/hm/2025/1-120865-25
프레임북스(Framebooks)는 사진과 예술, 문화 콘텐츠에 특화된 독립 출판사로, 작가 중심의 시각 언어와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사진집, 예술 에세이, 다큐멘터리 기록물을 중심으로 국내외 창작자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기록과 표현의 힘을 통해 문화예술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uapple
기자
피플스토리 uapple © PEOPLE STORY All rights reserved.
피플스토리 uapple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