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베네통 하면 화려한 컬러와 도발적 광고를 떠올린다.
처음 베네통 광고를 접한 수간부터 그 광고의 색감과 이미지가 강렬하게 머리 속에 자리잡는다. 베네통의 이러한 컬러 마케팅 전략은 그냥 도입된 게 아니었다. 베네통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또 어떻게 발전했는가를 보면 베네통의 광고 전략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1950년대 이탈리아 트레비소의 폰자노 지방의 조그만 양품점.
행색이 초라한 아가씨가 직접 뜨개질한 옷을 들고 들어왔다. 양품점 주인은 행색이 초라한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제가 직접 짠 스웨터인데 이곳에 팔 수 있을까 해서요.”
양품점 주인은 그 아가씨가 가져 온 스웨터를 꼼꼼히 살펴보았다. 당시 의류는 대부분 단색이었는데 그 아가씨가 가져온 스웨터는 화려한 색감을 썼다. 양품점 주인은 흔쾌히 그 옷을 팔아주기로 했다.
그 옷은 화려한 색상과 꼼꼼한 뜨개실로 단번에 인기를 끌었다. 양품점에서 판매를 시작한 옷이 바로 베네통의 시작이었다. 초라한 행색을 했던 그 아가씨는 베네통의 창업자이자 베네통가의 장남 루치아노의 여동생 줄리아나였다.
줄리아나가 생계를 위해 직접 뜨개질했던 스웨터가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자 장남 루치아노와 막내 질베르토는 집안의 낡은 물건을 팔아 중고 편물기계를 한 대를 구입하여 본격적인 의류사업을 시작했다.
처음 1res Jolie라는 브랜드로 화려한 색감의 스웨터를 바탕으로 1960년 로마올림픽을 통해 널리 브랜드가 알려지게 되었다. 1964년에 이탈리아의 벨루노 지방에 첫 판매점 개설, 1965년 첫 번째 생산공장을 가동, 1970년에 프랑스의 시슬리 상표 인수하는 등 성장을 거듭하여 1975년에는 200여 개의 판매점을 보유하여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의류회사로 성장했다. 그리고 지금은 전세계에 7천여 개의 매장을 거느린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다.
특별한 배경도, 자본도 없었던 가난한 베네통의 형제들이 이룬 기적을 이탈리아 언론들은 ‘폰자노의 기적’이라 불렀다.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는 베네통의 기적의 비밀은 컬러플한 스웨터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베네통의 시작 자체가 여동생 줄리아나가 직접 짠 스웨터로부터 시작되었는데, 거기엔 2가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첫째는 당시 편물기계로 짠 모직 의류는 대부분 단색이었다는 점이다. 다양한 컬러는 시각적으로도 파격적이었고 단숨에 스웨터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둘째는 베네통의 스웨터는 다양한 컬러를 확보하기 위해 후염가공 기술을 도입했다. 후염가공 기술이란 원단이나 원재료 단계에서 염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웨터가 완성된 후에 염색을 하는 염색 기술이다. 당시 후염가공 기술은 기존의 관례나 상식을 파격적으로 깨는 혁명적 발상이었다 한다.
후염가공 기술로 염색 처리된 원단이나 원재료를 색깔별로 구입할 필요가 없어 대량의 원재료 확보가 용이하고 다양한 컬러 처리가 가능했던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의 광고 전략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베네통의 광고가 여러 국가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백인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흑인 여인, 엉덩이에 에이즈(HIV) 양성 스탬프가 찍힌 벌거벗은 남자, 신부와 수녀의 키스, 탯줄 달린 신생아, 사형수 이야기, 기름으로 오염된 오리, 중노동에 시달리는 제3세계 아동, 루치아노 베네통 사장의 나체....
베네통의 광고는 나오자마자 지대한 관심과 동시에 시련도 많이 겪었다. 1995년 독일 연방법원은 ‘베네통의 광고에 대해 인간과 동물의 고통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반윤리적인 광고’라며 광고 게재 금지를 선언하기도 했고, 베네통 제품 불매운동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베네통의 위와 같은 광고 전략은 컬러와 발상의 전환이라는 패러다임이 깊숙하게 자리잡고 있다. 베네통의 기적은 그래서 컬러의 기적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품 자체가 컬러와 후염가공 기술의 도입이라는 발상의 전환은 이후 세계적인 기업이 된 베네통의 광고 전략에도 고스란히 담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베네통의 성장 이면을 보면 기발한 광고도 한몫 했지만, 창업 초기의 컬러 패러다임에 기반하여 수천 가지가 넘는 다양한 제품 디자인 개발을 통해 소비자의 만족을 극대화시켰다는 점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신정희 기자 다른 기사 보기