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신드롬 #한국 설화의 힘 #새로운 한류 모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전 세계적으로 거대한 돌풍을 일으키며 단순한 흥행을 넘어선 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가상의 K팝 그룹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즈'가 음원 차트를 석권하고 팬덤 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면서, 케데헌은 K-콘텐츠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케데헌의 돌풍은 세계 유력 언론들도 연일 집중 보도하며 그 파급력을 증명하고 있다. 미국 NBC 방송은 지난 10일(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한 번도 실제 무대에 오른 적 없는 두 신인 K팝 그룹이 음악 차트를 점령하고 있다"며 케데헌의 열풍을 조명했다. 실제로 케데헌은 공개 이후 넷플릭스 영화 부문 글로벌 1위를 차지했으며,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은 글로벌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사자 보이즈의 '유어 아이돌'은 스포티파이 '데일리 톱 송' 미국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고, '골든', '하우 잇츠 던', '소다 팝' 등 다른 OST 또한 상위권에 안착했다.
영국 BBC 방송 역시 최근 "가상 K팝 밴드가 미국 차트에서 BTS와 블랙핑크를 이겼다"며 케데헌 OST가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사자 보이즈의 스포티파이 미국 차트 1위 소식을 전하며 "블랙핑크와 함께 작업해온 테디, BTS와 협업한 린드그렌 등 정상급 프로듀서들이 제작에 참여했기에 앨범의 성공이 놀라운 일만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사자 보이즈를 사랑한다면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고 K팝 지식을 확장하라"며 사자 보이즈의 대표곡 '유어 아이돌'과 비슷한 K팝 17곡을 추천하기도 했다. 포브스가 추천한 곡으로는 엔하이픈의 '바이트 미', 엑소의 '마마', 에이티즈의 '데자뷔', 지민의 '셋 미 프리 Pt.2', 태민의 '길티', 방탄소년단(BTS)의 '블랙 스완', 최강창민의 '데빌' 등이 있다. 포브스는 "영화의 반전 가득한 스토리 라인에 빠져들고 사운드트랙 곳곳에 담긴 다양한 스타일을 탐색하는 새로운 팬들에게 지금이야말로 K팝 세계에 더 깊이 빠져들 절호의 기회"라고 평했다.
케데헌이 단순한 흥행을 넘어 강력한 팬덤 현상으로 발전하고 있는 원인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완성도 높은 음악과 퍼포먼스는 K팝 콘텐츠의 기본이자 핵심 동력이다. 가상 그룹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K팝 아이돌 못지않은 고품질의 음악과 시선을 사로잡는 안무는 대중의 귀와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테디, 린드그렌과 같은 정상급 프로듀서들의 참여는 음악적 완성도를 더욱 높이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둘째, 탄탄하고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은 케데헌 성공의 핵심 요인이다.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 감독은 NBC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그냥 '악마 사냥꾼' 이야기였는데 한국 문화를 보여줄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찾다가 악마학(demonology)으로 흘러갔고, 악마 콘셉트가 자연스럽게 K팝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는 K팝이라는 대중적 플랫폼에 한국의 전통 설화와 전설, 민담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접목시킨 시도가 전 세계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는 점을 보여준다.
케데헌은 한국의 풍부한 설화와 전설을 단순한 배경으로 활용하는 것을 넘어, 스토리텔링의 핵심 동력으로 삼았다. 영화 속에서 헌트릭스와 사자 보이즈 멤버들은 도깨비, 구미호, 저승사자 등 한국 신화 속 존재들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악귀와 맞서 싸운다. 이는 동양적 신비로움과 현대적인 액션의 조화를 선보이며 기존 아이돌 그룹과는 확연히 차별화되는 지점을 만들어냈다. 팬들은 이러한 독특한 세계관에 깊이 몰입하며 단순히 음악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캐릭터의 서사와 감정선에 공감하고 세계관을 직접 탐험하는 즐거움을 느낀다.
예를 들어, 멤버 '가람'이 맡은 '도깨비' 캐릭터는 장난기 많으면서도 인간에게 행운을 가져다주는 한국 도깨비의 특징을 반영한다. 그의 솔로곡 '황금방망이'는 도깨비가 지닌 초월적인 힘과 재물을 가져다주는 설화를 모티브로 하여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 다른 멤버 '아린'이 연기하는 '구미호' 캐릭터는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구미호의 애환과 요염함을 동시에 표현하며, '천년의 여우'라는 곡을 통해 구미호 설화 속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재해석했다. 이러한 구체적인 스토리텔링은 팬들에게 캐릭터에 대한 깊은 공감을 유도하며, 동시에 한국의 전통적인 정서와 가치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셋째, 팬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참여형 문화'의 형성이다. 케데헌은 팬들이 세계관에 등장하는 설화 속 존재들을 자신들의 SNS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하거나, 관련 설화집을 찾아 읽는 등 능동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도록 이끌었다. 텀블러 커뮤니티는 팬 아트로 가득 찼고, 레딧에서는 속편 제작 여부를 둘러싼 추측을 포함해 영화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벌어진다. 틱톡에서도 팬들이 영화 속 안무를 따라 추거나 주요 장면에 대한 반응을 공유하는 영상이 수억 뷰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는 케데헌이 단순한 연예 콘텐츠를 넘어선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팬들은 단순히 콘텐츠를 수용하는 것을 넘어, 자신들이 직접 세계관을 해석하고 재창조하는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더욱 강력한 소속감과 유대감을 형성한다.
케데헌의 성공은 한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콘텐츠의 다양성 확대가 절실하다. K-팝, 드라마, 영화 등 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넘어 한국의 풍부한 문화유산과 스토리를 활용한 새로운 형식의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케데헌이 한국의 설화와 전설을 성공적으로 접목했듯이, 우리의 역사, 예술, 사상 등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가 계속되어야 한다. 이는 K-콘텐츠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다.
둘째, 깊이 있는 스토리텔링이 필수적이다. 단순한 시각적 효과나 트렌드를 쫓는 것을 넘어, 보편적인 인간의 감정과 경험을 담아내면서도 한국적인 특색을 잃지 않는 서사를 구축해야 한다. 케데헌의 경우, 한국 설화가 지닌 권선징악, 효, 사랑, 우정 등 보편적인 가치를 현대적으로 풀어내어 전 세계인의 공감을 얻었다. 이는 콘텐츠의 생명력을 연장하고 더 넓은 문화권으로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셋째, 능동적인 팬덤의 참여 유도가 중요하다. 케데헌은 팬들이 세계관에 직접 참여하고 해석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창조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했다. 이는 일방적인 콘텐츠 소비를 넘어선 '문화 공유'의 형태로 발전하며 팬덤의 충성도를 더욱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디지털 시대에 팬덤은 단순한 소비자를 넘어 콘텐츠의 공동 생산자이자 확산자로 기능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케데헌의 성공은 한류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 고유의 문화적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이를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낸다면, 한류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문화 현상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모스
기자
피플스토리 © PEOPLE STORY All rights reserved.
피플스토리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