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일본 제국주의 침탈을 피해 연해주에 자리 잡았던 20만 여 우리 동포들이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한 역사적 사건의 데자뷰다.
앤 애플바움의 ‘붉은 굶주림’이 글항아리 출판사에서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1932~1933년 스탈린이 기획한 우크라이나 대기근의 참상을 파헤친 논픽션이다. 저자는 스탈린 정권의 치밀한 살해 계획과 이를 은폐하려는 시도를 낱낱이 고발한다.
이 책은 1932~1933년 스탈린이 기획한 우크라이나 대기근의 참상을 파헤친 논픽션이다. 저자는 스탈린 정권의 치밀한 살해 계획과 이를 은폐하려는 시도를 낱낱이 고발한다.
저자 앤 애플바움은 이 책을 통해 스탈린 정권이 우크라이나 민족을 말살하기 위해 기아를 무기로 사용했음을 주장했다. 스탈린의 곡물 몰수 명령은 풍요로운 땅을 경작하던 우크라이나인들을 굶겨 죽였고, 이는 소련의 산업화를 위한 희생으로 포장됐다. 굶주림은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마저 훼손했고, 우크라이나 민족의 정체성을 뿌리째 뽑으려는 정교한 학살 계획이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책에 따르면, 당시 소련 전역에서 기근이 발생했지만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달랐다. 스탈린은 우크라이나 민족의 독립성과 민족성을 위협으로 간주했다. 그는 농민을 계급의 적으로 규정하고, 우크라이나 민족운동의 근간인 농촌을 파괴하려 했다. 애플바움은 비밀경찰 보고서와 당 서류 등 방대한 자료를 분석해 이 기근이 단순한 식량 부족 사태가 아니라, 러시아에 위협이 될 민족성을 말살하려는 스탈린의 편집증적 야욕의 결과임을 밝혀냈다.
이 책은 ‘홀로도모르(Holodomor, 우크라이나어로 ‘굶주림으로 인한 학살’)’로 알려진 이 사건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은폐되고 왜곡됐는지도 짚었다. 소련은 나치 협력을 이유로 기근에 대한 언급을 금기시했고, 서방 세계 역시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나 1980년대 우크라이나 디아스포라의 체계적인 자료 수집과 연구, 그리고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드러난 소련의 비밀주의가 진실을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라파우 렘킨이 ‘제노사이드’의 고전적 사례라고 언급한 우크라이나 대기근이 어떻게 한 민족의 정체성을 지우려 했는지 생생히 보여준다.
번역가 함규진은 이 책이 단순한 역사 기록을 넘어, 오늘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배경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민족은 소련의 악몽처럼 어김없이 되돌아왔다"며, "이 책은 우리가 타협하지 않는 정직함으로 무엇을 진실로 구축할 것인지 선택하도록 촉구한다"고 말했다.
책은 티머시 스나이더, 애덤 호크실드 등 저명한 역사학자들의 추천을 받았다. 이들은 이 책이 역사적 진실을 밝히고, 스탈린 시대의 잔혹성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애플바움은 『굴라크』로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로, 이 책은 그의 명성을 더욱 확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uapple
기자
피플스토리 uapple © PEOPLE STORY All rights reserved.
피플스토리 uapple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